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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 2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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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제 29 부 : 한가로운 왕복길







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윤서의 얘기를 들으면서,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행해지는 대기업의 탈루 행각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아참, 잊을뻔 했네, 강선생, 빨리 옷이나 갈아 입으시져?’







‘왜?’







‘중간에 오줌이락두 누러 가시려면, 그 복장에, 그 얼굴로는 대번에 뽀록 나실텐데? 잘 아시면서….어서여!’







차가 가는 도중, 일슈는 들고온 장비가방 중 하나에서, 분장도구함을 꺼내, 예전처럼 민기를화장을 시키고, 옷을 갈아 입히기 시작했다.







‘그럼, 사모님께서 주목 하셨던 부분은 뭐져?’







삼슈가 핵심을 찔렀다.







‘저도 맨 첨에는 이렇게 많은 돈들이 회계상, 숫자의 허점을 통해 사라지면서, 기어이 어디에서고 찾을 수 없는 허수로 남게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또는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어여. 꼭 누가 얘기허듯이, 고스톱 판을 보는 것 같았져. 다들 잃기만 했다하고, 종국에 가서 판돈을 딴 사람은 누구인지, 구분이 모호한 상황 말이져. 그렇듯 많은 돈의 자금흐름이 발생했다면, 우리 같은 인원들이야, 그걸 감추는 일에 종사했다손 쳐도, 실제 그 돈이 움직이는 과정을 건드리고 있는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하는 막연한 되물음 같은 거 있잖아여?"







‘그럼, 죽은 윤미혜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생각만으로 아무런 생각없이 지냈다는 얘깁니까?’







‘그랬져. 다른 사람들처럼……근데, 저희 부부가 미세스 윤의 앞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아니, 결혼도 하질 않은 것으로 나와 있는 사람을 보고 미세스 라니?’







‘결혼 했었져. 법률혼이 아니라, 사실혼 이었기 때문에…..’







‘아니, 사실혼 이라니?’







‘저 자신도 꽤 굴곡있게 살아 왔다고 여기는 부류중의 하나인데, 미세스 윤의 얘길 듣고는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었드랬져.’







그 사이 뜬금없이,







‘삼슈셩은 배 안고픕네까? 어드메서 끼니락두 떼워야 안카씁네까?’







‘그래. 그것도 그렇네….이슈야, 근처에 식사할 만한 곳이 있는지, 한번 알아 봐라.’







너무나 긴박한 순간과 함께, 서울을 빠져 나왔던 지라, 이야기를 듣다 말고, 탱크의 제안에 차안의 사람들은 언간새 잊고 있었던 식욕이 살아나고 있었다. 이슈는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근처 휴게소로 일행을 안내했다.







‘사람이 너무 많은 거 아닙네까?’







‘이렇게 사람이 많이 번잡해야, 주목을 덜 받는 거 아니겠니?’







‘기거이 말 되누만….거럼 의사 양반은 물빼러 어드메로 갑네까?’







‘당연히 여자 화장실이지….좋을 것두 없지 뭐. 여자 화장실은 줄나래비가 보통이 넘어여. 디리 까고, 때에 따라서는 갈고 하는 것들이 있어서…..’







‘뭘 까고, 뭘 갑네까?’







‘까는 건 응댕이고, 가는 건, 패드지 뭐긴 뭐야?’







‘캬, 눈 앞에 삼삼하구만.’







‘너도 그러고 싶으면 여장을 해 보든가, 근데 넌 안되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얼굴각이 좇 같아서야, 원….’







일행들은 저마다 식당으로 들어가 맛은 그렇다 치더라도, 밀려있던 시장기를 해소하고, 차로 돌아왔다. 제일 먼저 차에 돌아와 있던 사람은 탱크였고, 뒤미처 희진이 차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벌써 다 먹었니?’







‘군인은 시간이 생명 아이갔슴네까? 전쟁통에 퍼댕기고 앉아서리 곱창 채우다가니, 둑기 십상입네다. 근데, 이런 거…… 물어 봐도 되갔시요?’







‘뭔데?’







