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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골 저택의 황태자(수정본) - 1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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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골 저택의 황태자 18부.
선경은 얼마 전,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끌러온 여자을 살펴보았다. 커다란 가슴, 풍만한 엉덩이를 가진 명품 몸매에 머리까락이 허리까지 치렁치렁하며, 얼굴은 보는이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 정도로 요염(妖艶)한 여인이었다. 처음 이곳에 잡혀왔을 때, 선경 두려움과 공포에 울음을 그치지 못했는데.........지금 잡혀온 여인은 비록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는 못하지만 예전의 선경처럼 울지는 않는다.
“이름이 뭐죠?”
선경의 물음에 여자는 선경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짧게 대답했다.
“이화선. 당신은?”
“김선경이에요. 저도 잡혀왔지요.”
“그래요. 선경씨는 이곳에 온지 얼마나 됐죠?”
“몰라요. 다지 느낌상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아요.”
“혹시.........이곳이 뭐하는 곳이지 알아요.”
“저보다 먼저 온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의 말로는 여자를 충성스러운 개로 만드는 곳이라고 했어요?”
“여자를 개로.......?”
“예! 저도 처음에는 무슨 뜻일지 몰랐는데..........이곳에서 며칠지내는 사이 개가 되어있는 제 모습을 보고 무슨 뜻일지 알았어요.
“..............”
“개처럼 주인 앞에서 꼬리를 치고, 주인의 말에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인격이 말살(抹殺)된 충성스러운 개가 된 거죠?”
“그동안 고생이 많았나 보군요. 남자새끼들은 다 그래요. 여자를 인격체로 보지 않고 심심할 때,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죠?”
화선의 말을 들어보면, 선경처럼 평범한 여인은 아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선경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아오진 않은 모양이다.
“그런 눈으로 볼 필요는 없어요. 직업이 몸 파는 년이라 남자새끼들 생리에 대해 조금 알고 있을 뿐이죠. 아마 이곳에 있는 새끼들은 다른 놈들보다 좀 심한 모양이죠?”
“무섭지 않으세요.”
“뭐~ 죽이기야 하겠어요. 개처럼 기라면 기고, 짖으라면 짖고, 벌려달라고 하면 벌려주면 그만이죠. 그런 놈들은 기분만 마쳐주면 돼요.”
“하~~ 무섭다.”
선경과 화선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장웅이 들어왔다. 장웅은 들어오자마자 선경의 눈을 하얀 천으로 가렸다.
“왜? 또?”
“지금부터 내말 똑똑히 들어라.........넌 지금 태자님께 간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받은 교육을 기억하고 태자님을 성심을 다해 모셔야 한다. 만일에 태자님의 명령에 반항하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리면..........수지처럼 다시 이곳으로 끌려오게 될 거야. 무슨 말이지 알지.”
선경은 이제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태자라는 남자에게 끌려가면 어찌 될까? 그 남자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만일 그가 만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이제 순결 같은 것은 따질 생각도 없다. 이미 장웅에게 당할 만큼 당해서, 더 이상 망가질 것도 없고, 지킬 것도 없지 않는가? 다만 겁나는 것은 태자라는 놈이 장웅보다 더한 놈이라는 과연 자신이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될 뿐이다. 눈을 가린 상태에서, 끌려가는 중에 불안이 가중되어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많은 계단을 올라갔고........길 복도를 지나서..........문이 열리며 장웅이 멈추었다. 발바닥에 부드러운 양탄자 느낌이 났다. 목적지에 온 것일까?
태자는 선경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개목걸이까지 한 상태에서 끌러오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첫눈에 반해 그녀의 사랑을 갈구했다. 그녀의 반응에 마음은 쓰리고 아팠지만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서둘려 포기 했다. 지금까지 관심을 보인 많은 여자들은 가신들에게 잡혀와 한 마리 개가 되어 자신 앞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던 여자를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여인들이 자신을 왕처럼 받들어 주고, 그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에 환호(歡呼)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려........세상의 옮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자신의 행동이 결코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해 양지의 저택에서는 당연한 일이지 모르지만 세상의 통념(通念)으로 보면 엄청난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태자는 그 사실을 깨달고부터 자신 때문에 더 이상 망가지는 여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으며, 그 노력의 하나로 모든 여자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선경은 자신의 이런 맹세를 순간적으로 흔들리게 한 여자다. 첫눈에 반해 자신의 맹세를 잃어버리고 그녀의 사랑을 갈구했다.
