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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 3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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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제 31 부 : 그녀와의 작별







‘띵동…..띵동…..띵동….’







그러나, 집 안에서는 기척이 없었다. 지치고 피곤이 몰려 오고 있었지만, 일말의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윤택의 집에 무슨 변고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볼 일이었다.







‘딸깍..’







소리 없이 스르르 열리는 현관문…. 문을 여니, 눈 앞에는 윤택의 처가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늦으셨네여.’







‘윤택이는여?’







‘자여. 성자씨는 곧 나올꺼구. 근데 제가 나오지 말라고 했져.’







‘왜여?’







‘일단 들어 오세여. 밖이 춥져? 저녁 식사는 어떻게?’







‘아직….’







‘조금 기둘리세여. 제가 곧 뎁히져.’







‘아니, 이렇게 늦은 시각에..그냥 사발 면이나 뭐 간단히 요기나 할거면 되는데….번거롭게 폐나 끼치는 건 아닌지…..’







‘앉아서 기다리세여, 성자 있는 방에는 들어가지 마시고….’







‘아니, 뭔 일 있어여?’







‘아녀, 뭔일은…. 진검사님께 있져.’







진검사는 그제서야, 윤택의 처가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윗도리를 벗고, 식탁에 앉아 있는데, 윤택의 처가 내온 음식은 팥죽 이었다.







‘입맛에 맞으실런지는 몰라도, 하여간 드시기나 하세여.’







‘간이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어디 간장 이락두….’







‘소금으로 간을 해서 드셔야 해여. 그것도 굵은 소금으로…..’







윤택의 처가 내미는 대로 진검사는 맛대가리도 없게시리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해서, 그 뻑뻑한 팥죽을 그래도 기어이 다 비웠다.







‘성자는 잡니까?’







‘아녀. 지금 진(陣) 안에 앉아 있어여.’







‘진 이라녀?’







‘지금 진검사님 이랑 같이 들어온 혼령이 여기저기를 들쑥이고 다니고 있어서 말이져. 오늘 밖에서 뭔 일 있으셨져?’







‘그걸 어떻게….’







‘오늘 진검사님 궤를 집어보니 큰 일이 나도 여럿이 났겠다 싶어서, 우선 성자씨를 진 안에 가두어 놓고 기다렸지여. 이름하야, 진검사님과 같이 온 혼령들은 원혼 이에여.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라 이 말이져. 생각 같아선 들어서시는 정면에 팥을 뿌렸어야 하는데, 얘기나 들어보자 싶어서 그냥 놔 두었져. 우리 집은 보통 집처럼 보여도, 혼령이 설사 잘못 들어왔다손 치더라도, 제 허락 없이는 나갈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져. 지금쯤 잘못 들어왔다 싶을 꺼에여.’







진검사는 소름이 좌악 돋고 있었다.







‘그럼 그,그게 보입니까?’







‘그럼여.’







‘아니, 그럼 윤택이나, 비선이에게 해가 가지 않을까여?’







‘걱정 마세여. 저렇게 혼령이 산 사람의 신체를 찾아 빌붙기라도 할 것처럼 방황하는 이유는 끝내 죽고 싶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져. 그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죽음을 끝끝내 느끼면서 죽어갔다는 걸 의미하니깐요. 우리 세 식구는 걱정 없어여.’







‘왜져?’







‘그건 우리 세 식구 곁에 범접할 수 없기 때문 이에여. 우리들의 몸은 이른바, 살아있는 부적이지여. 제가 비선이 아빠랑 비선이 에게 제게 있는 것과 같은 타점금침(打點金針)을 시술했기 때문 이에여.’







‘타점금침 이라녀?’







‘뭐 자세히 말씀 드려야 이해가 가지 않으시겠지만, 쉽게 얘기해서 금침을 몸에 박아서 그것으로 부적을 삼았다는 얘기에여. 타점금침은 평생 세 번 밖에 시술할 수 없져. 그리구, 시술 후에 한 달이 지나면 엑스레이로 찍어도 안 나와여.’







‘아니, 금침을 맞았다는 사람들, 평생 엑스레이로 찍으면 대번에 나온다는데….’







