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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엄마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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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0xx년 7월 7일. 음... 날짜 타이밍 한번 죽이는군.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 즐떡 쿵떡 얼쑤 좋다~ 지화자~! 를 외치는 날이 아닌가. 하하하... 씨펄... 이렇게 실없는 소리나 지껄이고 좋아할 때가 아닌데- 나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숫자인 7이 두 번이나 겹치는... 뜻깊은 이 날에 불시의 변을 당해 죽고 말았다. 내 나이 우리 나이로 마흔. 체격은 그럭저럭 봐줄만은 한데, 얼굴이 잼병이다. 모아놓은 돈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다. 얼마 벌어놨냐구? 이 사람아, 예끼! 재산 그딴게 어딨어. 이 나이 먹도록 공사판 노가다나 전전하는 신세다... 결혼은 당연히 생각조차 못했다. 여자를 제대로 사귀어본 적도 없다. 참 서글픈 내 인생. 에라이 씹스러운 좆같은 니뮈랄 대한민국! 씨팔... 뭔 얘길 하려다가 이래 신세한탄이나 하고 앉아 있냐 -.- 시간이 지나고 나서 지난 날을 후회하며 사색에 잠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어딨누. 어릴적부터 시정잡배들하고나 어울리며 형편없이 살아온 개차반 인생이었는지라 나이가 마흔 줄에 들어서자, 더욱 더 지난 날에 대한 회한이 깊어진다... 숱하게 많은 사람들이 읊어대는 단골 레퍼토리 왜 있잖은가. 젊은 날의 청춘은 백만금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고결한 것이라고... 뭐 누군들 그러지 않는 사람이 있겠냐... 나 역시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필남필부로서, 나이 40 쳐묵도록 되는대로 막 살아온 내 인생을 되새겨보며... 옛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 개과천선하여 성실하고 말짱하게 살텐데... 남부럽지 않은 성공적인 삶을 살아볼텐데...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굉장히 강렬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정말로 내게 일어났다. 뭔 말하냐구?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는... 그거 말여. 지금부터, 몇년 전에 일어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 더블이 아니고, 트리플 세븐이다. 이걸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당시는 지금처럼 서울 전 지하철역내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을 때다. 7일 아침의 7호선 xx 역이었다. 노가다라는 것은 보통 부지런하지 않으면, 그날 하루 밥 굶기 딱 좋다. 통상적으로 매일 아침 6시까지, 근방의 용역업체나 인력센터를 제때 못 찾아가면 일거리를 구할 수 없다. 이른 아침 집결해서 작업현장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 가만 있어봐, 트리플이 숫자 세 개 모인거 맞지?? 포커 칠때 봉이라고 석장 뜨는거 있잖아. 근데, 지금 시간도 7월 7일 아침 7시 7호선이여.... 트리플 위에는 뭐라고 부르나? 네개가 겹치네. 으흐흐... 흐흠, 흠.... 이딴 얘길 하려던게 아니여... 왜 이런 소릴 씨부려쌌노 나도 참. 여튼 그 날 아침이었어. 그 망할... 아니지! 내 인생의 새로운 기쁨의 단비를 내려준 고마운 놈을 만난게. 쳐자느라 xx 동 인력센터에 아침에 조금 늦었기로서니, 매몰차게 ?겨났지. 