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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시트콤 - 3부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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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4장 : 부부게이머











"유비형님, 근데 식당아줌마 임자 없을까유?"



"조선족같아 보이던데 있음 할 수 없고."



"없음 좋겠슈. 퍼지지 않은게 침이 꼴딱 넘겨지더만유."



"우리 밥 먹는 것 창 넘어 볼 때두 침 꿀떡이더니만 오만가질 꿀떡으로 아는구먼."



"삼년됐슈. 거적 덮구 오선생 신셀 질순 없었으니께유."



"알았어. 저녁부터 챙겨 먹자."



"또 갈꺼쥬?"



"당근이쥐. 관우, 너 돈 많이 벌면 신세 갚아야 한다."



"여부 있남유. 일만 터지면 좔좔 영어가 쏟아질텐데 뭔 일을 찾는댜."



"성급하게 굴지말고 밥먹으며 천천히 생각해보자."







나이를 더 먹어서 유비가 되고 말았지만 가장 영악한 놈은 철호일테고, 느려터진 사투리로 어눌한 척하는 강호는 겨우 삼년 공백만 메꾸면 되지만 십년을 넘게 세상살이에 애착을 갖지 않았던 공백을 어떻게 채워야할지 암담했다.







"어서오세요."



"아줌마 안녕."



"또 오셨네."



"알아보겠수?"



"그럼요. 팁도 받았는데..."



"국밥 세 그릇 말아주슈."



"신수가 확 달라지셨네."



"아줌마가 관우를 넘 깔보니까 껍질 좀 바꿔 본거지."



"첨엔 거렁뱅인줄 알았어요."



"이젠 안그렇고?"



"댁은 점잖은 사업가 같고, 어눌한 입만 꼭 다물면 샌님같고, 젊은이는 영화배우 빰치게 생겼네."



"팁 달란 말은 아니겠지?"



"팁요? 보이는데로 말한 것 뿐인데."



"나두 관상 좀 볼 줄 아는데 아줌마 앞날이 훤해 보이누만."



"우라질 년, 앞날이 뭐 있겠어. 돈 모이면 고향가야죠."



"첫 눈에 알아봤수. 워낙 유창해서 구별 못할 뻔하긴 했지만."



"일년 벌면 거기 아파트 한 채값이라 아무 생각없이 왔어요."



"예서 일할 사람 같지는 않던데."



"선생하다 왔지요. 거기서 버느니 궃은일 안가리고 일년 일하는게 낫다해서."



"남편이랑 애들은?"



"무슨 소리? 힘든 일하다 조금 몸이 퍼졌을 뿐인데."



"그럼 처녀란 말이유?"



"팔자 고칠 수도 있다던데..."



"꿈을 찾아 오셨구만."



"불편해요. 국적취득이라도 하면 좀 나을텐데."



"아줌마, 국밥 식어, 긴 얘긴 일 끝나고 골목 뒷길 PC방으로 와서 하슈."



"PC방 하세요?"



"몇일 동업자를 도울껀데, 밤새도록 있을꺼유."



"식당 구석방에 낑겨 잤는데 오늘 밤엔 그리 가 볼께요."



"관우 놈도 혼자니까 잘 엮어보던지."



"결혼 안했어요?" 갑자기 이강호에게 눈을 돌리며 반색하며 물었다.



"했어유. 이혼했지만."



"혼자시구나. 다른 분들은요?"



"거 두루두루 관심갖지 말구 이 놈이나 신경쓰슈."







아줌마는 후다닥거리며 주방을 드나들더니 식탁 위에 찬거리를 마구 옮겨놓기 시작했다.







"관우야, 네 놈 덕 볼 때도 있구나."



"아니유, 유비형님이 다 만들어준거지유."







강호는 감개가 무량했다. 삼년이 넘도록 한번도 여자를 품어보지 못한 처지에 허우대만 슬쩍 바꾼 상태일 뿐인 거렁뱅이 자신을 맘에 두는 여자가 생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만약에 이 여자랑 살아야 될 일이 생긴다면 여태까지의 허망한 마음에서 벗어나 무슨 일이든 해서 한 여자를 책임지고 싶은 의욕이 불끈 솟았다.







"밤 중에 올꺼지유?" 이강호는 다시 한번 불씨를 당기고 싶은 마음에 아줌마에게 말했다.