‘그건 가짜에여. 말만 금침이지, 진짜 금침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 없어여. 중국의 원류를 유지하는 그 곳에서만 비밀리에 만들어져여. 그 금침은 그 날카로움이, 손으로 그냥 피부에 눌러 박아도 쑤욱 들어갈 정도지만, 분필보다 부드럽게 종이에 금이 갈아지면서 글씨조차 쓸 수 있어여. 그래야 효과가 있는 거져. 타점금침은 앵초로 만든 붉은 먹으로 점을 찍져. 그 타점에다 하루 동안 그 비기의 금침을 시술해여. 그건 침을 박아 넣는 것이 아니라 날린다고 봐야져. 예전 달마대사께서 혈도를 찾아 시술하실 적에도, 지금처럼 침을 놓은 것이 아니라 내공으로 날렸다고 되어 있져. 그렇게 타점마다 금침을 시술하고 나면, 바로 혼절해 버려여. 그리고 나서, 그 부드러운 금침이 살 속에서 천천히 깎여 나가는 겁니다. 그러면서 막혔던 기혈이 금가루로 화한 금침의 덕을 보게 되는 거져. 더 신기한 것은 금침의 효력이 발생되기 시작하면서 그 붉은 색의 앵초 자국이 바로 사라지는 거져. 물로도 안 지워지는 게 말이져.’







‘엥? 그건 무슨 말이져?’







‘연지, 곤지라고 들어 보셨져?’







‘네, 예전에 시집갈 때, 신부의 이마와 뺨에 찍는 거 말하는 거져?’







‘네, 옛날 중국에서는 그 앵초를 짓이겨, 예전 황실과 혼인을 위해 마음을 먹고 키우는 여식의 팔목에, 매일 손도장을 찍듯이, 그 앵초의 붉은 물을 봉숭아처럼 들입니다. 그렇게 혼인을 앞두고 까지 계속 들였던 앵초의 물은 왠간한 것으로도 지워지질 않죠. 다만, 초야를 치루고 난 다음날 아침에는 씻은 듯이 사라지져. 단, 그 때까지 처녀를 유지했을 때만…... 신기해여? 우리에게 그 풍습이 전해지기는 했는데, 그냥 이마와 뺨에 붙이고, 자기가 처녀임네 알리면서 혼인만을 했져. 속이야 어떨는지 알지도 못한 채…..’







‘그럼, 어째서 나에겐 해가 없는 거져? 대체 어떤 혼령 이길래…..’







‘잠시만 계셔 보세여. 누군지 금방 알아볼 수 있어여.’







윤택의 처, 상군은 손바닥에 무언가를 적어, 진검사의 머리 위로 흔들었다.







‘아니, 그 년 아냐?’







‘그 년 이라녀?’







‘년, 놈이 같이 왔구만…..내가 비선이 아빠를 통해 진검사님께 헤어지라고 했던 그 년….놈까지 죽었구만. 이제 알겠수.’







진검사는 그제서야, 보이지는 않아도 자기의 곁에 머물고 있다는 혼령이 미주와 현석임을 알게 된다. 왈칵하고 울음이 치솟는 것은, 아직까지 가슴속에 남은 그녀에 대한 연민 때문이기도 했다.







‘잘 들으세여. 혼령은 진검사님의 그런 마음의 상처를 깊이 벌리고, 째 가면서 파고 든다는 걸 아셔야 해여. 우리가 모르긴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반 이상은 귀신과 같이 살고 있는대도 불구하고 알아차리질 못하는 게 보통 이라우. 어떤 이들은 자신의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대도 불구하고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 입지여. 이런 원혼의 경우, 제대로 보내질 않으면, 언제고 진검사의 심사를 싸잡아 먹으면서, 모든 것을 피폐하게 만들 테니…..’







‘아니, 사람이 어떻게 혼령에게 휘돌림을 당할 수가….’







‘그게 사람 이우. 쓸데없이 마누라가 미워 보이고, 자식이 눈 밖에 나고, 일터에서 툭하면 성 나서 맘에 없는 짓거리 해대는 인간들, 해도 해도 섹스가 성에 안차고, 치마만 둘러도 좇대가리가 지랄을 치는 인간들……잘 살펴 보면, 모두 귀신 장난에 휘돌리고 있는 중이란 거, 알랑가 모르시겄네. 근데, 진검사께서 비명 횡사한 저 원혼들의 시신을 거두셨소?’







‘네. 제가 그 현장에 있었기에…..’







‘잠시만, 무슨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진검사는 주문을 외우며, 무언가에 골똘히 빠져들어가는 윤택의 처, 상군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금부터 혼령이 진검사에게 한마디 한다니, 들어나 보시구랴. 그렇게만 해준다면 떠난다는데, 어디 한번 믿어나 볼까나?’