‘누님은 삼슈셩의 애인입네까? 아님…..거져……내레 아는 바로는 기거이……., 그러티 안타고 들어와서리…..’







‘탱크는 동성쪽이야, 아님 이성쪽이야?’







‘말해 뭣하가씀네까? 당근이디요. 기획사에서 보면 춤추러 온 깔쌈한 에미나이래 끓어 넘티두만…...’







‘호호…..그래서…누구락두 사귀어는 봤어?’







‘사람이래 믿을 수가 있시야디요? 거져, 오늘 이리 돌린 에미나이래, 낼은 딴 곳으로 벌려대서리…..’







‘섹스가 예전 보담은야 많이 자유로와 졌지…… 너무 자유로운 게 탈이라서 그렇지.’







그 때, 윤서가 차 문을 열고 들어섰다.







‘윤서씬 아까 보니까, 뭘 먹을까 무척 고민하는 거 같던데……’







‘식욕이 없네여. 그냥 쥬스 한잔 마셨어여.’







‘아니, 그래가지구 어떻게 버틸려구?’







‘아까 출발할 때 부텀, 별로 기분이 안 좋아서…..’







‘왜? 그 도망친 팀장이라는 사람 때문에?’







‘영 속고 다닌 것 같아, 챙피 스럽기도 하구, 잘못 했다가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곤경에 빠뜨릴 뻔 했잖아여? 그렇게 같이 붙어 있었으면서두, 그걸 몰랐다니, 참….’







‘사람 속이야, 들어갔다 나와도 끝내 모른다구 누가 그러잖어?’







‘전 맨첨엔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여. 저에게 언제나 상냥하게 대해주고, 딴 곳에서 받지 못하던 대접에, 친절에다….’







‘자기 혹시 공주과니? 그런 대우에 혹하고 넘어가는 거 보니, 그런 것두 같구….’







‘아니에여, 제 얼굴에 그럴수나 있겠어여? 그 현석이라는 사람, 민기씨와 무척 다른 사람 이었어여. 어떤 때는 그 사람이 제 남편이 아닌가 싶은 때도 있었는데…..’







‘민기씨는 평소에 어땠는데?’







‘항상 바쁘고, 정신없고,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사는 사람…..그랬어여. 욕실에서 쓰고 나온 치약이며, 스킨로숀의 뚜껑을 닫는 적이 없구, 옷이랑 양말은 벗어 놓은 자리, 그대로 놓여 있는대다가, 제가 오죽하면 움직이는 쓰레기 배출기라고 했겠어여?’







‘그래, 그런 건 쫌 있어. 나두 느끼긴 했는데…..’







‘희진씨두여?’







‘윤서씨가 일일이 확인하질 않아서 몰랐겠지….가끔 시계도 풀러놓고 가고, 반지 빼놓고 가기는 예사고…..뭐 내 앞에서 총각임네 하면서 허풍떨려고 그런 건 아닌데, 왜 섹스 하다말고, 반지는 뺐었나 몰라.’







‘그 뿐인 줄 아세여? 밥 먹으면서 얼마나 흘리는 건 많은지? 저랑 같이 겸상해서 먹고 난 다음에 식탁을 치우려면, 아주 기관 이었다니깐여?’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자기는 알지 몰라. 민기씨, 가끔 똥 누고 물 안내리고 잊어먹는 적 얼마나 많은지 몰라.’







‘진짜 그래여. 그러고 나면 다음 사람이 얼마나 구역질 날 정도로 끔찍한데…..희진씨 집에서도 그랬어여?’







‘그러니 내가 알지…호호호..’







‘누님 둘이래 사귑네까? 의사 양반 사이에 두고서리 귀퉁배기 돌려대며, 대가리 박치기를 해대도 아삼삼한 사이로 보이는데, 어캐 그리 사이가 좋을 수 있습네까? 그거이 어린 아그들이 야그하는 트랜드 입네까?’







두 여자가 서로를 쳐다 보며, 웃는 사이에 탱크도 따라 웃고 있었다.