"이따가 PC방으로 갈께요."







식사를 마치고 잠시 식탁위에 둘러 앉아 당장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철호가 악착같이 공짜로 철야티켓을 끊어 달라고 졸랐지만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강호는 컴퓨터엔 익숙하지만 PC방을 드나들지 않아서 어떻게 밤을 지샐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다만 추운 날 지하철 역사 구석탱이에서 새우잠을 자야했던 것에 비하면 온실같은 PC방에서의 날 밤까는 것은 일도 아닐꺼라며 신바람이 났다. 과거의 일은 통계를 통해 확실히 분석해 내지만 한치 앞의 미래는 누구도 통계를 들이대며 예측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오늘 밤 시작될 PC방 알바 일을 쉽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주인과 흥정한 배짱이 정말 맞아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금 일찍 가서 일을 배워야겠어."



"어, 행님, 먼저 들어가슈. 지금부터 가면 겜비 더 나오걸랑."



"뭐 할라구?"



"행님 돈만 뜯어먹을 수는 없잖수. 관우형이랑 한바퀴 돌며 동냥질좀 하구 들어갈께예."



"니 놈두 걱정되니?"



"하모, 행님. 앞날은 왜 생각하게 만드노."



"사람 구실을 하기 시작했구먼. 쌩쇼를 하든 말든 마지막 동냥질은 허락하마."



"멀쩡한 차림으로 동냥질하긴 쉽지 않을텐데유."



"관우 행님, 그니까 쪼끔 어둔데 가면 우리가 뭘 입었는지 보이지 않잖수. 한바탕 뛰어 봅시더."



"난 이 동네서 동냥질하다 걸리면 애들 얼굴 못봐유."



"아쓰블, 돈을 챙겨야 나중에 저 아줌마랑 한딱까리 할꺼아뉴."



"정말이구먼유."



"애들 생각말구 아줌마만 생각해서 철판 깔구 한판 놀아보자고예."







식당 앞에서 헤어진 나는 골목길을 따라 PC방을 향해 걷고 있다. 식당 아줌마 말대로 사업가처럼 보였다면 내가 기억못해내는 어느 순간에는 그 일을 했었을 것 같다. PC방 주인이랑 단박에 흥정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용솟음 친 어떤 기백은 한 두살 먹은 어린아이가 아닌 다음에야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어떤 경험에 의한 결정이었다고 믿고 싶다. 길바닥에 던져졌던 십년의 세월은 또렷하게 기억할 필요도 없는 밑바닥 생활 자체였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더 많은 세월이 갑자기 나를 십년 전으로 밀어 넣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컴퓨터에 자꾸 정이 가는 이유가 뭘까?







PC방에 도착했을 때는 교대를 위한 시간이 두어 시간 남은 터였다.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주인이 올 때까진 달리 할 일도 없는터라 주머니를 뒤져 동전 한 닢을 꺼내 자판기에 넣었다. 딸칵, 맑은 소리와 함께 컵이 내려앉았다. 뜨거운 커피가 그 속에 쏟아진다.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커피향이 코 끝에 밀려들었다. 후~, 입김을 불며 한 모금 커피를 목젖으로 넘겼다. 쏴하며 밀려들던 온기가 온 몸을 한바퀴 돌았는지 모락모락 올라오는 물안개가 나를 털썩 낡은 쇼파에 밀어 버린다.







"계속 발전하면 전자현미경에나 겨우 보일 정도까지 컴퓨터가 작아질까?"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바뀌면서 건물만한 컴퓨터가 냉장고만 해졌잖아요. IC로 바뀌면 텔레비전만 해질테고 언젠가는 현미경으로 봐야할 때가 오지 않겠어요?"







웃자고 던진 말에 미국에서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받아온 한참 후배인 정 박사가 진지하게 말했다.







"하긴 가느다란 머리카락에다 천자문을 새겨넣는 중국사람도 있는 마당에."



"얼마전까지만 해도 용도별로 IC를 썼는데 이젠 통합 IC가 나와서 프로그래밍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시대가 왔어요."



"그렇지. 프로그래밍만 잘하면 대여섯개씩 쓰던 IC를 한 개로 커버할 기회가 와버렸어."



"나중엔 사용자 스스로 반도체 설계까지 해서 전용장치를 만들 단계까지 가겠죠?"



