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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하는마음에.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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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제발.."
"꼬리 달아줄까?"
"....... 흐읍.."
"대답 안 해?"
"...! 네, 주인님.. 제 더러운 똥꾸멍에 주인님이 정성으로 만든 꼬리를 달아주세요."
"후후. 귀여워."
개목걸이.
꼬리.
나를 한명의 인간이 아닌 한마리의 암캐로 만들어버리는 일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울컥, 하는 마음에. #2
그의 허락을 받은 후.
변화는 바로 그날부터였다.
그날도 속옷을 벗은채로 전철을 탔고,
가끔 즐기던 내 손놀림은 그날 밤부터 그의 귀가시간동안 의무화되었다.
각오했던 일이었다.
그라면 내가 그리던 환상을 이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라면 어느누구에게도 내 고집과 원칙을 꺾지않는 내가
마음을 다해 모실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한 일이었다.
그는
나와 8살차이가 났다.
SM을 접한지도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담배도 폈고 술도 즐겼다.
나는
동생보단 오빠를 좋아하지만 4살이상은 아저씨라고 느끼고 있었다.
SM에 대해 안지는 10년이 지났지만 누군가와 관계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담배피는 사람은 경멸했고, 술을 먹은 날 밤은 응급실을 찾지 않고는 견디질 못했다.
하지만 그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고,
나는 27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팍팍하다 느끼며 지쳐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장점을 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었고,
나는 단점만을 채찍질하며 내 장점 따윈 장점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이기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
그것이 그가 가진 큰 매력이었다.
"빨아."
"....주인님?"
밝은 대낮, 길거리였다.
입술 앞에 와 있는 주인님의 손가락을 애써 외면하며 반문했다.
속옷을 안입는다거나 하는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무언가의 행위를 한 적은 없었다.
"...."
눈빛이 차갑다.
내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신걸까.
나는, 그의 눈빛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린다.
실제로 그가 나를 엄하게 쳐다보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게 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진 환상 속에서 그를 엄한 사람으로 만들고 그 속에서 그렇게 연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그렇다면 나 역시 그의 환상을 지켜줄 필요가 있다.
".... 네 주인님."
주변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의 세번째 손가락을 두마디 가량 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눈 감으라고 한적 없어. 당장 눈 못떠?"
깨닫는다. 숨쉬는 것도, 눈 뜨고 감는 것도 모두 주인님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 없이 그의 지시대로만 움직이면 된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선 내가 갖고있던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눈을 떠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길 한복판에서 그의 손가락을 문 채 그를 바라보는 내 모습이 이질적이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하는 내 모습은 무엇일까..
주인님께 예뻐보이고 싶다.
주인님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다.
주인님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그래서 그가 질책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서럽고 슬프다.
그 감정에 울음이 날 것만 같아 그의 눈을 바라보는 것이 힘겹다.
그의 눈빛은 그의 품안에 안겨있을 수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많은 시간.... 차갑다. 무섭고. 딱딱하다.
"....주인님."
"응."
"..저. ..입술은... 꽉 깨물어도 되요..?"
아직은 이게 나다.
나조차 저 말이 한심스럽지만. 한숨나올만큼 답답한 말이라는 것 알지만.. 나는 내가 도망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 나는..
"버텨."
무심한 그의 말투에 다시 다리에 힘이 풀린다.
어쩌면. 어쩌면 이런 강압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른다. 다리가 맥없이 풀리는 게 아니라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저릿거리는 걸 보면.
버텨야한다. 야속하고, 못 견디겠지만.
주인님이 내게 버티라고 하셨다.
.. 나는 여전히 그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손가락을 빨며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는 유머감각이 있다.
소위 "밀당"도 잘 한다.
골프도 치고 차도 몬다.
남자친구는 정말 순하고 착하지만 유머감각은 없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도 밀당은 해본적이 없다.
농구를 좋아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주인님께는 최대한 거짓없이 감정을 표한다.
좋으면 좋다. 아프면 아프다. 원하면 원한다.
남자친구에게는 최대한 나를 포장한다.
좋지만 부끄러운 척. 아파도 괜찮은 척. 원하지만 아닌 척..
하지만
행복한 연애의 끝은 결혼이듯,
행복한 DS의 끝도 결혼일 것이다.
퇴근하면 현관문에서 신발을 벗음과 동시에 알몸이 된다.
퇴근하고 올 그를 위해 밥을 하고 국을 끓인다.
엘레베이터를 탔다는 문자를 받으면 현관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기다린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신발을 벗기고 방으로 따라 들어가 옷 갈아입는 것을 돕는다.
식사를 하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한다.
혼날 것을 알면서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미리 고백한다.
