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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왕(法王) - 3부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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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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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오드와 하비는 마을에 생긴 일과 현 상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마을의 촌장이라는 그 노인은 베이오드와 하비에게 충분하게 대접해주고 싶어 하는듯 했지만 이 래딕 마을에 그럴만한 여유는 없어 보였다.
촌장이 해 준 최대의 것은, 지금 이 순간 마을에 어느때보다도 귀중한 물을 그들에게 한 컵씩 내어준 것 뿐이였다. 베이오드와 하비는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
비록 그다지 깨끗하지도 못했고, 양도 충분하지 않은 작은 한 컵이였지만, 베이오드의 마음에는 기묘한 파장을 남기는 한 컵이였다.
그 뿐이 아니였다. 단 한컵이지만 물을 목으로 넘긴 하비는 갑자기 힘이 나는듯 베이오드를 이끌었다.
"분명히 이 산 전체에는 정령의 기운이 가득 들어차 있어요."
하비의 생각은 바로 이것이였다.
정령이란 존재는 아주 골치아픈 존재다. 세상 어디에나 깃들어 있다고 여겨지는 그 정령들은, 평소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지만, 때론 장난꾸러기가 되어 사람들을 골치아프게 한다.
하지만 불의 정령은 불 근처에, 물의 정령은 물 근처에, 혹은 정령에 따라 그 정령의 근원이 되는 물질이 근처에 있지 않으면 정령은 힘을 얻을수가 없기 때문에 절대 정령에 의해 심각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뭐 이제 그 "절대"라는 수식어를 쓸 수는 없겠지만.
"이상한 일이에요. 물론 정령은 세상 어디에나 있어요. 마나를 가진 자라면 정령의 존재를 느낄수 있어요. 하지만 이 래딕 산에는 오직 불의 정령들만이 가득 차 있어요. 그것도 이 산이 불의 정령으로 포화가 되어버릴 정도로."
"..."
사실 베이오드는 정령이나 마법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에 대답해줄 말이 딱히 없었다. 하지만 어쨋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는건 상당히 희망적인 일이였다.
"결론은, 불의 정령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귀신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착시등이 일어나고, 이 래딕 산이 더위로 황폐해 졌다는 겁니까?"
"네. 그럴거에요, 베이오드님."
베이오드도, 하비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촌장이 그들에게 건내준 한 잔의 호의를 생각해서라도 결코 쉽게 일을 생각해 나갈순 없었다.
"그러면 정령들을 죽.. 아니, 잡거나 몰아내면 되겠군요."
무의식적으로 "죽인다"라는 표현을 쓰려고 했던 베이오드는 단어를 순화시켰다.
신을 믿는 신관을 앞에 두고 거친 표현을 쓰기가 어색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래서는 해결이 될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어요. 아직도 이 래딕 산에는 불의 정령들이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어요. 제가 래딕 산 아래에서부터 정령의 존재를 느낄수 있었던건 그래서였어요. 어떤... 그러니까, 불의 정령이 이 래딕 산에 모이게 만드는 어떤 요소가 이 래딕산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날부터, 베이오드와 하비의 래딕 산 수색이 시작되었다. 지금 마을의 젊은 장정들은 전부 외부로 나가 물을 길어 오는 일에 주력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물들이 단 하루만 지나도 모두 매말라 버린다는 것이였다.
즉 물을 쓰기 위해선, 2시간 이상 산을 내려가 래딕산의 영역을 벗어나서 물을 길어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매일같이.
불의 정령들은 지독했다. 자신들의 공간에 상극인 물들이 단 한방울이라도 들어오면 질겁을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양이 많아도 5시간 정도가 흐르면 절반정도가 증발해 버렸고,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10시간이 넘으면 물은 한방울도 남지 않았다.
아직은 외부에서의 약간의 지원과 저장해놓은 음식들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지만 그럴수 있는 날도 3~4일 정도가 한계였다. 촌장을 위시한 마을 주민들은 이제 대규모 이주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수색은 2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마을 회의에서 내일까지 일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결국 래딕 산을 떠나기로 결정이 났다. 그들이 떠난 후에도 문제는 발생할 것이다.
적당한 거주지가 없는 화전민들이 떠돌이가 된다고 해서 먹고 살 길이 생길리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불안이 감돌았다.
낮 동안은 수색이 불가능했다. 아침 10시 정도가 되면 날카롭게 지상을 찌르는 햇빛때문에 마을 전체가 고요에 잠겼다. 모두들 방 안에 틀어박혀 눈에띄게 증발하는 물독만 바로보고 있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덜 증발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굳게 항아리를 밀봉하면서. 굳이 말하면 그건 증발이 아니라 물의 소멸(消滅)이였다.
아무리 잘 밀봉해 보았자 물은 사라졌다.