선경은 자신의 애정을 거부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싫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학생의 신분으로 학업에만 충실하고 싶으니 당분간은 남자를 사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그녀을 설득했다면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신들은 그런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선경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가신들이 알게 된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하여 한 마리 충실한 개로 만들어 자신 앞에 끌고 올 것이다. 자신은 그걸 원하지 않았다. 선경의 인생을 그런 식으로 망가트리고 싶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은 선경의 마음이지, 말 잘 듣는 개가 아니다. 그래서 서둘려 미련을 떨쳐 버리고 그녀의 겉을 떠났다. 태자를 하늘처럼 모시며 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가신들이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바로 태자의 여자 문제다. 그건 태자 아버지가 가신들에게 부탁한 유언 때문이다.
“태자가 원하는 여자라면.........이미 결혼한 여자나 불구(不具)가 아니라면, 그 어떤 여자라도 태자의 소유로 만들어라.”
태자가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는 태자의 대에서 가문의 대가 끊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유언을 남기신 것이다.
태자가 손을 흔들자 장웅이 밖으로 나갔다. 태자는 선경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번 들어온 물건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규칙이 있느니 그년을 보내 줄 수는 없다. 아니 보내 준다고 해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할 것이다. 장웅에게 7일을 잡혀 있었다. 보지 않아도 장웅이 선경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고 있다. 그런 충격을 받은 선경이 밖으로 나간다고 정상인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녀는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 그건 불변이다. 그런 그녀를 위한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자신의 여자가 되는 것이다. 양지의 저택에 소속되어 있는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공용(共用)이다. 물론 부부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며, 되도록 이면 인정을 해준다. 하지만 기본원칙이 있기에 양지의 저택에 소속된 여자라면 남자들의 요구를 절대 거절 할 수 없다. 다만 가주의 여자만은 예외다. 선경이 자신을 거부하거나.........자신이 선경을 거부하게 되면...........선경의 다른 양지의 여자들처럼 남자들의 공동여자가 될 것이다.
선경이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도 천하에 다시없는 악당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한때나마 가슴에 품었으며, 지금도 아련한 감정이 남아있는 선경에게 악당이 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는 없다. 태자는 선경이 입을만한 옷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옷이 없다. 태자는 남방을 벗어 선경의 어깨에 걸쳐준다.
선경은 겉에 있던 장웅이 나갔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또한 방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말이 없다. 혹시 자신의 알몸을 살펴보고 있는 것일까? 여기 저기 살펴보았지만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가 자신을 거부하지 않을까? 퇴짜를 맞으면 장웅에게 다시 끌려가야 한다. 선경은 그런 생각이 들자 공포가 밀려왔다. 장웅에게 다시 끌려가면.......또 어떤 형벌이 내려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조용하던 실내에 부스럭거리는 소리 난다. 자세히 들어보니 옷을 벗는 소리 같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장웅은 자신의 순결을 태자에게 받칠 거라면 절대 음부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 주인이 나타났다. 21년 동안 간직했던 순결이 짓밟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자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된다. 상대가 자신을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런 최소한 장웅에게 다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상대가 자신에게 무슨 요구를 할지 모른다. 그동안 갖은 고초를 겪었기에 웬만한 일은 겁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장웅보더 더한 놈이라면..........장웅보다 더한 변태라면 과연 자신이 참을 수 있을까? 다가오는 공포에 선경은 부들부들 떨어야 했다. 그런데 무엇인가 어깨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선경은 덜컥 겁이 난다. 분명히 옷이다. 상대가 옷을 입혀준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그만 가보라는 뜻일까? 그럼 다시 장웅에게 끌려가야 한단 말인가?
선경에게 옷으로 걸쳐 주었는데...........얼굴이 창백하게 변해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이런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장웅에게 7일을 잡혀 있었다고 했다. 보통 여자들이 5일이면 끝나는 과정을 7일이나 걸렸다. 7일일 이란 시간은 선경에게 지옥이었을 것이다. 장웅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겠는가? 선경의 어깨를 잡아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선경이 품속에 들어와 작은 새처럼 떨고 있다.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살펴보니 엉덩이에 많은 상처들이 있다. 순간적으로 울화(鬱火)가 치밀어 오른다. 상처들이 그동안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선경이 자신을 만나지 않았다면..........자신이 선경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면.........선경이 이런 고통을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난다.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미안해.”
