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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골 저택의 황태자(수정본) - 3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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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골 저택의 황태자 30부.
선경은 이곳에 돌아온 이후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다. 식사시간에 잠깐씩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도 하루에 한번 뿐이고 다른 시간은 아예 방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선경은 가끔 만나는 여자들이 예전처럼 친절해서 그나마 안심이 되었지만, 미나만은 무슨 일이지 말도 하지 않고 쌀쌀맞아 마주치기도 겁났다.
방안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새 한마리가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선경의 얼굴에 두 줄기 눈물이 흘려 내린다. 전생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기에, 현세에 이런 벌을 받는단 말인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남에게 피해를 준적도 없으며,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곳에 있는 여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태자라는 남자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곳에 잡혀 오기 전에 자신조차도 태자라는 남자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가지고 있었다. 여학생들 사이에 킹카로 통하며 능력 좋고, 인물 잘생기고, 한마디로 빈틈을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남자였다. 또한 자신은 그런 남자의 사랑을 받아 많은 여인들의 시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다만 자신이 아직은 남자보다는 무용에 대한 욕심이 많아 태자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태자 또한 매너 좋게 깨끗하게 자신을 포기했다. 그런 좋은 기억만을 간직하고 있던 태자를 이곳에 왜 와서는 그렇게 미워하는 것일까? 선경은 자신을 돌아보며 천천히 정리해 보기로 시작했다.
처음 이곳에서 태자를 보았을 때. 자신을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이곳에 몰래 숨어 들어온 줄 착각하고 얼마나 걱정했던가.......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고 그 사람의 모든 말이 거짓으로만 들렸다. 이곳의 여자들과 이야기하며,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속으로 인정치 아니하고, 태자가 베풀어 주는 친절을 이용해서 탈출을 감했다.........어쩌면 그때 조금만 더 생각하고 자신을 설득할 시간을 주었다면...........아니 태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탈출에 실패하여 감옥에 잡혀 있을 때..........그때서야 나타난 태자..........자신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자신에게 들려주었던 그 악마 같은 말들...........하나하나 생각해 보니 태자라는 남자에 대해 자신은 너무 일방적으로 나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 나쁜 사람은 아니야.”
선경이 혼자 중얼거린다. 정리를 하다 보니 태자가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한건 하나도 없었다. 다만 태자를 따르는 가신들이 나쁜 짓을 해고, 자신은 그 모든 책임과 원망을 태자에게 뒤집고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그는 날 사랑하고 있어.........아직도.......나를..........”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차가운 이성으로 판단해 보면 이런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태자는 과연 지금도 선경을 사랑하는 것일까? 그리고 선경은 태자의 사랑을 믿을 수 있을까?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에 미나는 총알처럼 출입문으로 달려갔다. 멀리 태자가 들어오고 있다. 미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태자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멀리 미나의 모습이 보인다. 미나의 작은 몸이 나비처럼 자신의 품으로 뛰어들자 미나를 꼭 안아 주었다. 미나의 눈물이 가슴을 젖이고 있다. 태자가 미나의 허리를 잡아주니, 미나의 작은 몸이 태자에게 매달려 눈물 가득한 눈으로 태자를 노려본다. 태자는 말없이 미나를 바라보았고, 한참을 노려보던 미나는 소매로 눈물을 훔친다.
“나쁜 놈”
귀여운 미나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오자 태자는 황당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옆을 지켜주었던 여인.........때로는 친구처럼, 때로 동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미나,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을 신처럼 받들어주는 여자다.
“화났어.”
“응!”
“왜?”
“주이님이 나쁜 짓 했잖아.”
“뭘~”
“왜 멋대로 해”
“그건............”
“변명 하지 마.”
“잘못했어.”
“뭘~ 잘못했는데.”
“그............글쎄.”
“바보 주인님”
“화낸다.”
“그러지마”
“참!.........어떻게 해주면 주겠니.”
“다신 그러지마”
“알았어.”
“내려죠.”
“싫어”
“아프단 말이야.”
태자는 미나를 두 팔로 안아주었다. 미나도 태자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미안해. 걱정했지”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이렇게 무사하시니 됐어요.”