에라이- 이렇게 된거 집에 가서 잠이나 더 쳐자자. 승강장 라이트 판 조금 뒤에서 고개를 수그리고 잠시나마 잠을 청하는디... 아니 왠 미친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놈이...? 졸고 있는 건지, 머리가 헷까닥 했는지... 이노무 자슥이 안전바도 없는, 승강장 맨앞에 서서 떨어져 뒤질려고 꾸벅 꾸벅 머리를 조는겨. 진짜로 조는 기가? 아니면 설마 허튼 생각을 하고... 어어! 잠깐 잠깐, 이거 심상치 않은데? 나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중년 아주머니도 입이 벌어지며 놀란 눈빛으로 그놈아를 조마조마하게 바라보고 있었는기라. 까딱하면 몸이 새우처럼 굽어지며 아래로 추락사하기 딱 좋은 상황이여... 저, 저러다가 참말로 뒤진다카이.... 후미... 아니, 잠깐만!! 이 이눔의 개스키 진짜로 뒤질라고 온가베!!!! ...... 내 앞에서 초상 치르는 꼴은 죽어도 못본다 씨펄... 그 순간 눈에 뵈는게 없었다. 어디서 굴러댕기다 들어온 난 놈인지 몰라도 인명은 소중한 것잉게, 무조건 살려놓고 보자! 잠깐 몇초간의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에, 아뿔싸.... 우려가 현실로! 이 어린 중삐리 녀석이 몇 번 헤까닥- 하더니 힘없이 아래로 떨어진겨...... 당연히 승강장에 있던 사람들 전부 깜짝 놀랐지... 꺄악!!! 어떡해요! 사람 죽는다고 소리지르고 지랄 지랄 하는겨... 그러면 당신들이 좀 나서서 뭘 해보등가! ..... 결국은 아무도 안 나서고 발만 구르니까, 아무 짝에 쓸모없는 나같은 밥버러지가... 정신줄 놓고, 풀썩 아래로 뛰어내려서 그놈 끌어올리고 있잖여. 나도 미쳤네 참말로. 이러다 골로 간당께... 오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승강장 위로 몰려든 시민 몇 명이서- 내가 끼잉차 끼잉차..... 죽을 똥을 싸며 어깨 위로 끌어올린 놈을 잡아준다. 어어? 그런데... 끌어올려놓고도, 잡아준 시민 분들의 얼굴 보아하니, 이 어린노무 자슥 얼굴을 보고 당황스러운 표정이여. 이거시 뭔 말이냐... 하니 나도 자세히 봉께, 그 꼬맹이 놈이 무슨 약이라도 빨았나, 아무 의식이 없는겨... 내쪽으로 고갤 돌리는데- 눈동자가 반쯤 까뒤집혀가지고... 가르르르... 개거품을 물고 있었구마. 그걸 보는 순간 난 직감했지. 핫! 이놈 기껏 살려놨더니... 뒤... 뒤진다!! 근데, 그 걱정할 때가 아니었으...... 허미??? 뭐시여??? 뿌아아앙~~~~ 너무나도 귀에 친숙하고 정겨운 그 소리 있잖여!! 후메 이를 어째??? 열차가 들어오고 있는 기라...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안난다... 왜 발이 떨어지지 않고- 식은 땀만 삐질 삐질 흐르지..... 다리는 무서워서 달달달달.... 오들 오들 떨리기만 하고. 진즉에 오줌을 찔끔찔끔 지리고 있었구마이...... 그 짧은 몇초 사이의 순간에... 나는 플랫폼에서 비껴서려고, 승강장 아래의 작은 텀으로 최대한 몸을 밀착시켰어. 근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뒈질놈이었나베... 잠깐 아차... 하는 3,4초 사이에 피할 새도 없이 쿠콰콰콰~~~ 전철이 들어오는디... 그 뒤로는 무서버서, 그냥 눈을 찔끔, 감아버리고 말았는겨......... 아, 뒈졌구나... 그 후로는 기억이 없다... 죽었겠지? 사방이 어두컴컴해서 아무 것도 안 보인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아무리 일자 무식인 나라도, 사람이 죽으면- 다양한 종교적 관점에서나 민간신앙의 속설적인 면에서 볼 때- 부웅~~~ 자신의 영혼이 솟아 올라, 저 먼~ 곳에서 아래로 죽은 육신을 내려다보며... 씁쓸한 감상에 잠기는게 타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아니, 시볼 뭐여... 살아 있는 것 같네?? 느껴진다. 의식적으로 살아 있는 육신의 미지근한 여력이... 내 팔, 내 다리? 그리고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오고 있지만 내 꼴사나운 대갈통... 