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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왕(法王) - 3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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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일유희(第一遊戱) 영웅본색(英雄本色)







"아하-, 배고프다."



골목 벽에 붙어 앉아있던 갈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중얼거린다.



그의 이름은 베이오드. 나이는 16살.



무언가 식사가 될만한 걸 먹은지는 2일이 지났다.



"이 도시에서도 떠날 때가 됐나."



도시에서 정착하는건 쉽지 않다. 특히 그같은 떠돌이 소년의 경우는 더 심하다.



떠돌이 소년이 도시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기존에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소년 거지패들의 감시가 시작된다. 물론 떠돌이 소년이 와서 한두끼 얻어 먹는다고 보통의 거지패들이 처음부터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일주일 이상 버티고 앉아있는다거나 하면 단체로 몰려들어 때려서 쫓아낸다.



간혹 자기 패거리가 아니면 아예 힘부터 쓰고 보는 사나운 녀석들도 있었고.



아니면 거지패의 수하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데, 역시 베이오드는 그러고 싶지까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떠돌아 다닐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계절은 4월. 지난 겨울 얼어죽지 않고 버틴 것은 다행이였지만 아직까지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어설픈 그의 옷으로는 아직 돌아다니기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는 다음 도시로 이동할때까지 어느정도 버틸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으로 구걸할 만한 곳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이 도시는 별로 큰 도시는 아니지만, 어쨋든 영지가 아니라 황실 직속의 자유지에 위치한 도시이기 때문에 평민들이 주요 계층이였고, 영지의 농노보다는 먹고 살만한 편이였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만큼 얻어 먹을 것도 많았다. 그는 자그마치 4년이나 돌아다녔다. 10살에 부모를 잃고 2년간은 노예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는 도망쳤다. 노예 생활이란건 그에겐 맞지 않았다. 익숙해 질 만한 일도 아니였다. 그리고 나서는 내내 떠돌이였다. 정확히 말하면 떠돌이 소년 거지. 부모를 잃고 끌려간 곳은 아마도, 자신의 부모를 죽인 자들의 가문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도망치기도 벅찼고, 그 가문의 사람들은 사실 얼굴 보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기억 나는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곤 해도 언젠가 가능하다면 복수는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쨋든 부모의 원수니까.







도망의 초기에는 무작정 그 가문에서 멀어지기 위해 밤낮으로 달렸다. 10살 정도의 어린 꼬마 노예가 사라져 봤자 잠깐 찾다가 없으면 그만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그는 누군가 자신을 뒤쫓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더욱이 노예는 인장이 있다. 인장이 있는 노예가 도망쳤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바로 잡힌다. 그 노예는 국가에서 보관하며, 주인이 찾아오면 일정액을 받고 돌려준다. 즉 노예는 도망쳐도 도망갈 곳이 없다.







그는 자신의 왼쪽 어깨를 쓰다듬었다. 불로 지진 인장의 흔적이 그곳에 있다. 대개 남자노예는 이마에 인장을 찍고 여자 노예는 손등에 찍는다.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는 특이하게 인장이 어깨에 찍혀 있었다.



왜 어깨에 찍힌건지는 사실 그도 모른다. 어린 노예는 인장을 찍는 과정에서 먼저 기절시켜 쇼크사를 막기 때문이다. 다행히 덕분에 숨기기는 수월했다.







4년간의 떠돌이 생활은 그를 훌륭한 떠돌이로 만들어 주었다. 16살의 나이일 뿐이지만 그는 코볼드 한두마리 정도라면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었고, 숲 속에서 먹을수 있는 식물과 아닌 것을 어느정도 구별해 낼 수 있었으며, 잠잘 곳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구걸할 만한 대상을 선별하는데 고생하지 않는 수준까지 왔다. 사실은 도시보다 숲 속이 먹을게 많았다.



동대륙은 전쟁도 없었고, 치안 상태도 굉장히 좋았다. 여행자들이 한적한 숲길을 가더라도 대형 몬스터는 커녕 중형 몬스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베이오드도 코볼드 이상의 몬스터라곤 오크 한마리를 본게 전부였다.



