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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혈 - 1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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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원주 치악산에서 [고니시 유키나와]가 400년전 남기고 간 그 원흉덩어리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찝찝함이 떠 오른다. [윤선생]이 한 얘기이다.





"이사람... 그 최노인이라는 사람... 어떤 사람인지 자네가 어찌아나?????....................................."







중고차 시장에서 [종필]이 형이 타던 차와 같은 차를 구입했다. 필요한 물품을 구했다. 이제 내일이면 어쩌면 이 대한민국의 국운이 바뀔 수도 있다. 비장함이 느껴진다.





"이 시간 주요 뉴스입니다... 북한이 또 서해상의 NLL에 대한 무력도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일본이 빠르면... 이번 하반기에 줄기세포 허브단지를 고베에 착공해서 완공되는대로 세계의 모든 불치병 환자들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국내의 실업자 수가 드디어 900만을 넘어섰습니다... 실업자 1000만 시대가 앞으로 머지않아 보인다는 전망입니다........................."



"중국 조선산업의 선박수주물량이 처음으로 국내의 조선업계를 따라잡았습니다......................................"



"미국이 빠르면... 내달 초 하원결의를 걸쳐 한국과의 FTA 최종협상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어스름한 새벽길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최노인]을 만나 나의 마지막 말뚝전쟁을 끝내기 위해서 이다. 달리는 차안에서 들려오는 이런 저런 뉴스 내용에 찹찹한 심정을 느낀다.

어느덧 나도 애국자가 다 된거 같다. 이번 일만 끝나고 [요오꼬]만 돌아와 준다면 이나라를 위해 마음잡고 잘 살수 있을것만 같았다. 아주 험준한 산행길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도 않았지만 서둘러 산행을 하기 시작했다. 기어오르는데만 4시간이 넘게 걸려 어렵사리 도착했다.





이미 해가 밝아있는 장군바위 위에는 언제와 있었는지 [최노인]이 웃통을 벗은채 정좌자세로 앉아서 명상을 하는듯 보였다. [최노인]을 따라 간단한 의식을 치루고 본격적인 말뚝제거

작업이 시작되었다. 일단 [최노인]의 말대로 부식되어 있는 쇠말뚝의 대가리에다 [최노인]이 가지고 온 황산과 염산을 섞은 화학용액을 부어보았다. 엄청난 연기와 매캐한 독한냄새에

눈을 뜰 수 조차 없었다. 연기가 대충 가라앉히고 자세히 보니 녹기는 커녕 아무런 변화가 없다. 부스러진 녹가루 정도만 녹아 없어졌을 뿐이다.





"어르신 이거로는 택도 없을꺼 같아요............................"



"흐음... 이거 야단이로군... 자네 말이 맞는거 같군... 그래........................................"







결국 무식한 방법이지만 박힌자리로 도로 끄집어 내는 방법밖에 없어 보였다. [최노인]과 메모지를 꺼내 옥신각신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다. 가장 염려되는 문제는 이 오래된 쇠말뚝이

뽑히다가 부러지는 경우이다. 결국 내가 생각했던 방법안이 최종 도출안으로 결정 되었다. 지금 박힌 말뚝주변을 망치와 정으로 어느정도 더 돌을 깨고 이 말뚝면을 최대한 넓게 밧줄로

촘촘하고 겹겹히 그리고 팽팽히 묶은 후 위의 설치된 지지대에 매달린 도르레에 와이어로 걸어매고 반대편 와이어 끝에 추를 매달아 그 추를 내리치는 방법이다.





주변에서 지지대로 쓸만한 나무들을 베어내고 밧줄로 당겨가며 옮기기 시작했다. 지지대를 설치하기도 전에 벌써 해가 기울고 있다. 그렇게 벌써 3일이 지났다. 산에 오르내리기만 2번

했다. 필요한 식량과 비품과 아주 무거운 쇳덩어리 추를을 구하러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4일째 되던날 지지대가 완성되었고 쇠말뚝 주변의 돌을 상당히 깨어낼 수 있었다.

밧줄을 말뚝면 대략 30cm정도 촘촘히 묶었다. 지지대에 매달린 도르레에서 굵은 와이어를 다시 묶었다. 와이어 반대편 끝에 다시 밧줄을 매듭을 걸어 10kg짜리 철판 추를 매달았다.