"정말이지 사람의 욕망 앞엔 절제가 없는 것 같아."



"자꾸 작게 만들려는 욕망이 결국은 인간문명을 진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그래, 문명발전의 마지막 끝은 자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까무러치겠지?"



"아이러니 같지만 자연 자체가 진화의 끝인 줄 모르는 인간은 자꾸 문명발전을 한답시고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죠."







생전 기억 속 틀을 깨지 못할 것 같은 작은 편린이 떠 올랐다. 아주 작은 컴퓨터에 대한 얘기가 필름처럼 고속으로 눈 앞을 지나간다.







"유비쿼터스는 언제나 구현될까요?" 이번엔 정박사가 물었다.



"철학적 유비쿼터스?"



"아뇨, 과학적 유비쿼터스."



"십년전, 그러니까 팔십 년 대를 떠들썩하게 만든 놈이 유비쿼터스였지."



"구십 년 대인 지금도 떠들어 대잖아요."



"아마 또 십년이 지나서 이천 년 대가 되더라도 똑같은 말이 되풀이 될껄세."



"구현되지도 않을 유비쿼터스를 왜 주기적으로 떠들어대는거죠?"



"그건 상술이지."



"결국은 조금씩 다가가는 것 아닐까요?"



"이익이 된다 싶으면 정부가 말려도 기업은 그 길을 가겠지."



"정부와 언론이 유비쿼터스 세상을 마구 떠들어대잖아요."



"이슈가 필요한거야. 어차피 가고 있는 길인데 새삼 떠들어 대는 것은 그러한 세상을 마치 자기들이 개척했노라 말하고 싶은것이지."



"어차피 과학의 목표는 인간생활의 편리를 위해 존재할 때만 가치를 인정 받는것인데."



"목표를 설정해 놓고 누군가 호루라기를 분다고 유비쿼터스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야.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창출을 위해 끊임없이 신기술을 내 놓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유비쿼터스라가 구현된다고 해석해야 옳은 일이지."



"정말 십년 뒤에도 요즘처럼 유비쿼터스를 떠들겠군요?"



"그 십년 말고 또 십년이 지나도 유비쿼터스는 계속 외쳐질껄세."







커피가 차가워졌다. 한 모금만 마신 채 털썩 쇼파에 주저앉는 바람에 새로 사 입은 청바지에 커피물이 쏟아졌지만 나는 혼돈의 기억속에 미쳐 버려진 커피잔을 놓치고 있었다.







"어이, 김씨. 와줬군."



"어이, 늦으셨네."



"김씨 바지에 커피 쏟아졌네. 어휴 쇼파에두 묻었잖소." 하며 대걸레를 들고와선 바닥과 쇼파에 묻은 커피 흔적을 지워나갔다.







"커피 잔도 놓친 힘으로 정말 밤샘하시겠소?"



"그건 실수한것이고 일단 통성명부터 합시다. 난 김갑수구 쉰셋이유."



"젊어 보이는데 두 살 위셨군."



"생각없이 살던 시간들이 나를 젊음으로 묶어 놨다우."



"걱정 없으면 늙지도 않는 법이죠."



"그런 쥔 양반은 PC방 때문에 팍 늙었나 보군."



"속상하죠. 매일 적자가 이십만원인데 발 뻗고 잘 순 없잖아요."



"대책없이 고민하면 머리카락이 남아나질 않을텐데."



"김형이 정말 잘 해 낼 수 있는거죠?"



"밤샘할 때 얼마 벌었수?"



"대략 삼만원 수금됩디다."



"그럼 내가 십 만원 이상 벌어주면 되겠군."



"십만원 나올 턱이 없어요. 자신 있다니 오만원만 넘겨주시죠."



"좋아, 첫 날은 오만원, 다음날은 칠만원, 나중엔 십만원 남겨드리리다. 남는 건 내 차지구 대신 일당 이만원하고 밥값 삼천원을 별도로 매일 현찰루 챙겨주슈."



"자신있으신겁니까?"



"암말 말구, 낼 아침 수금할 때 입 쩍 벌리지나 마슈."







PC방 주인은 카운터 보는 법, 손님 시중 드는 법 등을 상세하게 말하더니 미심쩍은 듯 고개를 몇 번 갸우뚱하며 PC방을 나갔다. 철호가 올 시간이다. PC방 전체를 한바퀴 둘러볼 겸 청소를 시작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군데군데 앉아 있고 아줌마 한명이 칼쌈하는 게임에 빠져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게임 삼매경에 빠진 김동수 곁으로 걸어갔다.