“고맙워”
“내려주세요.”
태자가 내려주자 미나는 종종걸음으로 태자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는 다시 태자 앞에 서서 태자를 올려다본다.
“다치신 곳은 어떻게 됐어요.”
“많이 좋아졌어.”
“앉아 봐요.”
태자가 자리에 앉자 미나가 태자의 남방 단추를 풀려했다.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태자가 미나의 작은 손을 잡았다.
“지금은 보지 마!”
“아직 아물지 않은 거죠.”
“응. 미나만 알고 있어. 다른 부인들에겐 비밀이야.”
“안 그래도 저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다 알지 않겠어요.”
“알아. 하지만 지금은 비밀로 해죠.”
“알겠어요.”
“다른 부인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
“치.......속보이는 질문.........선경씨 요즘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아요. 충격이 큰가 봐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선경씨에게 너무 조심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눌려 버리세요.”
“치~~ 미나도 여자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저에겐 당신이 더 소중해요.”
“알았어. 조금만 더 시간을 줘.........근데 다른 부인들은 내가 왔는데 나와 보지도 안내”
“아닐걸요. 저 때문에 못나오는 거죠. 제가 이렇게 주인님을 독점하고 있으니까!”
“미나 무섭다.”
“그럼요. 제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데.......주인님 앞에서야 고양이 앞에 쥐지만 다른 사람들은 미나 얼마나 무서워하는데요.”
“하하하하. 그만 들어가자. 다른 부인들 기다리겠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태자의 방으로 갔다. 지나, 요코, 링링도 뒤따라 들어간다. 선경은 밖에서 들리는 태자의 목소리에 머리가 복잡했다. 나가서 맞이해야 하나.......모른 척 해야 하나........모르겠다. 어떻게 처신(處身)해야 할지 모르겠다. 탈출하겠다는 희망은 이미 버렸다. 이젠 싫으나 좋으나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 과연 태자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 수 있을까? 복잡한 심사(心事) 침대 누워 이불을 뒤집어쓴다.
밤이 깊어지자 태자의 방에서 간간히 들리던 웃음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적막한 분위기에 풀벌레 소리만 간간이 들린다. 선경은 밤이 깊어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머리가 복잡하여 잠이 오지 않는 것이다. 그때 ‘끼이~~익’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어둠속에서 방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다. 선경은 숨을 죽이고 이불에 고개를 묻었다. 태자는 조심스럽게 다가오더니 침대에 걸터앉았다. 선경은 때리는 가슴에 눈을 감는다. 태자다. 깊은 밤에 자신의 방을 찾은 것이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태자는 부인들을 자신들의 방으로 돌려보내고 선경의 방으로 왔다. 문 앞에서 귀를 기울리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자는 모양이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오니 선경이 머리까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자는 모양이다. 선경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침대에 앉았다. 이불사이로 선경의 얼굴이 보인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름다운 얼굴이다. 여자를 많이 알고 있다는 자신조차도 한번보고 반할 만큼 아름답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잠든 것이 아니다. 잠든 척하고 있을 뿐이다. 암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선경의 모습이 귀엽다. 선경의 얼굴에 더운 입김을 불어본다.
선경은 태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다. 혹시 태자에게 들키진 않을까? 진정해야 된다. 참아야 한다. 냉절하게 자신에게 타일러 보지만 몸은 점점 경직되고 식은땀이 흐른다. 마음 같아서는 벌떡 일어나 태자에게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지금 와서 그린 짓을 하면 더 창피할 것이다. 어서 빨리 태자가 스스로 물려나길 간절히 빌었다. 그런데 갑자기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튀어 나온다. 이건 아니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태자가 혹시 신음소리를 듣진 않았을까? 그냥 잠꼬대 정도로 생각하진 않을까? 그래.......그냥 이대로 모른 척 해야 한다.
