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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분류

미친 짓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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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날 생각이 나곤 해.



그녀랑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유치한 논리로 서로의 주장을 펴면서



미래에 닥쳐올 모든것을 잊어버리곤 서로의 눈만 쳐다보고 했었지.



그때는 정말이지 행복했었어,,,



세상이 다 우리를 위해 존재 하는줄만 알았어.



사랑은 그런거야!



그런데, 그때의 주제중에 하나가



남자는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가 가능하다라는거였어,



그녀는 있을수 없다느니, 짐승이라느니 강간범은 사형을 시켜야 한다느니



한 참을 열변들을 토하곤 했지.







하지만 나는 오늘,



여자도 순간의 감정만으로도 섹스가 가능하다는걸,



정말 사랑이 없이도 섹스가 가능하다는걸,



증명하고야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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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하늘을 봤어.







너무 맑았어.







구름 한 점 없는 10월의 가을 하늘이었지.







그런데, 빌어먹을!







또 한 번 기억해서는 안될 기억이 떠 오르고 만거야.







X X X







8월의 여름은 더위와 함께 짜증까지 보태주고 있다.



억지로 만들어 낸 직장에서의 휴가- 밤 기차를 타고 내려올때 까지만 해도 견딜만 했다. 이 더위는.



이미 식어버린 사랑만큼이나, 날씨도 한 풀 꺽여 맥을 못추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오전 일찍 시작된 더위 만큼이나, 내가 마음먹은대로 풀리지 않는 이상황이



짜증에 짜증을 더해 나를 괴롭힌다.







너 왜 이러니!







... ...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유가 뭐니, 이유나 좀 알자.







사랑에 이유있어? 없어! 오빠를 사랑했을적에도 난 이유를 붙인적 없어.







... ....







이번엔 내가 말을 할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얼마나 유치한 짓인가.







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와 택시를 잡아타고 미리 알아놓은,



대학원 진학을 위해 그녀가 다니는 학원앞에서 기다린다.



어떤 상황이 닥칠지 나도 모르고. 뭘 기대했는지도 모르지만...



9시, 10시, 11시, 12시... ... 얼마나 기다렸을까.



시원한 바닷 바람이불어오자,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래, 생각하고 들은대로다. 그녀의 옆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남자가 있다.



보통사이가 아니다! 내 머릿속에서 벨이 울린다.



머릿속에 생각하던 상황이랑 실제로 느끼는 상황은 데미지가 다르다.



묵묵히 따라 가는 나의발걸음은 확인에 불과하다.



이어지는 그녀의 집앞까지 배웅과 ... ... 능숙한 키스.



... ...



이내 사라지는 두 사람,



늦은 밤, 그녀의 집 아무도 없는 아파트 앞길에서



그녀의 방에 불이 켜지는걸 보며



나는 이미 패배자임을



나는 이미 과거의 사람이라는것을 확인하고도,



인정하기 싫어진다.



... ...



그래. 나 만의 확인은 끝났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수는 없어.



직접확인을 해야해. 그녀의 마음을. 이건 오해일지도 몰라.



그래. 한 번만 더, 한 번만더....



수많은 전화 통화로 이미 확인한 그녀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더 본다고 돌릴수 있을까?



하지만, 이대로는 안돼. 이대로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침이다. 새벽안개가 스멀 스멀 피어오르며 내 발을 잡아끈다.



흔들리듯 일어나,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초인종 소리와 함께 놀란! 잠에서 덜깬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깬 당황한 식구들의 부산한 움직임과 함께 문이 열린다.



모두가 혼란스럽다,



이른 새벽에 쳐들어온 불한당 같은 놈을 보는 여자의 아버지도 혼란스럽고,



딸의 남자친구를 처음 보는 여자의 어머니도 혼란스럽고,



잠이 들깬 상황에서 새벽의 기습으로 여자가 혼란스럽고



무얼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혹은 확인하기위해



어정쩡하게 서있는 나도 혼란스럽다.



그래, 내가 이 새벽에



내 여자로 생각했던 여자의 집에서 어거지로 만들어낸 기회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 ....시간을 달라고?



좋아! 이른 새벽 만큼이나 아직 너의 정신도



나를 준비하기에는 너무 이른 모양이구나.



그래, 니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다시 만나자꾸나... ....







말이 없다. 여전히 그녀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다정한 눈길로, 상냥한 목소리로



나를 향한 노래를 불러주던 이 여자. 이제 더 이상 노래 하지 않는다.



덥다, 더워.







오빠가 싫어 졌어







왜? - 멍청한 질문이다.







그냥! - 당연한 대답이다.