"어이, 문주. 지금부턴 내가 쥔이다. 애들 다 델구온다더니 몇시에 올꺼야?"



"겜하던 애들이라 PC방을 안옮기는데, 비상 걸어놨어요."



"잘했어. 걔들부턴 시간당 천원씩 받을꺼야. 문주는 계속 오백원씩 해도 되구."



"여기 PC방 가격을 아는 놈들인데 반반하지 않을까요?"



"법은 내가 정하거든. 심야가 비싸면 낮에 오던지 결단을 내리겠지."



"갑자기 두 배를 올리면 어떻해요?"



"대신 심야정액제란 것이 있다잖아. 그걸 끊으면 시간당 팔백원꼴이던데 뭐."



"여태 그걸 끊으면 시간당 사백원꼴이었단 말이에요."



"알았어, 알았어. 어차피 PC방 살릴라고 하는 일이니까, 밀어 붙이자고."



"제대로 돈 받으려면 컴퓨터 손 볼게 많은텐데..."



"난 뭐가뭔지 몰라. 게임에 문제 없다는 문주 컴퓨터를 기준으로 다른 컴퓨터를 문주가 맞춰주면 될꺼아냐."



"그게 얼마나 고된 작업인데요. 난 못해."



"도와줄꺼면 화끈하게 도와줄 것이지 한발짝 물러서면 어떻해?"



"내가 겜하루 왔지 PC튜닝하러 왔어요?"



"좋아 문주가 날 도와주면 아침에 목깐가고 해장국밥 먹을 돈 챙겨줄게."



"얘이, 차라리 겜비를 공짜루 해주지."



"몫이 달라. 겜비는 겜비고, 보너스는 보너스야. 사천원내구 만원 받아가는데 안 좋아?"



"정말요?"



"매일 그렇게 할테니까 겜두하고 좋은일도 하고 아침엔 돈 받아 목깐두 가고, 좋지?"



"아참, 부부게이머 또 한팀 있다고 했잖아요? 바로 저 여잡니다."



"깔끔해보이네. 근데 삼십은 넘은 것 같은데 웬일루 죽치구 있는거지?"



"남편이 열한시쯤 와선 두시간 같이 겜하다 델구가요."



"저 여자도 문주처럼 돈 버는거야?"



"저랑 다른 겜하니까 몰라요. 열두시간 넘게 진지하게 겜하는 걸 보면 프로같기두 한데 워낙 진중해서 한번도 말 안해봤어요."



"뭔가 사연이 있는 사람이구먼."







나는 복사지에다 굵은 펜으로 시간요금 일천원, 심야정액 팔천원이라고 휘갈겨 사람들 눈에 잘 띄도록 여기저기 벽면에 붙이는 작업으로 바빴다. 문주 김동수도 핸드폰으로 독촉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밤 열시가 다 돼가는데 철호놈이 아직 안들어오는걸 보면 돈 벌이가 시원찮았던 것은 아닌가 싶다. 김동수의 성화에 못이겨 건들거리는 젊은 놈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얼추 이십명을 넘어서기 전에는 겜도 않고 낡은 쇼파를 중심으로 꿍시렁거리며 몰려 앉아있다. 이럴 때 철호 놈이라도 있으면 갈피를 잡으련만 첫날부터 어떻게 문주 김동수가 이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 깜깜하기만 했다.







“다들 왔냐?”



“형, 이딴 후진 PC방엘 왜 오라는겁니까?”



“야, 야, 니들 이쪽 줄로 주르르 앉아. 앞으로 심야 겜은 여기서 한다.”



“컴퓨터 성능이 안따라주는데 랙 걸려 죽으면 책임질껍니까?”



“야, 나도 멀쩡하게 하는데, 니들이 컴퓨터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후지다고 지랄들이냐?”



“저 쪽 PC방 컴퓨터는 얼마나 빵빵하다구요. 뭐야, 심야정액이 팔천원?”



“우리 겜은 대충만 빵빵하면 되잖아. 여기 계신 형님을 도와줄려고 그래.”



“누군데?”