잘못의 정도에 따라 밥을 먹으면서 젖꼭지가 괴롭혀지기도하고
밥을 먹는 그 앞에서 그가 밥을 다 먹기 전까지 그의 정액을 먹을 수 있어야 하기도 하고
침묵의 식사를 마친 후 온몸에 힘이 없어질정도로 끌려다니고 혼나기도 한다.
똑같은 맥락으로, 칭찬받을 일이 있으면 식탁에 앉는 것만 기다렸다 재잘재잘 자랑한다.
밥을 다 먹을 즈음부터 그의 손가락은 나를 애원하게 만들고
기분좋게 그에게 애교부리면서 안아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럴 것이다.
아직은 간단한 노출조차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나지만
아마 주인님과 더 오랜시간을 함께 하면 할수록 그렇게 되어질 것이다.
남자친구와의 미래에는 그런 환상은 없다.
따뜻하고, 다정다감하고, 5년을 사귀어도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지만
꿈에 그리던 아버지상이고, 평화롭고 안정된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
남자친구에게는 죽을 때까지 내 성향은 비밀이다.
.. 그러니 남자친구와은 꿈에 그리는 그런 환상은 이루지 못할것이다.
그는 여전히 손가락을 내 입에 물려놓은채 거리를 걷고있다.
나는 손가락의 주름, 손톱마저 세심하게 빨다, 세번째 손가락만 팅팅 불면 어쩌지.. 란 생각을 한다.
어이없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올 뻔 하지만 참았다.
핸드크림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것일까. 그의 걸음이 멈춘다.
빌딩 앞. 성별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화장실이 보이는 건물 앞.
걸음을 멈추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화장실이라니, 이것도 암캐의 자질 중 하나는 아닐까 곱씹어본다.
"따라와."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미개한 문화일지도 모른다. 남녀 공용화장실은.
하지만 오늘 나는 그 문화에 감사해 하고 있다.
적어도 주인님과 함께 남자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피할 수 있었으니.
"팬티벗고, 치마잡고 있어."
잘 잠기지 않는 문을 재차 확인하며 주인님이 말했다.
남녀 공용화장실은 비좁았다. 더러운 냄새에 절로 인상이 쓰여졌다.
속옷은.. 이미 젖어있었다. 그의 손가락을 물었을 때 울컥했고 그의 눈빛을 마주했을 때 또 그랬다.
속옷을 벗어 주인님께 건네는 것만으로도 손이 떨릴 정도로 흥분했는데
그걸 받아 펼쳐보이는 그의 모습에는 어찌할 줄 모르고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장소에서 속옷을 벗어 건네는 나나, 그걸 받아 살피는 그나 둘 다 "변태 같아"라고 생각하면서도
치마를 올려 그의 앞에 내 치부를 내보이고 있었다.
주인님은 "젖었네?" 등의 확인은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감정 없는 표정으로 "다리벌려"라고 말했을 뿐.
그리고 가방에서 매직을 꺼내며 "물을 이렇게 많이 흘리면, 암캐라고 적어줄 수가 없잖아."라고 말했을 뿐...
흥분에 뜨거워진 몸은 매직이 닿자 소름이 돋았고,
허벅지에 글씨가 쓰여지는 동안은 피하고 싶은 간지러움에 치마를 꽉 움켜쥘수밖에 없었다.
주인님의 표정에는 장난기도 배여 있었고 진지함도 스며 있었다.
오른쪽 허벅지에 "암캐", 왼쪽 허벅지에 "소영이"는
다시 한 번 내 정체성을 일깨우는 아주 직설적인 단어였다.
"치마 내려도 되."
"감사합니다 주인님."
속옷을 다시 입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득, 경험이 많은 내 주인님은 이런 내가 얼마나 답답할까 다시 자책하게 되었다.
나도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주인님의 욕구를 다 감당할 수 있게 되는걸까,
"박소영."
"네 주인님."
박소영은 내 본명이 아니다.
본명을 감추기 위해 흔하디 흔한 이름을 하나 골랐고, 그 이름으로 그를 만나. 그냥 그대로 이름처럼 굳어졌다.
".. 무슨 일 있어? 오늘?"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무슨 생각으로 질문을 한 걸까..
"대답이 늦다. 그냥 물었어. 무슨 일 있냐고."
시간이 지나도 고쳐지지 않는 버릇인가보다.
"아뇨, 아무일도 없습니다."
무슨 일, 이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내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자체가 무슨 일이 아닌가.
"그럼 따라나와. 다른 사람들 들어올때까지 거기 그러고 있을래?"
"아.. 아닙니다, 주인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놀이의 장소"로 직행했다.
허벅지에 글씨를 써 줄때까지만 해도 좀 더 "데이트"를 즐길 거라 생각했다.
수치,를 목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허벅지에 새겨져 있는 다섯 글자는?
지금 그의 표정에서 장난기를 찾기는 어려웠다.
ㅡ
많이 늦었습니다. 잘 지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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