진검사는 순간, 상군의 머리 결이 실내 인데도 불구하고 휙 휘날리는 것을 보게 된다.







‘……나야, 미주…..이렇게 괴롭혀서…… 미안해….’







‘미….미…미주야!’







그건 생전에 듣던 미주의 목소리와 너무도 흡사했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리질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상군의 입을 통해서 미주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건 실제로 귀청을 때리는 음이 아니라, 상군의 신체를 통해 영혼으로서는 전달되지 않는 의사소통의 뇌파를 빌리는 방법중의 하나였다. 실제로 접신이나 빙의를 통해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는 진검사의 평소 지식을 뒤엎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텔레파시처럼, 동굴에서 울려 나오는 형태의 목소리는 아주 차갑고 건조했으며, 감정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서 피해. 자기도 위험해. 그들은 인정사정이 없어. 나랑 현석씨, 아무런 대꾸나 반항도 못해보고, 순식간에 그 꼴이 됐어. 봤지?’







‘그들이 도대체 누군데?’







‘나도 잘 몰라. 그리고, 영혼의 상태로는 그들이 누군지 알 수는 있어도, 천계의 규율에 따라, 살아있을 때 보고 들은 것만 자기에게 전해 줄 수 있어서 답답하기 이를 데 없어. 아무튼 조심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우리처럼 당할 수도 있다구. 죽기 전에 그들이 하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어.’







‘뭔데?’







‘물건이 뭔지는 몰라도, 그게 수중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니깐, 영원히 입이나 다물라구 그랬어. 그리구…..’







‘그리구?’







‘나랑 관련된 사람부터 하나하나 죽여갈 거라구…그럼, 자기가 제일 먼저 일꺼야. 그래서 이렇게 따라왔어.’







‘슈욱…..’







어디에선가 다시 바람이 불어왔는지, 상군의 머리 결이 흔들거렸다. 그리고는 깊은 숨을 내쉬면서,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내는 상군의 지친 얼굴……







‘많이 힘드신가여?’







‘오래는 못해여. 내 짧은 호흡으로 두 사람의 혼령을 붙들고 있어야 하니, 힘이 들 수 밖에…..그래도 죽어가면서 많이 뉘우친 거 같긴 하네여. 그렇게 걱정까지 해주니…..’







‘아직 이 곳에 있나여?’







‘있기야 있져. 그렇지만, 집안의 결괘에 포위되어 있어서, 시름시름 하고 있어서 그렇지…..이 짓도 못할 짓이긴 허다. 잠깐만 기둘려여.’







진검사에게 기둘리라고 하며, 방안에 들어가 무언가를 들고 나오는 상군……식탁 위에 넓은 쇠 쟁반을 받치고, 그 종이 두 장을 얹어 놓는데 보니, 그것은 부적이었다.







‘이건 뭡니까?’







‘49제 동안 어디 돌아다니지 못하고, 시신에 붙박여 있으라는 부적 이라우. 이걸 태우면, 두 혼령이 방황하고 싶어도, 구천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시신 곁에 있다가 천도가 되는 부적이라오. 지금 두 사람의 혼령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별의 구분도 없지만, 그저, 죽음을 앞에 두고, 가슴에 남은 회한과 울분, 원통함으로 방황의 빌미를 찾기 바쁜, 철없는 영혼이라고 할 수 있져, 그걸 싸잡지 않고 그냥 놔두면,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하늘 문이 닫혀, 영원히 구천을 떠돌게 된다는 야그져. 이렇게 죽어서라도, 산 사람의 목숨을 걱정하는 선행을 하고자 했으니, 하늘에서도 뭔가 보상이 있겠지만…….암튼 이렇게 족쇄라도 채워놓질 않으면, 영원히 진검사 주위에 머물지 않을 수 없을거에여.’







상군은 불을 붙여 두 개의 부적을 진검사 눈 앞에서 태웠다. 별다른 검은 연기도 나지 않았고, 공중에 떠있는 파란 연기만이 눈 안에 가득했다. 타고 남은 재를 손아귀에 정성스럽게 담아서 계속 주문을 외우는 상군….







‘진검사님, 유리창을 좀 열어 주시겠어여?’