그건 베이오드와 하비도 마찬가지였다. 햇빛이 비추는 시간동안 래딕산을 뒤진다는건 거의 자살행위였다.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저 남대륙에 있다는 열사의 사막이라는게 바로 이런게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7시가 지난 후에야 래딕 마을은 조금쯤 움직임이 돌기 시작한다.
물론 움직임이래봐야 대부분 친한 사람끼리 만나 신세를 한탄하는 정도가 전부다. 불안감에 떨던지.
베이오드와 하비 또한 7시 후에야 수색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낮동안 수면을 취하고 밤에 늦게까지 수색을 해 왔다.
그리고 2일이 지난 지금은 래딕산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다 수색한 상태였다.
하비는 주로 정령의 움직임을 살폈다. 마법사인 그녀가 할수 있는 일이였다.
정령의 움직임에 어떤 고정된 패턴이 없나 살펴서 몰려드는 불의 정령의 원인이 되는 원천을 찾아내려고 시도하는 것이였다.
그리고 하비가 어느정도 불의 정령이 모여있는 장소를 찾아내면 베이오드가 직접 그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 방식으로 수색을 하고 있었다.
달은 금새 떴다.
달이 뜨면 그래도 조금 낫다. 더위는 사라지지 않지만, 직접 피부를 찔러대는 태양은 그나마 사라지는 것이다. 저 가까운 하늘에 비구름이 잔뜩 몰려 있었다.
하지만 그 새까만 비구름들도 래딕 산의 상공만은 침범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봄비가 내릴 시기는 한참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5월이였다.
"여기인것 같아요. 베이오드님."
하비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베이오드에게 일렀다.
"가득 차 있어요. 불의 정령들이 날뛰고 있어요."
하비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친건 베이오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마지막 힘을 내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동굴이다!"
베이오드가 소리쳤다.
별로 커다란 동굴은 아니였다. 여우들이나 들락날락거릴수 있을까.
하지만 어쨋든 주변에서 찾을수 있는 유일한 특이점이였다.
베이오드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라도 엎드려 기어가면 충분히 들어갈수 있을것 같았다.
"여긴 어때요?"
뒤따라온 하비에게 베이오드가 물었다.
"불의 정령들이 계속해서 들락날락거리고 있어요,베이오드님. 아무래도.. 맞는 것 같네요."
하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베이오드는 힘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이였다.
막막해 지려던 참에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그 원천을.
베이오드는 고개를 숙여 굴 속으로 몸을 밀어넣으려고 했다.
그때였다.
-화륵!
아무것도 없는 동굴의 입구에 갑자기 불꽃이 피어오른 것은.
"으악!?"
베이오드가 놀라 몸을 급히 뒤로 뺐다.
"저, 정령들이 분노하고 있어요. "
하비가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동굴 입구를 틀어막은 불덩이를 시작으로, 그들 주변에 하나 하나 불덩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 홀로 불타오르는 붉은 불덩이들.
그건 정신체로서 깃들어있던 정령들이 실체화를 하는 것이였다.
정령들이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스스로 실체화를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불꽃을 배는데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몰랐지만 일단 베이오드는 양손검을 뽑아들었다.
주변을 둘러싼 불덩이들은 점차 그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저, 저는 별로 도움이 되질 못해요."
지금 이 주변을 둘러싼 기운은 온통 불의 마나뿐이였다.
물론 불의 정령들이 집중됨으로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지만, 여기서 불의 속성이 아닌 다른 속성의 마법을 써 봐야 거의 효과를 보기 힘들었고 매직애로우 같은 마법을 쓰면 저절로 불속성으로 변해버릴게 틀림없는 그런 상황이였다.
불의 정령에게 불의 마법을 써 봐야 도움만 될게 뻔했다.
"죄송합니다. 베이오드님."
하지만 베이오드는 그녀의 사과에 반응할 여유가 없었다.
불덩이들이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으럇차!!"
다행히 그의 검은 불꽃을 베어내는데 효과가 있었다.
불덩이들의 중간쯤을 정확히 베어내면 불꽃이 사그러지듯 불덩이가 사라졌다.
일제히 달려드는 불덩이들은 수가 워낙 많아 무작위로 검을 휘둘러도 한번에 두셋은 수월하게 베였다. 하지만 끝이 없었다. 더욱이 사방에서 달려든다는 점은 회피가 힘들게 했다. 이미 베이오드와 하비는 옷의 여기 저기가 그슬려 있었고, 머리 끝이 타서 노릿한 냄새가 났다.
"일단, 저 동굴쪽으로 붙어요!"
하비의 제안에 베이오드는 찬성을 말로 표시하는 대신, 행동으로 보였다.
동굴에서도 튀어나오는 불덩이들을 먼저 차근 차근 베어낸 후 동굴 입구를 차지한 것이다.