태자는 작은 선경의 몸을 힘주어 안아준다.
남자가 안아준다. 자신이 퇴짜를 맞은 것이 아니다. 이젠 장웅에게 끌려가진 않을 것이다. 남자가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까락을 쓸어준다. 최소한 장웅처럼 거친 남자는 아닌 모양이다. 남자가 떨고 있다. 무슨 일일까? 왜 떨고 있는 것일까? 진정되었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 진다. 남자가 팔에 힘을 준다. 숨이 막힌다. 남자가 미안하다고 속삭인다. 이건 또 무슨 의민가? 미안하다니.......무엇이 미안하다는 말인가?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서 들었으며 누굴까?
선경의 눈을 풀어주는 것이 겁난다. 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지 않는가? 떨리는 손으로 선경의 눈을 풀어주자, 선경은 갑자기 밝은 빛에 노출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빛에 눈이 익숙해지며 한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눈, 코, 입의 형태가 또렷해지고 전체적인 모습이 확실해지자 선경은 눈앞의 남자가 강태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는 이 아무도 없고, 무섭기만 한 이곳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니 갑자기 긴장이 풀려 태자의 품에 쓰려진다. 태자는 선경을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흐~흑~~흐”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이를 악물고 참으려 해도 멈출 수가 없다. 태자의 마음이 찢어진다. 그동안 얼마나 고초를 당했으면 이렇게 서럽게 운단 말인가? 더군다나 모든 일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 선경이 진정될 수 있도록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한참을 울다보니 조금은 진정된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지금 알몸이나 마찬가지다. 창피하고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다. 그동안의 조교을 통해 이런 감정은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장웅 앞에서는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온갖 추잡한 짖을 다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선경은 한때라마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태자이기에 본연의 모습을 찾은 것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은 모든 여자들이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왜 이곳에 태자가 있는 것일까? 위험천만하고 지옥 같은 이곳에 말이다. 여긴 위험한 곳이다. 무서운 곳이다. 태자가 있으면 위험하다. 놈들이 태자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태자씨! 도망가요! 여기 있으면 안돼요. 놈들에게 잡히면 태자씨도 위험해요.”
눈물이 핑 돈다. 이 상황에서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더 걱정하는 선경의 마음에 눈물이 나오려는 것이다. 그렇다. 선경은 이런 여자다.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착한 마음씨를 가진 여자다. 아름다고 착한 여자이기에 태자가 사랑하게 된 여자였다. 만일 외모만 아름다운 여자였다면 태자가 사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미안해. 선경아!”
“무슨 소리에요. 빨리 도망가요. 태자씨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잡히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요.”
“괜찮아. 걱정하지 마!”
“태자씨 바보야. 제가 그렇게 냉정하게 대했는데도 아직도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거예요. 전 이제.......태자씨에게 갈 수 없는 몸이에요. 그러니 저 같은 건 잊어버리고 빨리 도망가세요.”
“바보. 내가 외모나 보고 사랑한 줄 알아.”
“무슨 소리야.”
“난 선경의 바르고 착한 마음을 보고 사랑한 거야. 선경이의 외모가 어떻게 변해도 그 마음만 변하지 않았다면 나는 선경을 사랑할 거야.”
“아이~.........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태자씨 잡히면 죽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마음이 급해진 선경은 이젠 존대도 하지 않는다. 태자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던 선경은 지금까지 태자와의 대화에서 향상 존대를 했다. 태자를 멀리하기 위해서다.
“바보야. 여기가 우리 집인데, 누가 날 죽어.”
“머.......뭐라고! 우. 리. 집”
선경은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다. 우리 집이라니, 태자의 집이라는 말인가? 사실 선경은 태자에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남자를 사귈 마음이 없었기에 관심을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자신도 태자가 싫지는 않았다. 태자는 신촌일대 대학가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이미 대학 3학기에 사법고시 1차 시험을 합격한 재원에 키도 크고 미남이라 여학생들 사이에 최고의 킹카에 통했다. 태자가 자기를 따라다니자 많은 여자들이 시샘할 정도였으니 말하면 입만 아플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남자를 사귈 생각이 없었다. 아직은 공부에만 열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 남자가 지금 이곳이 자기 집이라고 한다.
“여기가 태자씨 집이라고 했어.”