진검사는 식탁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을 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타고 남은 파란 연기가 바깥과 통하는 기압 차로 인해 가셔 지지도 않고, 상군의 재가 담긴 손끝을 타고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다. 베란다로 나가 무릎을 꿇고 무슨 주문을 외우면서, 팔을 높이 하늘로 펼치는 순간, 허공을 향해 재와 함께, 그 파란 연기도 점점이 사라져 갔다.







‘이제 됐나여?’







‘네. 이제 저 두 사람은 도망치고 싶어도, 자신의 시신 곁에 족쇄가 채워진 것처럼, 하늘 문이 열릴 때까지 자기들의 시신 곁에 묶여 자숙하게 될 겁니다. 성자야, 이제 나온나.’







유리창을 닫으면서, 방안에 앉아 있다는 성자를 부르는 상군…..이어서 두 눈에 눈물이 벌게진 채로 성자가 비틀거리면서 다리에 온통 쥐가 났다면서 거실로 나왔다.







‘언니, 무서워서 혼 났어여. 방안에 앉아 있는데, 어디서 쉭쇡하는 소리가 들리질 않나, 춥기는 어찌 그리도 추웠던지……온 몸이 덜덜 떨려서는……’







그제서야, 진검사도 제정신이 들고 있었다.







‘욕봤다, 성자야…..’







진검사는 성자를 대하기가 부끄럽기까지 했다.







‘귀신은 갔어여?’







‘응, 아주 멀리…..’







‘근데, 제 몸 속에 빙의가 되어서 들어왔을 때, 이상한 환상이 같이 보였는데, 그게 무언지 잘 모르겠는데여?’







‘환상 이라녀?’







‘영혼은 천계의 계율에 의해, 천기를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 살아있는 자에게 발설할 수 없게 되어 있져. 그렇지만, 빙의가 된 사람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묶여 있다고 할지라도, 영혼의 가운데에 떠 있는 사실들을 빙의된 사람이 강한 내공의 기력으로 읽을 수는 있져. 그게 무언지 물어볼 수 없을 따름이지만….’







‘무엇이 보였는데여?’







진검사가 물었으나, 상군 조차 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암튼 혼령의 경고대로 몸조심 하셔야 될 겁니다. 그 말은 성자도 조심을 해야 허고, 성자와 진검사와 가까운 우리 가족도 조심을 해야 한다는 얘기로 받아 들여야 합지요. 우리 가족들이야, 어디 치고 빠질 도력 이라도 있다지만, 성자랑, 진검사님이 문제긴 문제네여.’







‘오빠, 그게 무슨 말인데여? 나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어여?’







‘아니, 그냥 몸조심하라는 거지, 뭐.’







진검사는 차마 미주의 혼령이 왔다 갔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직까지도 감이 잡히지는 않고 있어여. 갑자기, 살인 사건까지 겹쳐서 발생했고, 용의자는 잡히지도 않아서……’







‘제가 그랬잖아여? 그건 소소한 문제 라구여. 누가 수갑차고 진검사님 에게 잡혀온들, 깨끗한 해결이 날 수 없는 상황이란 거 누구보담 잘 알고 계시잖아여?’







‘그건 그래여.’







밤이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진검사는 쉽사리 잠이 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는 가운데, 성자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오빠, 무슨 걱정 있어여?’







‘아니, 그냥 머릿속이 복잡해서…..’







‘오늘 밖에서 뭔 일 있었어여? 아침부터 언니가 꼬치꼬치 뭘 캐묻고, 저녁때는 저 둥그렇게 생긴 원 안에서 나오지 말고, 앉아 있으라고만 하고…..암튼 그랬어여. 이런 거 묻지 마여?’







‘아니야, 별거 아닌데 뭘…..’







‘근데여, 아까 방안에 뭔가 쉭하고 소리가 나는데, 누군가 나를 빤히 쳐다 보는 거 같아서 무서워 죽을 뻔 했어여. 누군지는 몰라도, 날 뚫어 질듯이 보는 거 같아서….’







‘괜한 걱정은…어여 이리와.’







진검사는 옆으로 돌아 누워 성자를 껴 안았다. 세상 돌아가는 구석은 하나도 개의치 않는지, 성자는 진검사의 품 안에 안겨,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보며, 웃음만이 가득했다.







‘나 이렇게 뭘 물으니까 꼭 오빠랑 부부같다, 그쳐?’







‘그게 그렇게 좋아?’