분명히 사고를 당했을 거라고 확신했는데- 멀쩡하게 모두가 몸에 붙어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 눈을 살짝, 뜨고 몸은 움직일 엄두를 못내고 아주 조심스럽게 눈만 껌뻑였더니 생전 처음보는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 하나가 내 옆에 붙어 앉아 있다... 그것도 굉장히 걱정스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여자는 초조해 견딜 수 없는 얼굴. 당신들 뭐여? -_- “어???? 깨, 깨어났다!!! 여보, 승호 정신 차렸어요!!!” “.......... 진짜??? 어디, 아들, 아들 일어났니????” “................ 누구...세요...?” .................... 승호라니? 이럴 수가... 이건 분명, 나를 가리키며 말하는 건데? 여기 틀림없이 세 사람 뿐이잖아... 그렇다는 얘기는...??? 설마??????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나는 잽싸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 거울! 거울~~!! 거울을 후다닥 찾느라 동분서주... 남자와 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미친놈처럼 뭔가만 허우적대는 나를 희안한 눈으로 볼 뿐이다. 젠장... 설마... 설마... 겨우 머리맡 구석에 떨어진 손거울을 찾아냈다. 어디....... 헉.......... 나...... 어린 애로 환생한 거야...???? 아니지, 영혼이 요 쥐똥만한 놈하고 바뀐겨?!?!? 오우 F 더 ?.......!?!? 거울에 비친 것은, 흐리멍텅한 눈매와 비실비실해 보이는 얼굴의 어린 꼬마였다. 그...... 내가 승강장에서 구사일생으로 건져냈던, 약기운 몽롱했던 그노마다. 아니 씨팔!!! 진짜여?? 지금 영화찍는겨!!! 오... 하나님, 이 순간은 믿지도 않았지만... 아이고~ 어쩌자고 저를 되살리셨나이까... 확실히 죽었는데, 되살아난 것이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생생하게 몸이 만져진다. 내 손... 내 팔... 얼굴을 힘껏- 꿈인가 싶어 꼬집어보면, 굉장히 아프다. 생시가 분명해! 이걸, 감격과 환희에 젖는다고 해야 좋을까? 기분 드럽고 불쾌한 되살림이라고 느껴야할까... 환생했다-는 사실도 믿기 너무나 어렵고 당황스러운데, 그 대상이 하필이면... 그 뽕맞은 것처럼 골골 거리는... 멸치같은 어린 놈이라니. 갓난 애기같은 것이, 오늘 내일~~ 하는 모습이 심히 안쓰럽더만... 그게..... 지금 나라구??? 18........... 이 사람 좋게 생긴 아저씨랑, 순진해보이는 어린 여자는... 그 꼬맹이의 부모인가... 확실한 것은 아니라, 함부로 말을 뱉을 수가 없었다. 그냥 친인척일 수도 있잖아. 어떻게 말하지? 내가 말을 감히... 기 죽어서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여자가 다시 말했다. “누구냐니...? 승호야, 엄마야... 엄마가 얼마나 많이 걱정했는지 아니?? 우리 아들, 걱정되서 죽을 것 같았어... 이렇게 다시 깨어나서 천만 다행이야! 간절하게... 아주 애원하며 울면서 기도했단다” “녀석아, 빨리 엄마한테 걱정시켜 드려서 죄송하다고 말해. 허허-” “......... 어, 엄마...? 엄마예요..?” 부모구나! 오야지다!!! 짜릿하다... 이 예쁜 여자가 내 엄마구나?!! 한 눈에 얼핏 봐도, 상당한 미인이다. 몇 살일까...? 꽤 젊어보이는데... 자기가 본인 입으로 울면서 엄마라고 안했으면, 이모 정도로 나도 생각했을 꺼이구만. 그런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데... 난 아무것도 당신들에 대해 모르잖아.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어디서 그런 순간 재치가 떠올랐는지... 나는 태연하게,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 연기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생각하고나니, 마음이 아주 가벼워. 좋아~~ “....... 