입김을 불어보자,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그런대도 선경은 모른 척 눈을 감고 있다. 괘심하다. 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끝내 자는 척한다. 그런데 그런 선경의 모습이 귀엽다. 이정도로 끝낼까? 그만 물러날까? 선경을 보았으니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아쉽다. 이대로 물려나면 후회할 것이다. 태자는 선경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한없이 부드러운 느낌에 입술이 떨린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그녀는 지금도 눈을 감고 있다. 웃긴다. 언제까지 버티지는 보자. 태자가 선경의 눈동자에 입을 맞춘다. 선경의 입술이 떨리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그녀는 잠들지 않았다. 그런데 거부하지 않는다. 왜 일까? 그녀가 진정으로 싫다면 거부해야 하지 않을까? 좋다.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 태자의 입술이 코를 지나 붉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선경이 고개를 돌린다.
선경은 뜨거운 무언가가 이마에 느껴져 안 그래도 진정되지 않는 심장이 더욱 요동쳤다. 몸은 극도로 긴장되고.........곧이어 눈꺼풀에 전해지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감촉에 온몸이 파르르 떨린다. 선경은 점점 예민해져가는 감각에 의지력이 무너질 것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때 뜨거운 느낌이 멀어졌다. 물려갈 모양이다. 다행이다. 하지만 안심도 잠깐........다시금 부드러운 무언가가 코의 라인을 따라 내려오더니 급기야 자신의 입술을 빼앗았다. 순간적으로 신음이 새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이젠 제발 가라. 이대로 계속되면 무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속한 태자는 자신의 얼굴을 잡고 살며시 고개를 돌리며 굳게 닫혀 있는 입술을 빨아준다. 싫다. 이건 아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애무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금씩 입이 벌어지고 있다.
태자는 선경이 거부하지 않자.........진실한 마음으로 입술을 찾았지만, 선경의 입술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대로 물려나야 할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태자가 선경의 입술을 안타깝게 빨아주니 조금씩 입술이 열린다. 하지만 선경의 이빨은 마치 성문처럼 쉽게 열리지 않았고.........태자의 입술은 방향을 틀어 선경의 귀를 깨물어 주었다.
“하이...........하이...........”
선경의 입이 조금 더 벌어진다. 태자는 서두르지 않고 귀의 라인을 따라 혀로 살살 애무하며, 귀속을 혀를 찔려주니 선경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태자는 때를 놓치지 않고 선경의 입술을 빼앗으며, 혀가 입속으로 들어가니 선경은 깜짝 놀라 감은 눈을 뜨고 말았다.
“음....읍....음”
선경은 자신의 입속에 무단으로 침입한 놈을 당장이라도 쫒아내고 싶었지만.......무단으로 들어온 놈이 오히려 더 당당하게 주인을 찾으니, 선경의 혀는 겁을 먹고 구석으로 도망쳤고, 기세당당하게 들어온 놈은 주인이 도망가자 자기 집에 들어온 것처럼 입안을 유영(遊泳)하니............선경은 입안에 침이 가득하여 서서히 숨이 막혀왔고..........참지 못한 선경은 태자의 가슴을 밀어낸다.
“하이.....하이.....하이....하이”
선경은 창피하고 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가쁜 숨만 몰아쉬는데........다시금 태자가 입술을 빼앗으며, 혀가 입속으로 들어와 방심하고 있던 선경의 혀를 휘감아 돌리니, 선경은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에 힘이 빠져 반항도 못하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성숙한 여인의 몸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스스로 반응하는 법이다. 어느새 선경의 혀가 태자의 혀를 받아들이고 서로를 탐하며 감미로운 감촉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져 가는데, 예민해진 가슴에 태자의 손이 올라왔고 선경은 자신도 모르게 태자의 손을 잡았다.
“헉.....헉....헉.....하이......하이”
때론 백 마디 말보다 진실한 눈빛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 태자는 선경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선경도 태자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이 진실이라고 항변(抗辯)하고 있다. 결코 거짓을 말하는 눈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금의 감정이라면 모든 걸 허락하고 싶다.
“어떻게 할 거야.”
선경은 자신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만일 태자가 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것을 맞길 것인가? 모든 걸 허락할 것인가?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이런 질문은 하지도 말아야 했다.