‘그럼여. 언제나 오빠는 말이 없었거덩여. 오늘처럼 입을 꾹 다물고설랑, 그냥 그거만…..참, 까먹을 뻔 했네. 언니가 그랬는데여, 오늘은 꼭 오빠를 제 전부로 보듬으랬어여.’







‘그게 뭔데?’







‘그게, 뭔지 설명은 했는데, 제가 머리가 모자라서 다 기억할 수는 없고, 뭐라더라? 오빠의 몸으로 저에게 도장을 찍는 거래여.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오빠의 맘에 다른 것이 깃들 수 없다고 해서……’







‘그게 어떻게 하는 건데?’







‘말하기 쫌 그런데, 오빠는 가만히 있어야 된데여. 그리고, 제가 나서서 해야 된다구 했는데, 그게 순서가 영 뒤바껴서…..’







‘무슨 순서가?’







‘보통은 제가 오빠 꺼를 빨아서 세워주고, 그리고, 보지에 넣구, 그리고, 오빠 기분이 쫌 더 나쁘면, 나중에 똥꼬에 넣잖아여?’







‘근데?’







‘그걸 거꾸로 해야 된데여?’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람의 몸에서 제일 더러운 곳, 두 군데를 합쳐야 된데여. 잘은 모르겠는데, 입이나, 똥꼬나 간에 더럽긴 마찬가지라구, 언니가 그랬거덩여. 입에서는 벌려져 나오느니, 욕에다, 남의 험담, 이간질, 음탕한 얘기, 똥꾸녕 이라고 벌렸다 하면 나오는 건 똥떵어리, 그러니, 그 두 군데가 제일루 더럽데여. 그 사이에 놓여 있는 보지는 그걸 연결 시켜준다나여?’







‘근데, 왜 똥꼬 부텀이야? 똥꾸녕에 박았다가, 그걸 다시 보지에 넣고, 그 다음으로 입 안에? 더러워서 너 할 수나 있겠냐?’







‘언니가 그랬는데여, 뿌라스, 뿌라스는 마이너스라고 그랬어여. 그게 뭔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진 않았는데, 아마두, 더러운 걸, 더러운 거스루다가 정화해서 씨꺼낸다, 뭐 그런 얘기 같았어여. 내가 옳게 들었나 모르겠다.’







‘그런 억지가 어딨니?’







‘아니에여, 제가 오늘은 언니 말 꼭 듣기로 했어여. 아까두 보셨잖아여? 오줌두 참구, 다리에 쥐가 나도 그 원 안에서 꼼짝하질 않은 거…..’







‘그래두 그렇지……’







‘언니가 이렇게 하랬어여. 그럼 손 대지 않고도, 오빠 물건이 벌떡 설거라구. 그리구, 오빠는 오늘 하루만 섹스할 때, 제 몸에 손 대면 안된데여. 자, 가만히 계세여, 옷을 벗기면 그걸루 시작 이라구 했으니깐.’







성자는 누워 있는 진검사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했는데, 진검사는 머리 속이 복잡한 자신의 좇대를 아무런 텃취도 없이 세우기는 영 힘들거라고 생각하고만 있었다. 그러나, 성자는 오늘 단단히 교육을 받은 것 같았다. 벌거벗은 채로 가랭이를 벌려, 그 상태 그대로 진검사의 얼굴 위로 하체를 천천히 옮겨 왔다. 진검사의 눈 위로 성자의 보지와 똥꾸녕, 그리고, 회음부가 환히 올려다 보이는 위치에 멎자, 성자는 숨을 크게 쉬기 시작했다.







‘후….하…후…하….언니가 이렇게 하라고 했어여….후….하…후…하’







숨을 내쉬고 들이쉴 때마다, 성자의 보지와 똥꾸녕은 교대로 속살을 드러내며, 씰룩대기 시작했다. 그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만지지도 못하면서, 눈 앞에 벌렁거리는 씹살과 오물작 거리는 똥꾸녕 주름의 일렁임은 충분히 흥분할만한 가치가 있었고, 결과 또한 그랬다. 게다가 그렇게 호흡을 하면서 진검사가 성자의 벌려진 아랫도리를 올려다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진검사의 얼굴 위로는 점점이 성자의 씹물이 떨구어 지고도 있었다.







‘보여여, 오빠? 내 보지 보여여?’







‘응, 아주 잘 보여, 니 보지 정말 이쁘다. 예전엔 몰랐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정말 좋다. 색깔이 너무 고와…’







‘흐흑…오빠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깐, 다리가 덜덜 떨려여……아흑……근질거리기도 하구…..잠깐만여, 어휴, 저거 봐, 언니 말이 맞아여. 저렇게 벌떡 섰네…..잠깐 그대로 그러고 있어여….’