저어, 누구신지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요... 엄마랑 아빠세요...? “허어... 이 녀석 무슨 말하냐...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니?” “승호야, 머리 다쳤어? 엄마잖아... 호호... 장난치는 거 아니구?” “예... 죄송한데요. 진짜 누구신지 저는 몰라요... 지금 여기에 왜 누워있는지도 모르구요...” “...............” 표정을 보니까- 내 연기력이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분위기여. 믿는 눈치다. 두 사람은 벙..........쪄서 입만 쩌억~ 벌리고 잠시 말이 없다. 아뉘 뭘 그렇게들 놀래요? 아들이 그런 사고를 당하다가, 죽다 살았는데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 다음 남자의 말이 놀랍다. “...... 역시 그렇구나, 의사 선생님 말씀이 맞았어. 이 아이가 그때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친게야, 여보” “머리를..... 선생님 말대로 그럼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래. 이 얼굴을 봐. 정말로 아무 것도 기억 안나는 눈빛이잖아... 우릴 모르는 거라구” “......그래요, 저 진짜... 죄송한데, 지금 여기에 왜 누워있는 지도 모르겠어요...” 상황 좋네... 딱이네... 좋구나. 의사가 이 빌어먹을 꼬맹이놈이 사고를 당하며 기억을 잃을 거라고 덧붙였나보다. 잘됐네. 둘러대기 더 좋겠어... 휴... 이마에 맺힌 땀을 스윽- 닦는 나에게, 두 사람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니 결론 나왔잖여. 기억상실증이라고 당신들도 판단했는데 뭘 캐물어 또. 두 사람은 내가 기억을 잃은 어린 아이라고 확신하자- 그 다음부터는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내 몸 여기저기를 혹시 다쳐서 이상은 없는지, 만져보고 점검하더니 이상 없겠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옷가지를 챙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퇴원이 가능할까 나도 궁금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 전철역 사고 당시로부터 기절해서 입원해있은지 벌써 3일째라는 기다. 사흘간을 정신없이 의식을 잃고 자고 있던 거구나... 잠깐, 이녀석은 살아났다치고, 그럼 원래의 나는??? 머리가 복잡하네. 그럼 그때 정면으로 열차와 충돌한 내 몸은- 무서운 상상이 스멀 스멀 피어오르려 한다... 신문이나 뉴스 보도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디 컴퓨터 없나? 아! 맞다. 이 녀석도 분명 핸드폰을 가지고 있을 거야. 나는 재빨리, 복도를 따라 걸어가며 엄마라는 여인에게 물었다. “저, 저기요... 아줌......마!” “응? 호호호- 여보, 저보고 아줌마래요 승호가. 후후후- 그래, 아줌마라고 불러도 좋아. 당분간은 말이지, 근데 내가 너 엄마거든, 요녀석 쿠쿠” “..... 네, 엄마... 저, 제꺼 핸드폰 어딨어요??” “핸드폰?..............”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며 힘겨운 표정을 짓는다. 아마, 3일전에 있었던 무언가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생각하기 싫다는 얼굴이겠지... 남자도 난감한 표정을 잠시 짓더니, 곧 애써 웃으며 말해준다. “승호야, 핸드폰은 부숴졌어. 아빠가 하나 새로 사줄게 내일...” “그, 그러면 저...! 지, 지금요! 아무거나 핸드폰좀 주실 수 있어요???” “...?? 그거야, 내 핸드폰 주면 되지...” “고맙습니다! 잠깐만 핸드폰 좀 구경만 할게요” 살짝 웃으며, 여인이 폰을 건네주었다. 와...... 지금 일단 좋은 구실로 폰이 있느냐고 묻긴 했는데, 손도 정말 하얘서 이쁘네... 그리고 이런 이쁜 여자의 핸드폰을 은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구마... 