좋아, 오늘 보자고 한건 너 만큼이나 나도 깨끗하게 정리하기 위해서야



이거 니가 준거 전부다, 솔직히 내가 갖고 있으면 이거, 내가 미쳐버려서 복수나 한답시고,



인터넷에 올리지나 않을까 해서 돌려준다. 둘이 같이 찍어 프린트한 사진이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와 나만의 은밀한 사진과 주고 받았던 사소한 메모들, 작은 선물들이 의미 없이 쌓여있다.







.... .... 고마워!







냉정하군, 훗! 그래 좋아. 잘가라.







오빠도... ... 잘 살아.







그녀는 바람처럼 사라진다.



바람은 지나간 자리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한 곳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그것만이 바람의 존재 이유다.



그리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한 남자가 있을 뿐이다.



사랑을 구걸하는 한 남자가 있다. 상처 받고, 혼란스러운 한 남자가 있다.



도데체가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자기앞에 무슨 일 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한 남자가 있다.



바보같은 남자다.







길을 나서 걸어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머리속이 텅비어 간다.



의미없이 고개를 내려 앞을 쳐다보는 순간,



지나가는 차 안에는 ...



나를 먼저 알아보고 황급히 얼굴을 돌리는... 그녀가 있다.







그리고, 그늘져 잘 보이지 않는 운전석에는.... 분명히



불과 내가 12시간 전에 확인한 그녀의 남자!







순식간에 정말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길었던, 깊었던 사랑만큼이나 빠르게 그녀는 내 눈앞에서사라지고



내 하얗게 질린 눈동자에는 8월 장마가 오기 전 눈 부신 하늘이 박혀있다... ....











X X X











그때의 하늘을 닮아 있다.







정말이지,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하늘도 그날의 하늘을 닮았다.







이 여자, 이 여자도 그 때의 여자를 닮아 있다.



생긴 모습과 분위기는 다르다. 하지만, 묘하게 그녀를 닮아 있다.



하늘 때문일까?



수다스러울 많큼 느껴질정도로 이야기가 많은 던 그녀와 달리 이 여자는 말이 없다.



크다란 눈망울에 시원하게 진 쌍커플... 그늘지나시피 쑥 들어간 눈.



둥글고 귀엽게 생긴 얼굴형... 길고 갸름하면서 이지적인 얼굴형.



약간은 들려졌나 싶을만큼 오똑한 코... 얼굴의 중앙에서 고집스럽게 내려온 시원한 콧날.



붉게 빛나면서 작고 도톰한 입술... 입술은 얇지만 크고 시원하게 자리잡은 입술,



부드럽고 웨이브지는 가는 머리결... 힘있고 숱많아 더 검어 보이는 생머리.



작고 아담하지만 볼륨감 있는 체형... 키가 크고 시원시원한 스타일리쉬한 체형.



그녀가 귀엽고 반짝이는 햇살 같다면,,, 이 여자 강인하고 이지적이다.서구적인 마스크다.



모든게 대비되는 과거의 여자와 지금 내 눈 앞의 이 여자는 닮아있다.



내 눈도 나만큼이나 미쳐가나 보다.







그래서 였을가. 의미 없는 정사가 벌어졌다. 이 대낮, 호텔 정원에서 ... ...



있을 수 있는 일일까?



풋, 쓴 웃음이 난나.



뭐 하기야. 세상을 살다 보면 더 의미없는 일들이 많고,



있을 수 있는 일보다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이 생기곤 하니까...



세상 일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건 너무 피곤해.



설사 나중에 큰 의미로 남을 지라도 지금은 너무 피곤해.



지금은 생각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내가 만든일, 그로 인해 생긴일들을 내 머리속에서 정리하기도 바빠.



그기다 오늘의 섹스는 열정적이고 내 에너지를 쑥 빼버릴 만큼 피곤했어.



이 여자, 나하고의 섹스가 잘 맞는거 같다.



웬지 이상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 이 여자와의 질긴 인연이랄까 뭐 그런것 말이야.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오늘의 인연은 여기까지 일것같다.



"윤수인"이라고 한다... "이동철"이라고 했다.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단다. 길게 입가에 걸리는 미소가 시원하다.



이름... 그 사람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손을 뻗어 여자의 얼굴에 걸린 미소에 대어본다.



수인의 얼굴이 발갛게 피어오른다.



디시 피곤이 밀려온다. 그래 너무 피곤해. 당분간은 푹 쉴 생각이야.



지난 일주일은 혼란스러웠고 너무 힘들었다,



이틀의 휴식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혼란스럽다.







천천히... 천천히... 생각해 봐야겟다.



궂이 내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진 않더라도, 내 행동의 결과는 알아 봐야 할것 아닌가.







내 복수는 과연 미친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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