태자가 머리를 끄덕거리자 머리가 혼란스럽다. 그럼 이곳이 태자의 집이고, 바로 이 남자가 자웅이 말하던 태자님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자신은 장웅에게 들었던 태자님 단어를 한 번도 명사로, 그것도 사람이름과 연관지여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냥 장웅이 자신이 모시는 사람을 높여 부르는 인칭대명사로 생각하고 태자라는 사람은 나이도 많고 무서운 인상을 가진 사람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태자를 보니, 그의 이름이 강태자라는 사실이 생각났다. ‘태자’는 인칭대명사가 아니고 강태자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럼.......태자씨가..........그 태자님이야?”
“내 이름 몰라........강태자잖아..”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강태자가 태자라니..........그렇게 무섭게 생각했던 괴물 같은 태자와 자신의 사랑을 갈구했던 태자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에 선경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멍하니 태자를 바라본다. 태자는 선경이 받았을 충격을 알기에 묵묵히 선경의 다음 반응을 기다린다.
“태자씨! 무서운 사람이다.”
“미안해! 내 뜻이 아니었어. 지금 와서 변명해야 안 믿겠지만 선경이 잡혀 왔다는 건 나도 몰랐어.”
“태자씨가 여기 대장 아니야?........태자라는 사람은 왕이요. 신이다. 그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난 그렇게 배웠는데........그게 아니야.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맞아. 네 말이 다 맞아. 하지만 네가 여기 잡혀온 건 몰랐어. 정말이야. 믿어줘~”
“아니..........믿을 수 없어. 지금 날 보고 뭘 믿어 달라는 거야?”
“그래. 내가 지금 무슨 한들 믿기 힘들겠지. 이해해. 더 이상 변명하지 않을게.”
선경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장웅이 말하던 태자가 강태자였다. 그는 이곳의 절대자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여기 잡혀온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럼 자신은 여기 왜 잡혀온 것일까? 자신의 왜 잡혀왔으며, 왜 이런 고초를 겪어야 하는 것일까? 태자는 변명하지 않겠다고 했다. 변명? 무엇을 변명하단 말인가? 변명하지 않겠다는 말은 더 이상 대답도 하지 않겠다는 말일까? 모르겠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그런데.........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강태자가 이곳의 왕이라면.........자신의 운명도 그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맞다. 태자는 이곳의 왕이다. 자신의 운명은 태자의 손에 달린 것이다.
“나..........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고 싶은데..”
“집에 가고 싶어.”
“미안해. 그건 안돼”
“안돼. 왜 안돼? 참~ 그렇지! 태자씨도 내 몸이 탐나서 잡아왔지. 날 개처럼 끌고 다니며 욕보이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려고 잡아온 거지. 내가 착각 했네. 아직 즐기지도 못했는지 보내줄리 안 돼지. 좋아 그럼 빨리해. 나도 준비 됐어. 망설이지 마”
선경은 태자의 가슴을 밀치고 지금 떨어져 다리를 활짝 벌렸다.
“자~ 이제 됐지. 맘대로 해. 가지고 놀만큼 놀고 지겨워지면 집에 보내죠. 그건 해줄 수 있지. 태자씨가 이곳에서 왕이라며. 안 그래.”
선경의 울부짖음에 태지가 할 말이 잊어버리고 조용히 선경을 바라보고만 있자, 선경은 서러움에 복받쳐 고개를 숙이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흐흐흑. 이 나쁜 놈아. 그럼 되잖아. 그렇게 하면 되잖아.”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지금 선경에게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자신에 대한 불신(不信)의 벽이 높아,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신의 벽만 높아질 것이다. 선경에게 어찌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그녀를 위한 길일까? 그래. 숨김없이 진실을 알려주자. 그녀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진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게 그녀를 위한 길이다.
“미안해. 가문의 가법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내가 이곳의 왕이라고 해도 법은 지켜야 해. 대신 이곳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줄게. 그게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야.”
태자는 마음을 독하게 먹기로 했다. 감정에 휘말려 변민하고 아파한들 답이 없다. 자신이 냉철하게 하지 않으면 선경만 더 힘들어 질뿐이다.
“일어나! 언제까지 울고만 있을 거야”
갑자기 차가워진 태자의 목소리에, 흥분하고 있던 감정이 차갑게 식었다. 아무리 떠들어도 자신의 운명이, 태자의 손에 달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 앞에 있는 태자는 예전에 자신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태자가 아니라 지옥 같은 이곳의 절대자인 것이다. 선경은 눈물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와!”