후미 좋구나~~ 어린 아이 역할이란거!!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얼른 뉴스를! 두 사람은 어느새 나를 데리고- 병원 입구를 나가 차에 태웠다. 뒷자리에 풀썩, 앉은 나는, 잽싸게 그녀의 핸드폰으로 3G에 접속한다. 꿀꺽............ 그 인터넷 창이 떠오르는 몇초간이 엄청 긴장되고 떨린다. 뉴스, 아니 시발! 정치 경제 스포츠 이딴거 말고, 시사, 사건사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7월 7일과 8일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찾았다!! 의외로 크게 사회란을 장식하고 있었다. 왜 크게 언급되고 있냐면... [의로운 40세 영웅, 어린 아이를 구하고 희생하다] 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아아, 이것만 봐도 짐작이 가는구만... 이 형편없는 놈을 구해놓고, 나는 죽었으니까...... 겁이 나지만 조심스럽게 기사를 훑는데... 오우... 으웩.......... 예상대로였다. 기사는 적나라하게 그 날의 실상을 보도하고 있었다. 피한답시고 그때, 빠르게 달려오는 열차의 구석으로 숨었지만- 꼼짝하지 못하고 정면에 직격해서... 내 몸은 보기 좋게 사지가... 아주 처참하게 갈기 갈기 찢어졌다고 한다. 그 사실은 기사에서 완곡하게만 다루고 있길래 이게 다가 아닐 것이야, 하고 댓글들을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마침, 그때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자신이 본 것을 증언하는 베플이 있었다. 피와 살덩어리가 사방으로 튀었고, 뇌수며 내장이며 할 것 없이 모조리 공중분해되었다고... 아...... 읽다가 속이 메스꺼워서 토할 뻔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당한 사고라는 사실에... 도가 지나칠만큼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공포의 여운이 사무치게 몰려오는 것이다. 하마터면, 제법 비싸보이는 차 뒷좌석의 시트에 역한 토사물을 뱉을 뻔했다...... 구역질이 넘어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진다... 내가 이렇게 비참하게 죽었다니........... 결혼도 못하고, 나이 사십에 홀로 외로이 살다가, 변변한 직업도 없이 힘겹게 살긴 했지만 하나님, 이렇게까지 끔찍한 최후를 맞게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신이 있다면- 정말로 그 미지의 존재에 대한 끔찍한 증오가 싹트려는 순간이었다. 앞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짐작하는 분위기다. 자기들 아들을 구한 의인의 소식을 보고 무섭고 괴로운 감정이 동시에 찾아오며... 울컥 울컥... 닭똥같은 눈물을 “우흐으훅.......” 괴롭게 울부짖으며 쏟는 것을 들었으니까. 죽은 사람을 위해 처연한 슬픔을 담아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구나... 라고 필경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차 안의 공기가 꽤나 무거웠다. 우리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달리는 차에서 침묵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계속하여 핸드폰의 액정에 묻은 눈물을 닦으며, 옆으로 몸을 배배꼬면서 누워있자... 무척 마음 아파하며, 슬픔을 견디는 말투로 여인이 입을 연다. 아들의 아픔을 공감해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참으로 다정하고 사랑스러웠다. “승호야, 그 분도 분명 널 구하고... 착하고 의로운 일을 하셨으니까, 틀림없이 천국 하늘나라에 가셨을 거야...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단다...” “.................. 