어쨋든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적당한 구걸 대상을 발견했고, 그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시장 입구로 몰렸다. 그건 아주 희안한 광경이였다. 이런 작은 도시에서, 저런 미녀를 볼수 있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가 화려한 드레스에 먼지와 땀으로 덕지덕지 색칠한 후에 허덕이며 달려오는 광경은, 맹세하건데 베이오드 4년 떠돌이 인생에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였다. 누군가 쫓아오는 자들이 있는 경우라면 저런 상태가 가능했다. 베이오드도 쫓기듯 도망친 경험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소녀의 뒤쪽에 소녀를 따라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녀는 왜 달리고 있는걸까.



베이오드는 생각하며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베이오드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그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해 있었다.



"피할까."



베이오드는 순간 생각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소녀는 그에게 부딪히려는게 아니라 단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달리기는 그렇게 느리지 않았다. 더욱이..



베이오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왼손을 들어올렸다. 손에 쥐어진 무언가 동그란 것을 감싼 종이. 그리고 소녀의 작은 한마디.



"미안해요.그리고, 일단은 여기서 도망쳐요."



베이오드는 뒤를 돌아 보았다. 정신 차린 그가 소녀를 부르기도 전에 소녀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이건 무슨 일일까.



베이오드는 우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구걸하고자 하던 계획은 일단 취소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소녀는 쫓기고 있는게 확실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도 소녀가 그에게 넘긴 종이 안에 든 것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그 소녀가 그에게 넘긴 것은 가짜일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한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정말 중요한 거라면 한번도 본적 없는 사람에게 쉽게 넘겨줄 리는 없을 테니까.



소녀를 쫓는 자들이 그 상황에서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면, 분명 그에게도 감시가 붙었을 것이다. 그의 지나친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베이오드는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말하자면 비상사태다. 베이오드는 주머니를 뒤졌다.



여유가 될때마다 차곡 차곡 모아 쌓아둔 얼마 안되는 돈이 지금 쓰여야 할 때 인지도 모른다.



그는 당당하게 정육점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거지소년이 들어서자 정육점의 주인 얼굴이 일그러진다. 베이오드는 재빨리 돈을 내밀었다.



"육포, 이 돈 되는대로 주세요."



주인이 더럽다는 듯이 돈을 손가락으로 집어들더니 재빨리 육포 한 꾸러미를 내어준다. 베이오드가 그걸 재빨리 집어들었다.



"이정도면.. 삼일.. 사일인가, 다음 도시까지는 버티겠군."



그는 정육점을 나섰다. 아까 소녀가 도망칠때, 직접 따라오지 않은 걸 보면 추격자들은 모습을 드러내긴 곤란한 자들이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이 도시 안에 있는게 안전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기로 했다. 도시 안에 있다면 감시하기도 더 편하다는 소리다. 움직여봤자 손바닥 안이기 때문에 변화가 없다. 추격자가 수적으로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 볼때, 절대로 불리하다.



그는 일단 종이 안에 든 것을 확인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뭔가 그럴듯한 것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만약 아무것도 아니라면 이때까지 생각해 온 게 모두 헛짓이였다는 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대서나 확인할순 없다. 감시자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는 육포를 품 속에 넣고 다시 골목 벽에 기대 앉았다. 육포는 정육점 안에서 숨겨 나왔다. 안에서 들고 나온건 육포 한조각 뿐이였다. 감시자는 밖에서 보고 있었을 테니, 아마도 거지소년이 구걸해 나온 것이라 생각하는게 타탕하다.



골목 벽에 기대 않은채 그는 거적데기를 몸에 두르고 고개까지 푹 숙여 품 속에 공간을 만들었다. 밖에서 보이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그는 몸의 움직임을 최소로 하여 품속에 숨겨두었던 종이덩어리를 꺼냈다. 종이는 한겹이였다.



내부에 든 것은 동그랗고 납작한 무언가. 펴는 순간, 그는 빛이 번쩍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새파란 보석이다. 납작하고 동그란 철판 한가운데에 새파란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철판에 새겨진 이상한 문양들. 그것들은 마치 글자같기도 했고 그림 같기도 했다.



잠시 후에야 그는 그걸 쌌던 종이에 무언가 글씨가 쓰여 있다는걸 깨달았다.