‘탱크는 이해하지 못할지도 몰라. 같은 남자를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그 느낌이 다르다는 걸 말이야. 서로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눈에 불꽃이 튀었어도, 튀었을 경쟁상대임은 분명한데, 엉뚱맞게두 서로가 서로를 측은하게 보고 있다는 느낌…아마 상상조차 안 될거야.’







‘희진씨는 어땠어여? 저 멀리 뒤에 감추어져 있던 나란 존재가?’







‘글쎄, 어떤 때는 민기씨를 다그쳐서 갈라서라고 하고도 싶었구, 그렇게 마누라가 소중하면, 다신 찾아올 생각 하지두 말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는데, 정작 자기가 뽄때있게 미워 본 적은 없었어. 자기도 나처럼 이 남자에게 얽혀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가 보다 하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자유로왔다고나 할까?’







‘전 민기씨가 미워 보일때가 많았어여.’







‘왜? 자기두 밖에서 바람 피우고 있었는데?’







‘그건 그랬져. 근데, 어째서 같은 남자 인데도 불구하고, 민기씨는 현석씨의 반에 반도 못따라가는 거냐는 걸 꼭 묻고 싶었어여. 섹스 뿐만이 아니라, 그게 따라잡기에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 현석이라는 사람, 뭐가 그렇게 좋았는데?’







‘무척 다정했어여. 제 얼굴 표정을 읽을 줄 알았져. 조끔만 무슨 변화가 있어도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대번에 알아 맞췄고, 그게 가식적인 행위인 줄 뻔히 알면서도, 무슨 날이네, 기념이네 하면서 벌려주는 이벤트…..결코 싫었다고 말 할 수는 없었어여. 가끔 결혼기념일에다, 제 생일 잊어먹는 건 예삿일로 여기면서, 바쁘게 사니 그럴 수도 있다며, 제 앞에서 뻐팅기던 민기씨를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져. 민기씨랑은 많이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 이었어여. 게다가 언제나 아내의 후광으로 그나마 빌붙어 산다는 시선 속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는 사람 이었는데, 어떻게 저에게만은 그렇듯 맘을 열고 잘해 주었는지……그래서 더욱 이런 배신감에 치를 떠는지도 모르져. 희진씨는 어땠어여? 내 남편이기는 하지만, 민기씨를 어떻게 보아왔어여?’







‘글쎄, 난 쫌 달라. 민기씨를 이해하려고 애썼다고나 할까? 바닥에 이리저리 벗어 놓은 옷을 보면, 내가 꼭 챙겨 줘야 할 사람인거 같구. 밥 먹다가도 방구 뀌고, 코딱지 후비는 거….너무 어린애 같이 천진하게 보였다면 믿겠어? 난 성질이 괄괄하다 보니깐, 평생 처음으로 누굴 위해주고, 보살펴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거 같아, 민기씨를 만나고 나서 그게 가장 큰 나의 변화 였어.’







‘희진씨랑 슈샤인 과의 관계는 어떻게 된 거에여? 삼슈가 희진씨를 무척 따르던데….’







‘그렇게까지 나를 맘속에 두고 있는 줄은 몰랐어. 세 사람, 그렇게 살게 된 게 다, 이반의 성질을 못 버려서 그렇게 된 거거든? 그런데, 삼슈에게 양성의 기질이 다분할 줄은 금시초문 이었지. 나도 얼마나 놀랐는데….나랑 섹스할 때, 처음으로 느꼈어. 등을 다쳐서 그 아픔이 대단할 텐데도, 의식적으로 다리를 벌려주는 나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더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아랫도리를 통해 느껴졌다면 이해가 가겠어?’







‘저두 그 느낌 알아여. 현석씨랑, 집에서 도망쳐서 교외의 팬션으로 피한 적이 있었거덩여? 그때 서로가 불안하고, 앞날에 대한 불확실한 두려움을 가뜩 안고 있던 시간 이었는데, 그냥 그렇게 또 섹스를 하게 되었어여. 그런데, 그때 저도 희진씨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져. 회사에 숨어 있다가 우연찮게, 어느 구석방에서 현석씨와 또 섹스를 했는데…..’







‘자기 보기보담 용감하네? 그 와중에 섹스를 또?’