“우리 문파 대형님 이 PC방 맡았다구. 그러니까 조금 불편해도 참고, 니들 중에 컴퓨터 튜닝 잘하는 애들은 튕기는 것좀 제거해서 형님 팍팍 밀어주자.”



“언제까지 이런 후진 PC방에 와야하는데?”



“삼일. 당장 심야 정액권 끊구 삼일만 해. 그담엔 니들 맘대로 하구.”



“정말 삼일이다. 그 담엔 이 일로 우릴 호출하면 절대로 안올꺼야.”







김동수가 만들어 놓은 판은 삼일뿐이다. 그 시간동안 죽돌이들의 불만을 몽땅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할테고, 이들 스스로 찾아오고 싶어하는 PC방을 만드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파의 문주라는 자리가 동네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파워를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적도 없지만 이십여명에게 심야정액권을 끊어주고 나니 손에 쥔 돈이 십팔만원이나 됐다. 흐미 첫날은 오만원만 주면 되니까 십삼만원이랑 이만삼천원 챙기면 십오만원이 떨어진다. 동수 패거리 말고도 죽돌이가 열댓명 더 있었으니까 잘만하면 이십만원도 넘게 챙길 것 같다.







“행님요, 뭔 손님이 이렇게 많수?” 철호와 강호가 PC방 문을 들어서며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허망하게 돌아가는 PC방을 돈 버는 PC방으로 바꿔보는게 첫 번째 할 일이다.”



“행님, 맘만 먹으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수?”



“첨엔 문주가 도와주지만 나중엔 우리 힘으로 끌고갈 수 있어야 할텐데.”



“그까짓것 걱정 마슈. 오늘 거렁뱅이 짓하며 오천원 벌었는데, 역전 노숙자들 몽창 델구와서 따뜻한 PC방에서 겨울 나라구 시킬테니까유.”



“관우야, PC방을 거지 소굴로 만들 생각은 말아라.”



“알았시유, 우리처럼 옷 깔끔하게 갈아입혀서 델구 오지유. 뭐.”



“무의도식하다 밥 때만 되면 이리저리 뛰어 다니지말고 뭔가 생산적인 일꺼리를 만들어줘야겠다.”



“첨엔 자본이 없으니까 거렁뱅이 짓으로 돈 좀 벌게하구, 우리 PC방에서 갸들 정신교육좀 시켜서 행님처럼 PC방 알바라두 떳떳하게 만들어보자구예.”



“좋아. 문주 패거리 떠나면 노숙자 교육장소로 여길 활용해 보자.”







철호는 갑자기 요금이 오른 안내문을 보더니 눈알을 크게 뜨고 뭔가 항의하려고 내게 덤빌 자세를 취했다. 나는 손가락을 내밀어 그런 철호의 입술을 누르며 눈을 깜박이며 조용히 시켰다.







“너랑, 저 문주랑은 계속 사천원만 내도 돼.”



“정말, 내게도 돈 받는거야.”



“예외는 없어. 벌어서 따블로 널 주는 한이 있더라도 계산은 정확히 해야하잖니.”



“알았수.” 주머니에서 꼬질꼬질한 천원짜리 네 장을 꺼내 내밀었다.



“앞으론 거렁뱅이 짓 하지마라, 아침에 네 놈들에게 오만원씩 줄테니까 그걸 밑천삼아 새끼를 치라구.”



“행님이 뭔 돈으로 십만원을 쓴다는거야?”



“빅 딜을 했잖냐. 오늘 매상에서 오만원만 쥔 주고 내가 다 갖기로 했거든.”



“우와, 그럼 머리수가 삼십이명이니까 이십오만육천원이네.”



“네 놈이랑 문주랑 빼면 이십사만팔천원이지.”



“그럼 오만원 빼면 이십만원에 쪼금 모자라는구나.”



“또 손님 오겠지. 그럭저럭 합치면 이십만원은 남는 장사구.”



“행님아, 대박 터졌구나.”



“글쿠, 너 관우말야. 아줌마 오면 길 건너 모텔엘 다녀와라.”



“왜유?”



“냄새나잖아. 옷만 멀쩡하구 속에서 썩은내 진동하는건 모르겠니?”



“아줌마랑 가라구요?”



“어차피 너랑 눈 맞은건데, 망설일꺼 뭐있어. 그냥 직빵으로 가면되지.”



“떨러유. 가슴이 막 떨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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