나와 [최노인]이 한 손에 오함마를 하나씩 들고 결의에 찬 모습으로 추 앞에 섰다. 내가 먼저 내리치고 [최노인]이 내리치고 그렇게 말뚝제거 작업이 시작되었다. 아주 조용한 치악산에

철판이 울어대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마디의 말도없이 30분을 내리 쳤다. 오함마질을 해대면서 지지대를 올려다 보았다. 흔들흔들 하긴 하지만 그래도 완고해 보여

안심이다. 간만의 망치질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두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오함마를 땅에 내려 놓고.. 풀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최노인]은 굳게 입을 다문채 연신 망치질이다.





[쩡!!!!....쩡!!!!....쩡!!!!....쩡!!!!....쩡!!!!....]







"어르신... 좀 쉬었다 하세요... 물 좀 드시구요......................................"



하지만 [최노인]은 대답도 없이 망치질에 열중일 뿐이다. 저 노인네 정말 열정이 대단하구나. [최노인]이 물을 입에 한모금 마신다. 아무말도 없이 쇠말뚝으로 올라간다. 나도 서둘러

따라 올라가 보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아예 안빠진건 아니다. 분명히 조금은 빠진거다. 1cm 정도 표시해둔 선보다 분명히 그정도 위로 올라온 것이다. [최노인]과 그 수치를

확인하고 굉장히 기뻐했다. [최노인]이 잔뜩 들뜬 표정으로 서둘러 오함마를 잡는다. 나도 손에 잡은 오함마에 두팔로 힘이 들어간다.





[쩡!!...짱!!...쩡!!...짱!!...쩡!!...짱!!...] [쩡!!...짱!!...쩡!!...짱!!...쩡!!...짱!!...]







그렇게 해가 저물었다. 숙영지에서 쌀을 짓고 반찬꺼리를 대충 장만한다. 벌써 물이 다 떨어졌다. 내일 물을 길르러 다시 내려가야 한다. [최노인]은 혼자서 오함마 질이다.







[쩡!!!!....쩡!!!!....쩡!!!!....쩡!!!!....쩡!!!!....]







저 노인네 저러다가 분명히 일난다. 무엇이 저 노인네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30년 한평생을 찾아다닌 그 [고니시 유키나와]라는 일본군의 쇠말뚝과 그로인해 조선민족의 절명위기의

국운... [최노인]은 분명한 애국자가 맞다. [윤선생]의 염려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움막안에서 [최노인]이 나의 온몸에 또다시 잔뜩 침을 놓고 자기 몸에도 침을 몇군데 박고는

평좌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있다. 항상 잘때를 빼고는 누워있는 법이 없다. 이 숙영지 움막은 내가 가지고 온 1인용텐트와 주변의 나뭇가지들 그리고 바위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대충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비좁은 임시거쳐이다. 그나마 비가 안오고 있어 다행이긴 한 것이다. 이른새벽 바깥에서의 망치질 소리에 잠이 깼다. [쩡!!!!....쩡!!!!....쩡!!!!.......]





"아니... 어르신... 거... 아침식사도 좀 하시고... 힘을 쓰셔야죠....................................."



"자네가... 좀 준비해 주게나............................................"







[쩡!!!!....쩡!!!!....쩡!!!!....쩡!!!!....쩡!!!!....]







"그러면... 머... 저도 새벽운동 30분만 하고 아침준비 하도록 하죠..........................."







[쩡!!...짱!!...쩡!!...짱!!...쩡!!...짱!!...] 아침을 서둘러 챙겨먹고 또다시 오함마질이다. [쩡!!...짱!!...쩡!!...짱!!...쩡!!...짱!!...] 이제는 초인적인 여력으로 내리칠 뿐이다. 중간에 추를

묶어놓았던 밧줄이 헤집어져 다시 새줄로 묶었다. 물을 구하기 위해 다시 하산을 했다. 3시간 떨어진 산아래에 계곡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온 몸이 기진맥진이다. 쇠말뚝을 박는것

보다 뽑아 버리는게 몇십배 더 어려운거 같다. 쉽게빠지지는 않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일 지는 정말 몰랐다. 이제 겨우 10cm 정도이다. 하지만 안전하게 뽑아버리려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당최 이방법 외에는 답이 없었다. 물을 길러서 배낭에 짊어지고 낑낑거리며 다시 산을 기어오른다.





[쩡...짱...쩡...짱...쩡...짱...]







멀리서도 오함마질의 소리가 들려온다. 현장에 도착했을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최노인]이 오함마로 내려찍는 추가 상당한 높이의 바닥으로 푹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쇠말뚝이

박힌 바위 위로 기어올라가 보았다. [이럴수가!!!!] 쇠말뚝이 1m 가까이 뽑힌 것이다.