‘그때도 그런 걸 느꼈어여. 앞으로 어찌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의 살이 스치기만 해도 결코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불 같이 끓어오르는 그 느낌 말이에여. 그런데, 더더욱 그런 현석씨가 그들의 끄나풀이었다니….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여. 화도 나구…..’







두 사람의 대화를 쳐다보고 있는 탱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 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짤래짤래 흔들기만 했다.







‘희진씨는 앞으로 어떡할 작정이에여?’







‘뭘?’







‘삼슈가 요구하면 하는대로 가까워 질 생각 이시냐구여?’







‘그렇게 되면 나나, 슈 형제들이나 모두 불행해 질 거 같아. 쟤네들 이민가서 살려고 돈 모으는 거, 거의 끝나가고 있거덩? 못가게 하면, 밀항선을 타고라도 튀어 나간다고 하는 애들이야. 내가 어쩔 수 없이 삼슈의 요구에 자꾸만 부응하게 되면, 슈샤인 보이즈의 앞날은 깨어지고, 흩어지는 일밖에 없을꺼야. 무엇보담두, 일슈에게 미안하지 뭐. 일슈는 겉만 남자지, 속은 영판 여자야. 삼슈랑, 이슈의 모든 것을 뒤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봐야하지. 그 집에 머물 때, 냉장고에 담가놓은 김치 맛을 본적이 있거든? 난 원래 손맛도 없구, 그저 있는 재료, 없는 재료 할 것 없이 다 때려넣고, 나 몰라라 하는 성질인데, 그 김치 맛 정말 죽였어. 여자도 그렇게 맛깔스럽게 담그지는 못했을 꺼야. 삼슈도 무척 고민 되기는 할꺼야. 일슈나, 이슈 생각 하면, 나에게로 흐르는 맘을 막아서야 하겠지만, 때때로 나를 자꾸 대하니 그게 무너지고, 무너지고……그럴꺼야. 내가 뭐 꼭 잘나고, 남에게 매력적이다, 이렇게 말 할 수는 없어도, 사람 맘이 그런 게 아니잖어?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웬만 해서는 그걸 억지로 붙들고, 돌리기 힘들다는 거, 윤서도 잘 알텐데….섹스가 문제가 아냐. 나, 민기씨 사랑해라구 자기 앞에서 당당하게 말 할 수는 있어도 평생 살래? 그러면 자신있게 대답 못해. 그게 문제거덩. 삼슈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나와의 접촉 이라든가, 섹스의 느낌에 이끌려, 혹시나 어떤 관계의 진전이 있을 수 있질 않을까, 혹은 슈 형제 간의 격변이나 변화가 있질 않을까 예상하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나와 오랜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는 것도 동시에 느끼고 있을 거야. 그래서 우린 안되는 거지.’







‘그럼 민기씨와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여?’







‘글쎄. 자기가 알아서 처분해 줘야지 뭐. 아니, 아니, 그렇게 쳐다 보지마. 헤어져 달라는 게 아니구. 회사 동료랑 가끔 술 한잔 하고 늦게 들어오는 거, 자기는 바가지 긁고 그래? 그런 거로 이해해 주면 어떨까 해. 난 민기씨랑 평생 부부사이네 어쩌네 하면서 살아가라고 등을 떠다 밀어도 자신 없어. 다만, 민기씨를 잊지 못하는 것이 오래도록 같이 살고 싶다는 것에서 연유된 것이 아니란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을 꺼 같아. 그냥, 지금 처럼, 자기랑두 같이 쇼핑하구, 차도 마시구, 우리 집에 민기씨랑 놀러 와서 같이 자도 좋고…..셋이서 함께, 무리없이 터 놓고 지내면서두, 난 자기랑, 민기씨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들러리로 만족하고 사는 거…..그게 내 소망이야. 쫌 역설적일래나?’







‘와, 거반 이해가 안갑네다. 그거이 뭔 관계라 이름 부칠 수 있갔슴네까? 엉뚱한 관계? 아님, 어정쩡한 관계?.......’