성자는 손도 대질 않고, 자신의 침을 하나 가득 자신의 항문에 바르고, 하늘을 향해 벌떡 선 진검사의 좇 위에 똥꾸녕을 조준해 갔다.







‘으윽윽윽….아후……숨을 못 쉬겠네..아! 똥꾸녕이 찢어질 것 같아서..후후후후…나 숨도 제대로 못 쉬겠네…오빠…….아흑…’







그건 섹스가 아니라 의식과도 같았다. 성자에게 있어서 그것은 쾌감 이전에 통증의 시작이었지만, 언니로부터 전해들은 것에 의하면 그것은 영원히 진검사를 소유할 수 있는 양밥과도 같은 행위라는 말에, 성자는 아픔쯤이야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했다. 진검사의 머릿속에는 웬일인지, 자신의 앞에서 미친 듯이 요분질을 해대며, 색을 떨어대던 미주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 날, 그녀와의 떼씹에서 그는 그녀의 똥꾸녕을 마구 찢어 발기면서 그녀를 소유했다는 기쁨에 들떴던 자신의 창피스러운 모습이 교차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 했다. 성자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타고 앉아, 자신의 항문으로 진검사의 좇을 끼우고 상하로 왕복을 하는 사이, 묘하게도, 진검사의 기억은 하나하나 미주와 지냈던 날들을 더듬어 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필름을 거꾸로 돌리면서, 진검사와 그녀 사이에 있었던 기억의 앙금들을 하나하나 들추어 가면서 밀어내는 것과도 같았다. 어느새 성자는 진검사의 좇에서 엉덩이를 들어내고, 그 다음번 과제인 보지속으로 진검사의 좇을 밀어 넣고 있었다. 그 왕복이 점점 거세어 지면서, 진검사의 머릿속으로는 점차 그녀와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과거의 그 황홀했던 섹스로 기억이 줄달음쳐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못내 진검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모든 기억들이 끓어 올라 부글부글 대는 것 같다가, 그 기억들을 확인하는 순간, 하나하나 사라져 간다는 사실 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의 가슴 속에도, 뇌리 속에도 남아 있게 되지 못하게 될 미주와의 기억……그녀와 처음 살을 섞던 날이 떠오르고 있었다. 성자는 이제 엎드려, 억지로 구역질을 참아가며, 자신의 똥찌끄래기와 씹물이 뒤엉킨 진검사의 좇을 정성스럽게 빨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있는 진검사의 눈 앞에는 그 여리고, 싱싱했던 미주의 탐스런 육체가 보이면서, 느글거리던 그 보지를 처음 열면서 박아대자, 눈을 흡부릅뜨며, 소리를 마구 질러대던 그녀의 아픔과 그 뒤를 밀려왔다던 그 쾌감조차 느껴지고 있었다. 철푸덕 대던 그녀의 엉덩이 질, 그 질척대던 씹물의 소음, 그리고, 자신의 등을 마구 파 재끼던 그녀의 손톱이 아주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윽윽윽…윽윽윽….이젠….이젠….이젠….끝이야….더 이상……’







‘웁…웁..웁…꿀꺽….꿀꺽…꿀꺽…..’







진검사는 자신의 좇물을 아주 달디달게 삼키는 성자의 목넘김에 정신이 들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쪼그려 앉아, 입가를 손등으로 훔치면서, 웃으며, 내려다 보는 성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이런 일이…이런 일이…..’







진검사의 머릿 속은 하얗게 비워져 있었다. 그건 섹스 후의 탈진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전혀 미주에 대한 기억도 연민도, 미련도, 추억의 어느 끝자락 조차 생각나질 않는 그 막막함….자신의 인생에 과연 그녀가 있었나 하는 존재감마저 의심스러운 그런 느낌은 정말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오빠……앞으로 더 많이 사랑해 주께. 언니 말대로 오빠가 사랑했다던 그 여자분, 미주씨와의 기억이 모두 내 머릿속으로 들어 왔다니깐! 그 분 만큼은 못해도, 나 오빠가 사랑했던 그 분보다 더 사랑 받을 자신 있어. 왜냐구? 오빠의 기억이 모두 내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 왔거든여…….’







그건 진검사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놀라움 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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