훌쩍...... 훌쩍......... 흐흑, 흐흐윽.......” “....... 울도록 내버려 둡시다... 실컷 울고 나면 조금 나아지겠지요...” “...... 네 여보...” 내가 그렇게 복잡다단하고 괴로운 심경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 부부의 크라이슬러는 눈에 익숙한 선릉역을 지나,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향해 들어섰다. 여기가 대치동인가? 역삼동 같은데... 그게 문제가 아니야...... 헐, 꽤 사는 집인갑네..... 차도 고급스러운 중형 세단인 것 같더니, 집도 강남 한복판에 있어... 씨발... 이거 좋아해야하나 우울해야하는 건가... 이런 좋은 아파트 단지 내에는 용역 뛰러 다닐 때 들어온 기억뿐인데. tv 광고에서나 보던 E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타고 차가 내려간다. 시벌 주차장도 우라지게 좋구만... 있는 것들은 달라... 삐빅, 차를 세우고 조금의 자잘한 감상에 빠질 틈도 없이-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도 좋네... 사소한 것에도 괜시리 시선이 쏠리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 나다. 한층에 두 집만 있는 복도 구조도 괜히 주눅이 들게 했다. 아, 물론 이렇게 생긴 건축형태는 익숙하지... 내 말은 뭐냐믄, 내가 살고 있던 환경은 늘상~ 닭장처럼 따닥 따닥 붙어있는 복도형 아파트라서... 특히 부티 잘잘 나는 이런 모양새가~ 나를 더 위축되게 한다, 이 말이제. 집도 존나게 넓다.... 자꾸 욕해서 미안한데 역시나 18스럽다.... 와... 좋구나!! 40평형대? 이게 몇평형이나 되는 걸까? 도무지 어린아이의 생각이라고 볼 수 없는... 이것 저것 다양한 혼자만의 견적과 상상력을 저울질하며, 나는 신기한 눈으로 구석구석을 엿보았다. 이상하게 보이진 않겠지?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분명 자기 아들은 맞지만... 사고를 당해서 기억에 없는 집이니까. 영혼이 뒤바뀐 줄은 전혀 모를테니까... 그런 나를 배려하는 여인, 아니 이제부터... 불편하지만 편의상 그냥, 내 엄마- 라고 부르겠다. 엄... 아휴, 나의 모친되실... 그 여인은 내 방을 보여주었다. “편하게 쉬고 있어, 호호- 우리 아들 배고프지? 엄마가 얼른 식사준비하고, 금방 부를게~ 좀 누워 있으렴” “네... 그럴게요. 엄.... 엄마... 고마워요...” “후훗♡... 고맙긴 뭐가 고맙니... 우리 아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기억을 잃어버려서... 예전보다 많이 착해진 것 같네...” “하하........” 그녀가 내게로 다가올 때, 은은하게 몰려오는 향기가 아주 그윽하다... 좋다... 무슨 향기인지 나같이 무식한 놈은 모르지만,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 같구나... 아아... 최고다... 이 여자 몇 살일까... 음, 요 꼬맹이가 중학생이니까- 어? 가만... 중학생은 맞나? 그런 사실은 아직 모르잖아. 아아! 내가 구해줬을 때를 생각해보자. 이 눔 새이 교복입었었지... 그러면 대략 적어도 서른 중반 이상이라는 이야긴데... 도무지 그렇게는 안 보여! 어이, 젊은 아가씨~ 스물 일곱 정도로 밖에는 안보인다구... 이쁘다... 젊고 아주 피부도 팽팽하다. 곱디 고운 하얀 살결이 얼마나 뽀샤시하고 멋진지... 방금 전에 나한테 다가오면서 살짝 웃어줄 때, 씨발, 너무 꼴려서 지릴 뻔 했다... 무슨 탤런트처럼 이뻐, 여자가!! 음... 언어순화좀 해야겠구나. 나도 이제 의식적으로, 이 집의 가정환경에 맞추어, 어린 아이의 행세를 하고 살아야 하니까... 너무 저질스러운 생각은 삼가도록 하자. 그게 쉬울까 근데? 씨발... 지금도 생각에만 잠기면 욕질 투성인 저질대가린데... 휴... 천성은 쉽게 안 잊혀지는구만. 에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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