탱크의 탄식으로 인해 잠시 차 안에 먹먹한 정적이 흘러 버렸다. 그때사, 차 문이 열리면서, 민기를 비롯한 남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자기들 시간만 나면 붙어 있드라?’







‘허어, 강선생, 목소리! 사람들 보고 있잖아여? 얼굴은 곱상하고, 다리는 미끈헌데, 왠 돼지 멱따는 소리라구 사람들이 쳐다 보잖아여?’







‘아, 참참…..내가 이렇게 깜빡깜빡 한다니깐? 그래두 그렇지, 당신이랑, 희진이랑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거, 저 멀리서 부텀 보고 왔거등? 기분이 묘하대!’







‘자기 눈빛이 더 묘한데? 그러다, 나랑 희진씨가 동시에 빨가벗고 덤벼도, 랄랄룰룰 할 표정인데? 그런거야?’







‘그거이 원측 입네다. 드라마에서 뻑했다 하믄, 헤어지네, 느그네 부부 깨져라 어쩌라 하는데, 기왕이믄 같이 살아도 무방하다 이런 말입네다. 기거이 바람피우지 않고도, 기분 낼 수 있는 현대판 에로극장 아이갔슴네까?’







‘그럼 가자!’







대강의 돌아가는 얘기를 짐작했는지, 굳어진 목소리의 삼슈가 이슈에게 명령했다.







‘강선생은 외우란 거 다 외우고는 있으쇼?’







‘그거 어렵드만.’







‘자긴 뭘 외우고 있는데?’







‘응. 신체 경락도…..’







‘기거이 대빵 입니다. 지도가 있시야, 길 떠나 어드멘지 적확카게 찾아갈 수 있디요. 암요. 어드메를 때려야 죽빵을 퍼붓디 아이해도 고꾸라 지는지, 경락도를 모르고는 불가능 하디요.’







삼슈는 윤서에게 이제부터는 임시 방편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위급한 상황에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는 경우를 대비해서, 민기에게 간단한 방어와 공격술을 가르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 첫단계로 필살기로 사용할 수 있으며, 간단한 내지름 만으로도 상대의 기혈을 제압할 수 있는 요혈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알려주며, 빠른 시일내에 실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암기에 철저를 기해달라고 당부하기까질 했다. 두번째로, 탱크를 불러온 이유를 말했는데,







‘남파되는 아이들은 훈련을 통해 일당백의 전사로 다시금 태어납네다. 예를 들자면, 한밤중에 숲속을 이동하는데, 한시간에 2,3메타를 갑네다.’







‘아니, 그렇게 가면 거의 정지한 것처럼 보이지 않겠어여?’







‘그렇디요. 무지막지한 체력과 기술을 요합네다. 설사 국방군이 진지에서 눈까리가 꿰져라 쳐다보고 총구를 겨누고 있어도, 눈 앞을 그런 속도로 지나가면, 좀처럼 알아차리딜 못하디요. 그 시야를 벗어나면, 바로 가속을 해 버림네다. 한밤듕에 산 서너개 넘는거이 문제가 아이디요. 게다가 설사 발각이 되서리 산으로 쫓겨 올라가도 걱정이 없디요. 물한모금 먹지도 않고서리 땅에 갱호를 파고서 들어 앉즈믄, 한달도 좋고, 두달도 좋다는 거이 아닙네까? 대개 남파되었다가 산에서 사살된 요원들은 끝까지 생존하기 위해 자신을 다그치는 심리조절에 실패한 자들입네다.’







‘어떻게 그렇게 살지?’







‘자기 오줌도 받아먹고, 이슬도 먹고….., 게다가 따스해진 갱호로 기어 들어오는 벌레새끼만 잡아 먹어도 잘 버틸 수 있슴네다. 이런 생존 전략을 의사 양반에게 가르틸 생각 이디요. 쫓긴다고 다 죽는 거이 아님네다. 제가 또 불려 온 이유는 삼슈셩의 걱정 때문이디요.’







‘왜?’