"네놈들, 이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제 그건 우리가 가져가겠다!"
불덩이들이 말을 이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베이오드는 호기롭게 소리쳤다.
그리고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베이오드의 말에 불덩이들이 잠시 움찔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았다. 불덩이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하비가 "많은 정령들이 모여 있다"라고 표현하는걸 들으면서 상상했던 숫자가 무색하게 정령들은 계속 튀어나왔다.
"하비 씨."
"네?"
베이오드가 엉겁결에인지, 고의인지 하비의 이름과 호칭을 미묘하게 바꿨지만 상황상 하비는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제가 막고 있을테니까, 동굴로 들어가서 그 원천이라는걸 들고 나오세요. 부숴버리시든지. 이제 동굴에선 불덩이가 안 튀어나오는걸로 봐서 안에 있던 정령들은 다 죽은것 같습니다."
"네, 네!"
불덩이들이 귀가 어디에 있다고 말을 이해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베이오드의 작전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불덩이들이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불덩이들은 베어도 아무런 소리도 느낌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했다.
마치 가상의 적과 싸우는 기분이랄까.
"어서!"
멍하니 서 있는 하비에게 베이오드가 커다랗게 소리쳤다.
하비는 급하게 허리를 숙여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흐음, 흐음. 생각되로 잘 되어가고 있군!"
유진이 아주 만족스러운 헛기침을 하면서 마구잡이고 검을 휘둘러 정령들을 베어내는 베이오드를 바라보았다. 정령들은 원래 실체화해도 물리적인 무기에 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 검은 특별하다.
바로 불과는 상극인 블루드래곤 본(Bone)으로 이루어진 검!
그 블루드래곤의 남은 잔재가 비록 비물리적 존재이긴 하지만 불의 속성을 가진 정령들을 수월하게 베어낼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 이 세계의 정령들이란 존재에 대해 알았을때, 지구에서 보고 듣는 매체를 통해 알고 있었던 정령의 개념이랑 조금 많이 달라 좀 당황했지만, 어쨋든 저 정령들은 자신의 계획에 훌륭하게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점점 뜨거워 지는데!"
유진의 혼잣말에 카렌이 약간 의아한 눈빛으로 유진을 쳐다보았다.
법궁 내에서도 유진이 벌인 일련의 일들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는건 아마도 아카디아랑 그란디스 뿐일 것이다. 워낙 이런 저런 일들을 분업해서 벌여놨기 때문에.
동굴 속은 당연히 어두웠다. 하비는 눈 앞 한치도 볼수 없었다.
아주 좁고 긴 굴 속을 기어서 지나가자, 점점 구멍이 넓어졌다. 어느샌가부터 하비는 허리를 세우고 걸을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건 마찬가지였다.
"그걸" 하비가 발견하는데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끝이 없을것 같은 긴 동굴을 벽에 손을 짚은 채 의지하여 걸어가는 하비에게 희미하지만 앞쪽에 불빛이 보였다.
하비가 그 불빛에 다가감에 따라 그 불빛은 정체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후끈
하비는 얼굴이 후끈하게 달아오를정도로 느껴지는 열기에 저항하며 그것을 더 정확하게 보기 위해 애썼다.
그건 짧은 "완드"였다.
마법사들이 흔히 쓰는 완드. 다만 팔뚝 길이의 은빛 손잡이의 위쪽 끝에는 붉은 사파이어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이 조각되어 있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정도로 뜨거운 열기는 그 완드에게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 완드는 동굴의 한 가운데 붉고 투명한 구형(球形) 안에서 둥둥 뜬 상태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열기 탓인지 공기는 매우 탁했다. 하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뜨거운 공기가 몸속까지 뜨겁게 만드는 기분이였다.
온 몸이 짜릿짜릿했다. 이해할수 없는 갈증이 그녀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비는 깊은 호흡을 반복하며 서서히 그 완드에 손을 뻗었다.
틀림없이 불의 정령들이 모이는 이유라고 생각되는 그것에.
시간이 지날수록 하비는 참기가 힘들었다.
뜨거운 열기 때문인지,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갈증 때문인지는 알수 없었다.
"몸이.. 뜨거워.."
정신이 멍했다.
혼미한 상황 속에서 필사적인 의지로 완드만을 바라보았다.
전신이 축축하게 젖어들게 만드는것은 그녀의 땀이였다.
"후- 하-"
심호흡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뜨거운 공기는 그녀의 몸을 더욱 달구어 놓을 뿐이다.
한시라도 빨리 저 완드를 잡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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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뭔가 필(feel)?
그리고 이 글의 주인공은 물론 유진입니다.
베이오드의 이야기는 텍스트파일로 약 500kb정도 지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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