작고 예쁜 글씨다.







"제가 이걸 넘겨드리는 분이 어떤 분이 될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걸 받으시는 분께서 용기가 있으시다면 즉시 플라페이드 숲의 중앙으로 가십시오. 제가 아는것은 이 보석이 플라페이드 숲 던전의 열쇠라는 것 뿐. 저는 수십의 호위기사와 함께 던전에 도착했지만 그 앞에서 열쇠를 가진 자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던 악한들에 의해 호위기사는 전멸당하고 저 혼자 쫓기고 있습니다. 던전을 노리는 악한들의 세력은 생각보다 큽니다. 저는 물론, 저희 가문도 도저히 그들을 감당해 낼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 보석을 가지게 되었지만 용기가 없으시다면, 자격이 된다고 생각되는 다른 분에게 보석을 양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베이오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한 일이다. 던전이 발굴되면 트레저 헌터 길드에 의해 곧바로 세상에 공포된다. 발견한 트레저헌터 혼자서 발굴이 가능하다면 길드에 알리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혼자 발굴해 낼지도 모르지만, 대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트레저 헌터 길드를 통해 발굴인원을 모집하고. 발견자 3대 길드 7로 나눈 후, 길드 3대 발굴인원 4로 길드에서 분배해 준다. 이 경우 트레저헌터 길드에서는 던전 공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대개의 던전은 발견 즉시 공포가 된다. 단 이렇게 공개가 된 던전을 도굴하는 것은 트레저헌터길드에 정식으로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던전의 내용물을 뺏겨 손해가 난다면 트레저헌터 길드가 발견자에게 정당하게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







던전이 자주 발견이 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대개 트레저헌터는 파티에서 잡일이나, 싸워 죽인 몬스터에서 돈이 될만한 것들을 구별해 내는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 던전이라도 발견하면 그 3할만이라도 어마어마한 돈이 넘어오기 때문에 트레저 헌터를 하는 사람은 꽤 많았다. 더군다나 요 수년간 황실에서 정기적으로 대규모의 몬스터를 정벌하는 용병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의뢰비 자체는 싸게 책정되어 있었지만, 일단 죽을 위험이 거의 없는데다가 좋은 트레저 헌터를 대려가면 몬스터 사체에서 건지는 게 상당히 돈이 되었기 때문에 트레저 헌터에 대한 수요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베이오드도 트레저헌터의 나이제한인 18살만 넘으면 사실 바로 트레저헌터 길드에 가서 시험을 볼 생각이였다. 트레저헌터 시험이라고 해봐야 바깥에서 얼마나 노숙을 잘 하느냐, 몬스터에서 쓸만한 부위를 얼마나 잘 아느냐, 그리고 약간의 함정해체와 제작능력인데, 이정도라면 베이오드도 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저헌터 길드에 등록이 되면 별다른 등록 없이 용병으로서도 활동할수 있어서 그 같이 떠돌이 소년에겐 상당히 괜찮은 일이였다.







물론, 길드에 가입된 트레저헌터가 아니라 일반인의 제보도 길드에서는 받아준다. 단 이 경우는 분배율이 고작 2할이다. 베이오드는 한참을 고민했다. 던전은 어지간해서는 많은 재물을 담고 있지만, 간혹은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할을 받아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도 있다. 더욱이 그와 같은 떠돌이 소년에게 이할이라도 제대로 분배해 줄지는 의문이였다.



던전을 보여주지 않은 다음에 아무것도 안나왔다고 거짓말 하면 베이오드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안전하기는 하겠지만.



그뿐이 아니다. 베이오드는 느끼고 있었다. 이건 그가, 이런 무의미한 생활에서 벗어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잡아야만 한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보석을 품 속에 담아 넣었다.



플라페이드 숲은 멀지 않다. 다음 도시로 가는 길을 조금만 돌아가면 될 것이다.







베이오드는 저녁이 될때까지 기다렸다. 해는 금새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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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에서 제 글을 보시던 분이 여기까지 오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영웅본색은 의도적으로 지은 제목입니다.



영웅호색을 몰라서 영웅본색이라고 쓴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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