‘만일, 우리가 호락호락 잽히딜 아이하면, 반드시 상록수 아그들이, 군대나, 특수부대로부터 차출된 요원을 투입할 꺼라는 예상 때문 이디요. 그에 맞서서 싸우려면, 저 같은 뎐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삼슈셩의 작은 소망을 제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디 뭐갔슴네까? 아이 그렇슴네까?"







‘탱크 너, 많이 늘었다!....탱크, 너를 부른 것은 필요에 의해서 였지만, 너의 신분상 허점으로인해 정계, 재계, 군부 어디에고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상록수에게는 군부의 특수요원을 동원하게끔 만들 빌미를 주게 될 게 뻔해서인지 가슴 한켠이 조금 무겁다…..그건 그렇고,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하져?’







삼슈가 다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막히고 서고를 반복하다가 지체되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날이 어둑어둑 해져서야, 부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셩, 얘기 허기 전에, 날이 이러케 어두어두 해지구, 비도 오시능뎅, 으짜까?’







‘부산에 들를 건 없구, 바로 돌아서 서울로 가자, 할 얘기도 있고…..일슈야, 검찰 쪽에서는 별다른 변화는 없냐?’







‘한번 알아볼께여. 내려가는 도중에 성가실까봐 장비를 잠시 꺼 놨었거덩? 자, 어디 보자……됐네. 내가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큰 변화가 있으믄 알려 주께. 얘기들이나 계속 허쇼.’







‘사모님이 미세스윤을 통해 들은 건 뭡니까?’







‘미세스 윤은 잘 아실거에여. 그녀의 전직은 상납녀 였지여. 철저한 신분검증을 통해, 발탁된 여자를 정부의 고위층에 상납하는 일…잘 알려진 것 일텐데….그녀의 그 이후가 저에게는 더 관심이 쏠리는 일이 되어 갔지여.’







‘그 이후라녀?’







‘그녀도 다른 여자들처럼 상납이 되어지고 나서, 다른 여자들 처럼 그 사이에 연루되어 있는 찌끄래기 부패관료들에게 돌림빵을 당할 위기에 처해졌다고 하대여…’







‘그런데여?’







‘잠깐…삼슈형..잠깐만……이거, 이거……’







‘뭔데?’







‘그 좇겉은 팀장 쉐끼가 지금 자기 집에 있다나 봐. 지 손으로 검찰에 연락을 했는뎅? 어쩐일이지? 미쳤나? 내일 아침 검찰에 출두하기로 했대.’







‘이거 큰 일이다. 상록수 놈들이 가만두질 않을텐데?’







‘왜? 어째서? 그 놈들과 한 편이라며?’







‘저렇게 검찰에 대가리 빳빳이 세우고 갈 때는, 자기 손 안에 있는 무용지물인 I-POD가 무슨 원자폭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해하고 그 지랄을 떠는 거거덩? 이 틈에 가우 한번 세워 보면서, 양쪽을 걸어서리 줄다리기에다 저울질 쫌 해보자 이거지…..바보 같은 쉐이 같으니라구. 명을 재촉하누만……우리와 똑같이 이 사실을 감청하고 있을 상록수가 그 물건을 손에 못 넣는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할 거 같냐?’







‘그럼?……’







‘그렇지? 보탬이 되지 못할 바에야, 그깟 물건 없어도 되니깐 두루, 영원히 입이나 다물고 있으라는 공식…..또라이도 풀 수 있을 상황인데, 그걸 모르나? 갸들이 얼마나 무서운 놈들인데, 그걸 그냥 두고 보겠나?.....근데 돈빨이는 어드메 있다니?...이슈야…속력 쫌 내라. 한 목숨 살리기 이렇게나 힘이드나? 우리가 살자고 내가 바꿔치라고는 했다만, 애꿎은 목숨, 오늘 잘못하면 새벽도 되기전에 황천행 되겠다…..얼릉?’







‘셩…..그건 안되셩…….비가 이제능 진눈깨비로 바낀다그….알아?........미끄러져서 삥그르르 돌면, 우리 다주거….죽을 놈은 주그야지. 별스 있남?’







이슈의 한마디에 차 안은 금새 조용해져 버렸다. 그 사이로 윤서의 몰아쉬는 긴 호흡만이 들릴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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