하노이 이발관 체험기, 내 머릿속을 비웠어

이제서야 하노이에서의 체험을 글로 풀어내게 되었네요. 몇 달 전에 하노이를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그곳에서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하노이 이발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하노이 이발관에서 경험했던 내면의 여정을 공유하려 합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은 여러분도 자기만의 '하노이 이발관'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 여행지에서 가장 힐링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질문하면 뭐라고 대답하실까요? 아마도 바다나 산, 아님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카페를 꼽으시진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저에게 그런 힐링의 공간은 예상치 못한 곳, 바로 '이발관'이었습니다.

하노이 이발관 갑작스럽게 들어간 건 제가 머릿결 때문에 고민하던 때였어요. 휴가를 떠난 시점에서 벌써 2주가 넘었던 터라, 첫째 날 감아둔 태닝 크림의 향도 점점 사라지는 판에, 남아있는 건 그저 늘어져 내려가는 머릿결 뿐이었거든요. 그러다가 보니 하노이 골목에 넘쳐나는 이발관의 간판에 눈길이 갔습니다.

마침내, 마음을 먹고 문을 열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공간, 그 중앙에 앉아 기다리는 이발사의 차분한 미소, 무엇보다 이발관이 주는 그 편안한 분위기가 제 마음을 한껏 설레게 했습니다. 일단, 앉아보기로 했어요.

제가 선택한 이발관은 거리에서 눈에 띄는 넓직한 건물에서는 조금 떨어진 진정한 로컬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어요. 이발사의 능숙한 솜씨에 감탄하며, 언어의 장벽을 두고 싸우던 나날들에 비해 참으로 한결같이 익숙했습니다. 늘 이런 식이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헤어스타일만 깔끔하면 뭔가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헤어컷 중간에 잠시, 이발사는 내 머리를 손으로 스르르 누르며 편안하게 마사지를 시작했습니다. 그 행동에 조금 놀랐지만,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며 눈을 감았고 그의 따뜻한 손길에 몸이 점점 편안해졌습니다. 이런 체험은 한국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니까요. 고요한 음악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고, 여행의 피로가 서서히 씻겨 내려갔습니다.

카트라이딩이라는 복잡한 테크닉이 손에 익힌 이발사는 헤어스타일에 완성도를 높여주는 감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끝내 이발이 끝나고 나서 거울을 보니, 나는 의외로 괜찮은 헤어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소 부담스러웠던 여행 중에, 내 머리를 위해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손길을 이발사에게 맡긴 후, 제 이야기가 여기까지 이르렀습니다.

몇 달 전의 하노이에서의 체험은, 아직도 제 마음 한 구석에 묻혀 있다가 가끔 꺼내 생각하곤 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일상 속 조그만 일일 수도 있는 이발, 그러나 저에겐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었어요. 하노이의 이발관에서는 그저 누군가의 손길로 머리를 깔끔하게 꾸미는 것 이상의 경험을 했습니다. 바로 내 머릿속을 비우는 기회가 되었다는 거죠.

여행에서의 힐링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아무래도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간과하고 넘어갔던 작은 미감이 여행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 머리를 감아주는 손길, 머리를 고르는 롱 카트라이딩의 진동, 그리고 길어진 머리를 자르며 스르르 떨어지는 느낌 모두가 저를 조용한 힐링의 공간으로 이끈 것 같아요.

하노이 이발관 체험은 제가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여행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잖아요. 그렇다면 여행 중에 누군가의 손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죠. 그래서 저는 여행 중에도 꼭 이발관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내 머리가 깔끔해지는 것은 물론, 소중한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또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죠.

하노이 이발관은 제게 그런 특별한 기회를 준 공간이었습니다. 여태까지 이발관은 그저 머리를 자르는 장소였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었어요. 그래서 다음에 또 하노이를 찾게 된다면, 꼭 다시 이발관을 찾을 것입니다. 자기만의 '하노이 이발관'을 찾기를 희망합니다. 내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자기 성찰의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