"어르신... 말뚝이 1m나 올라왔어요...!!.................................... "



"처음에... 안뽑히더니... 녹이 떨어져 나가니까... 이제야 뽑히는 구만... 하하................................"



"어르신... 드디어 끝이 보이네요............................."



"그래... 잘하면 오늘 밤에 뽑아버릴 수 있겠어......................................."







[최노인]과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기뻐했다. [최노인]이 쇠말뚝위로 올라가 그 상태를 살피고 있을 때 작업장 한 귀탱이에서 오줌을 누며 담배를 입에 하나 물었다. 맑았던 날씨가 점점

어두컴컴해져 오는게 느껴졌다. 하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산 아래의 전경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빗방울 한개가 담배불에 정통으로 명중되면서 담배가 꺼진것이다. 그러더니 때아닌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번쩍!!] 저멀리 번개가 선명하게 내리 꽂는다. [콰르릉!!!!!!!!!!!!] 귀청이 떨어질것 같은 천둥소리이다. 서둘러 작업장으로 올라갔다.





"빨리... 뽑아 내야해!!!... 민족의 막힌 혈... 이 중요한 혈위를... 꼭 되살려야 해!!......................................"







[쩡!!!!....쩡!!!!....쩡!!!!....쩡!!!!....쩡!!!!....]







"잠깐만요... 어르신... 와이어 높이좀 맞춰놓구요................................"





밧줄이 잘 풀리지 않는다.





"이걸 써보게................................."





최노인에게 오래된 작은 손도끼 하나를 넘겨받아 끊어버리고 다시 매듭을 풀기 시작한다. 이제 막 점심시간에 난데없는 소낙비에 주변이 어두컴컴해 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와이어줄의

높이를 조절해서 밧줄에 묶인 추를 내려치기 좋은 위치로 올려 놓았다.







"자... 시작하죠.................................."



"그리함세... 퉤... 퉤......................................"







[쩡!!...짱!!...쩡!!...짱!!...쩡!!...짱!!...]







거친 소낙비를 맞아가며 내려찍기를 십여분 확실히 추가 아래로 팍팍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쩡!!!!] [툭!!!] 추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최노인]과 나는 서로 얼굴을 쳐다본후 서둘러 고개를 장군상 바위위로 돌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어오르기 시작한다.





"뽑... 뽑혔다!!!!............................................"



"어르신!!!!... 드디어 해냈어요...!!!!....................................."



"흑흑흑..... 드디어 뽑았다아!!!!!!!...................................."



"어르신!!!!... 하하하하......................................"







[쏴아아....] [콰르릉]!!!!!!!!!!!!!!!



와이어끝 밧줄매듭에 매달려 있는 쇠말뚝은 길이가 사람키만하다. 무게만해도 족히 25kg에서 30kg은 되어 보인다. 굵기가 손목만한 줄 알았는데 손목이 아니라 팔뚝만한 굵기 이다.

끝부분부터 1/3지점까지는 어느정도 산화가 되어 그렇게 보였던 것이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박았을까??????? 그때였다.





[번쩍!!!!!!!!!!!!!!] [콰르르릉!!!!!!!!!!]







또한번의 엄청난 굵기의 선명한 번갯불을 보았다. 귀청이 떨어질것 만 같은 천둥소리와 함께 감긴 두눈의 잔상에 분명한 용의 형체가 또렷하게 보인다.







"방... 방금...... 번개... 번개요................................."



"말하게... 왜 그러나????........................................."



"아뇨... 뭐... 잘못본건지... 몰라도... 꼭... 용모양 같아서요...................................."



"핫하... 용이라... 그럴수도 있겠지... 하하... 이제 이렇게 국운을 되살렸으니 말일세................................"







갑자기 빗줄기가 줄어들더니 거짓말처럼 시커먼 먹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구름사이로 하늘이 갈라지는 듯 틈이 벌어지며 밝은 햇빛 한줄기가 내리깔린다. [최노인]과 서둘러 다시

의식을 치루고 절을 했다. 이제야 이 대한민국의 국운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는 걸까..?? 한반도의 호랑이의 명치에 400년 넘게 박혀버린 흉물스런 저주의 쇠말뚝을 제거 한 것이다.

이 한반도 호랑이가 이제는 힘찬 두발로 일본땅을 으깨 밟으면서 중국대륙으로 옛 우리선조들의 고토를 찾기위해 뛰어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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