태자의 명령을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선경은 태자의 뒤를 따른다. 태자가 밖으로 나오자, 여비서가 말없이 허리를 숙인다. 한참을 가던 태자가 벽 앞에 멈추었다. 벽에는 금속제질로 만들어진 거대한 용의 형성이 양각되어 있었다. 태자는 용의 비늘 중에 누르니 벽이 통째로 올라가며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투명한 유리로 된 천장에서 밝은 빛이 솟아지고, 바닥에는 넓은 수영장이 있었다. 벽 사이를 하나 두고 한쪽은 어두컴컴한 복도고, 한쪽은 넓은 수영장과 잔디밭을 비롯한 기기묘묘한 나무들이 자리고 있는 숲이 보인다. 이걸 믿어야 할까? 선경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태자가 말없이 잔디밭 사이의 길을 따라 걸어가자 선경도 뒤를 따른다.
“우르르.......~”
벽이 다시 닫히고 있다. 태자의 뒤를 계속 따라가자 다시 기다란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양쪽으로 문들이 즐비하다. 모두 방들인 모양이다. 태자가 복도 끝에 다다르자 4개의 문이 열리며 각각의 방에서 여자들이 나타났다. 바로 교복을 입고 있던 미나............한복을 입고 있던 지나.............기모노를 입고 있던 요코............차이나복을 입고 있던 링링이다. 그녀들은 모두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가장 연장자인 미나가 대표로 인사를 하고 다른 여자들은 허리를 숙었다.
“모두들 따라와!”
태자가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4명의 여자가 뒤를 따르고, 선경도 그들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선경은 방을 둘려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렇게 화려할 수 있을까? 그 넓이부터 거대하지만.........벽에는 대충 보아도 진귀한 그림들과 장신구들로 가득하고, 방의 곳곳 위치한 가구들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진귀한 가구들로 가득했다. 태자가 방의 중간에 있는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태자를 중심을 양쪽에 있는 긴 소파에 미나, 지나, 요코, 링링이 자리했다. 선경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태자가 부른다.
“이리와!”
태자의 명령에 잠시 고민하던 선경은 힘없이 태자의 앞으로 걸어간다. 이곳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태자가 선경을 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힌다. 선경은 감히 반항하지 않는다. 억울하고 슬프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인사해. 앞으로 같이 지내게 될 친구야. 이름은 김선경이야.”
“안녕! 반가워 앞으로 잘 부탁해.”
4명 모두 미소로 선경에게 인사를 한다. 선경은 자신이 알몸인 상태로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창피하고 부끄러워 죽고만 싶었다. 그런데 4명의 여자들은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주인님과 어떤 관계죠”
미나가 용기를 내서 태자에게 질문했다. 태자는 말없이 4명의 여자를 둘려보았다. 4명 모두 사랑하는 여자들이다. 또한 자신을 신처럼 믿고 따르는 여자들이다.
“사랑하는 여자야.”
미나를 비롯한 3명의 여자들이 그냥 고개만 끄덕거린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는 듯 놀라는 기색도 없다.
“동생이 생긴 거죠. 그런데 좀 섭섭해요. 저희들에겐 사랑하단 말씀 못하시는 분이..........처음 온 동생을 소개할 때 사랑하는 여자라고 소개하시다니............”
“사실이야. 한동안 사랑했던 여자고............지금도 사랑하는 여자야. 당신들이 잘 해주면 좋겠어.”
“알았어요. 저희들이 감히 어떻게 주인님의 명을 거역할 수 있겠어요.”
“미나, 지나, 요코, 링링..........명령이 아니야. 지금 부탁하는 거야”
여자들은 깜짝 놀란 표정이다. 태자가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라고 했다. 향상 당당하던 태자가 자신들에게 부탁한다고 할 정도의 여자란 말인가? 그 정도로 태자에게 가치(?)있는 여자라는 말인가? 약간 질투가 난다.
“미나가 책임지고 선경이 적응할 수 있도록 보살펴 줘~. 나는 지금 공부해야 되니 갈게”
“예. 걱정하지 마세요. 잘 보살펴 줄게요.”
“부탁해.............선경은 이곳에 있어.”
태자는 선경을 무릎에서 내려주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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