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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포효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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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준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 다른 곳도 아니고 직장에서 밥을 먹으라니, 역시 미친놈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희수도 차에서 내렸다.



<청음>으로 들어가는 효준을 보며 희수는 차 옆에 서 있었다.



대표 윤효준하고 함께 있는 걸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눈빛을 받고 싶지 않았다.



윤 대표와 무슨 사이냐는 질문도 받고 싶지 않았다.



저 안에 들어가서 가십거리가 되느니 돌아서자는 생각에 희수는 걸음을 돌렸다.



택시 잡아타고 집에 가자는 생각으로 몇 걸음 내디뎠는데 곧바로 뒤따라온 효준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뭐 하는 거야?”







“밥 먹기 싫어요.”







“그렇다고 이대로 도망쳐?”







“도망?”







“이게 도망이 아니면 뭐야?”







“내가 왜 당신 뜻에 따라야 하는데요? 싫어요.”







“징징거리는 아이 같군. 좀 성숙한 어른처럼 행동하면 안 돼?”







희수는 효준의 팔을 뿌리쳤다. 징징거리는 아이? 사람 돌아버리게 만들려고 작정한 걸까? 이렇게 마주 서 있는 것도 역겨운데 덜떨어진 인간 취급받으니 살이 떨렸다.







“징징거리는 아이?”







“할 말 있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데요? 난 할 말 없다고.”







“강희수!”







효준이 절제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희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싫다는 말만 계속 하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정말 징징거리는 아이 같았다. 속수무책으로 그를 밀어내려고 하는 것이 그에게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희수는 몸을 돌렸다. 이번엔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는 심산으로 <청음>으로 향했다.







<청음>으로 들어와 효준이 희수를 데리고 간 곳은 대표실이었다. 왜 대표실로 가나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오니 대표실 테이블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휘둥그레 눈뜬 희수는 음식과 효준을 번갈아 봤다.







“여기서 먹자고. 관계자가 홀에서 먹는 거 이상하잖아. 특별한 날도 아닌데. 앉아.”







희수는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재킷을 벗은 효준도 소파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정말로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할 말이 있다고 하고선 말은 잇지 않고 먹기만 했다. 왜 안 먹느냐는 듯 쳐다보자 희수는 젓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먹지는 못하고 젓가락을 들고만 있었다.







“배 안 고파?”







“할 말이 뭐예요? 내가 먼저 얘기해요?”







효준은 먹는 걸 멈추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이성적으로 보이는 희수가 달라 보였다.







“해.”







“대표님이 하라는 일은 다 할 거예요. 하지만 그건 공적인 일에 한해서예요. 사적으로는 엮이고 싶지 않아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시 시작하자는 대표님 말씀 못 들은 거로 할게요. 징징거리는 아이요? 구역질이 날 정도로 너무 싫어서 그렇게 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난 대표님이 정말 싫어요. 그러니까 다가오지 마세요.”







“지금 내가 하려는 말도 공적인 거야. 앞으로 당신은 셰프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일하지 못할 거야.”







“무슨 말이에요?”







“앞으로는 내 비서로 일하게 될 거야. 본격적으로 일 시작해야 하는데 비서 구할 시간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정신 나갔어요? 이런 식으로 내 일을 뺏겠다는 거예요? 정말로 이럴 거예요?”







“그럴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럴 거라고도 했고. 내일부터 비서야.”







“싫은데요.”







“공적인 일로는 뭐든 다 하겠다고 방금 말했어.”







“그래도 이건 아니죠. 왜 내 일을 뺏으려고 해요?”







“왜냐면 내가 갑이고, 당신이 을이니까. 당신이 싫다, 좋다 할 처지가 아니야.”







“사표 내면 다른 곳에서 일 못 하게 할 거예요?”







“당연하지.”







“악질! 갈게요.”







희수가 찬바람을 일으키며 대표실을 나갔다. 효준은 등을 등받이에 대며 소파에 묻혔다.







희수는 막강했다. 징징거리는 아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 정도 반응이야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계약서로 발목을 잡아두었다.



그리고 곁에 두고 보고 싶었다. 평생을 다한다고 해도 희수 마음을 녹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시작은 됐고, 밀고 나갈 생각이었다. 그는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대표님.]







성 실장이 전화 받았다.







“말한 거 시작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효준은 전화를 끊고 바로 대표실을 나섰다.







***







“아버지.”







“이럴 거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지 말았어야지. 일은 네가 다 저질러 놓았으면서 이제 와서 뭘 어쩌라는 거냐?”







진선은 부친인 담운을 눈물 젖은 눈으로 쳐다봤다. 효준이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 여자를 차에 태우고 멀어졌을 때 영영 그를 놓칠 것 같아 두려웠다.



효준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는 차가웠다.



사랑보다 일에 더 빠져 있는 효준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만 보고 있었다.



홧김에 이혼을 하긴 했지만, 실수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시 효준과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었다.







“실수였어요. 전 효준 씨를 사랑해요. 되찾고 싶어요.”







“그 녀석 마음도 그러냐?”







“여자가 있어요.”







“뭐라고?”







“결혼 전부터 여자가 있었어요. 정리하고 나에게 온 거였어요. 그래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그 여자하고 같이 있다는 거냐? 넌 그런 놈인데도 되찾고 싶은 거고?”







“효준 씨는 내 사람이에요. 포기할 수 없어요.”







담운은 한심하다는 듯 진선을 응시했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것이 없었던 하나뿐인 딸이었다.



성적도 중간 정도였고, 끈기가 없어서 뭐 한 가지도 제대로 배우질 못했다.



뒷돈을 써서 대학에 들여보냈는데 졸업을 해도 별 볼 일 없을 것 같았다.



그런 참에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며 데리고 왔다. 뒷조사해보니 평범해도 너무 평범했다. 집안도 평범했고, 윤효준이라는 인간도 너무 소박했다.



그런데도 결혼을 허락한 이유는 윤효준의 눈빛 때문이었다. 야심이 가득한 눈빛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질 것 같은 위력을 발산했다.







바로 허락하지 않고 효준에게 숙제를 내주었다. 그



는 그 숙제를 아주 훌륭히 해내면서 삼광그룹의 사위가 되었다. 삼광그룹은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으뜸인 것이 요식업이었다.



담운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요식업이었다.



마침 윤효준이 셰프 공부를 하고 있어서 흥미를 느끼기도 했었다.



사랑에 집착하는 것은 못난 짓이라고 생각했던 담운은 효준의 야심이 마음에 들었다.



공부도 할 겸 프랑스로 내보냈는데 8년이 지나 이 사단이 난 것이다.







“그게 네 마음만으로 되는 거냐? 어떻게 남자 마음 하나 잡지 못하고 일을 이렇게 만들어?”







“내가 나빴던 거 아니에요. 그 사람이 너무 차가웠어요. 곁을 주지 않았다고요. 그러니 내가 어떻게 견딜 수 있었겠어요.”







“그래서 네가 이혼하자고 한 거냐?”







“아니에요. 그 사람이 하자고 했어요.”







“효준이가?”







“네. 그, 그랬다고요.”







진선은 담운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더듬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담운은 진선을 살피듯 바라봤다.



효준에게 다짐받은 것이 있는데 먼저 이혼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진선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 담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하나 똑 부러지게 해내지 못하는 진선이 못마땅했다.



그래도 딸이니, 어쩌겠는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효준이 괘씸하기도 했다. 귀국하고도 아직 찾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네 방으로 가거라.”







“아버지.”







“아버지가 알아서 할 테니까 기다려.”







“정말이죠? 난 아버지만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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