“바보. 그런 건 느끼는 거야!”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대답에 다시금 혼란스럽다. 선경은 이 순간 단순한 답을 원했다. 자신도 혼란스럽기에 태자가 잡아줄길 바랬는지도 모른다.
“너무 어려워..............간단하게 대답해조.”
“사랑해”
선경은 다시 태자의 눈을 보았다. 그 눈에서 진실을 찾고자 했다. 깊고 맑게 빛나는 태자의 눈에서 거짓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쁜 놈............”
“내가...........”
“응~”
“미안해.”
“...............”
“그리고...........진심으로.............널 사랑해.”
“................”
“................”
“나가죠.”
선경은 태자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 아직은 태자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원망하는 마음도, 미워하는 마음도 아니다. 자신이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란 것도 알고 있다. 태자만이 자신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하지만 아직 태자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왜............싫어.”
“시간을 줘~”
선경은 제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내버려 두길 바랬다.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금 냉정하게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태자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 선경이 흔들리고 있다. 심정의 변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방향인지 아니면 나쁜 방향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힘들게 찾아온 기회를 의미 없이 날려버리고 싶진 않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가끔 억지를 부려도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특히나 심성이 착한 선경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부탁이야. 지금은 싫어.”
“좋아! 그럼 내가 양보해서 더 이상은 하지 않을게. 대신 너의 겉에서 자고 싶어”
“.......”
선경은 태자가 무슨 큰 선심이나 쓴다는 듯이 당당하게 말하자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그걸 단번에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더욱 기가 막힌다. 태자는 선경이 말이 없자 마치 자신의 침대(?)인양 당당하게 침대로 파고들었다. 선경은 갑자기 태자가 올라오자 마음속에서는 거부해야 한다고 소리치지만 감히 거부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니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그걸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선경은 태자와 거리를 두기 위해 최대한 침대 끝으로 갔다. 하지만 태자가 살며시 당기니 힘없이 태자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포근하게 안기는 꼴이 되었다. 선경은 깜짝 놀라 몸을 빼려 했지만 태자의 팔이 어깨를 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가만있어. 약속은 지킨다.”
태자의 말에 마력(魔力)이란도 있는 듯 선경은 감히 태자의 품을 벗어날 수 없었다. 뛰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긴장하고 있는데 태자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선경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태자는 이미 눈을 감고 자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이사람 뿐이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그래도 한줄기 빛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람이다.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다면 이 사람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선경은 그런 많은 고민속에 자신도 모르게 태자의 품에 잠들고 말았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편안하게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보니 가슴이 부드럽고 따뜻하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보니 선경이 가슴에 기대에 자고 있다. 아침에 피어난 꽃처럼 환상적이고 아름답다. 마치 숲속의 잠자는 공주 같다는 착각이 든다. 어제 밤, 자신은 끓어오르는 성욕을 억지로 참고, 선경의 옆에서 잠을 청했다. 화사한 꽃처럼 아름다운 선경을 안고 있자니 욕정이 솟구쳤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선경보다 먼저 잠이 든 것이 어제 밤의 일이다. 아침 햇살에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선경을 보자 안 그래도 아침이라 발기한 자지가 아플 정도로 강력한 욕정이 솟구쳤다. 살며시 손을 들어 흐트러진 선경의 머리카락을 가지련하게 쓸어주니, 선경은 잠결에 더욱 태자의 품으로 파고든다. 살며시 고개를 숙이니 선경의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과일향이 났다. 천사처럼 평온하게 잠자는 선경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 선경의 가르다란 허리를 감아 살짝 침대에 눕히고 살며시 일어나려는데 선경의 부드러운 팔이 태자의 목을 잡는다. 한순간에 태자의 머리는 선경의 부드러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코끝에 전해오는 강력한 여인의 육향에 취해갔다.
선경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편안한 잠에 빠져 있는데 안고 있던 곰 인형(?)이 빠져나가려 하자 곰 인형을 가슴에 앉았다. 평소 집에 있을 때, 향상 곰 인형을 앉고 자던 선경은 잠결에 태자를 곰 인형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한없이 부드러운 감촉한 육향에 태자는 억누르고 있던 성욕이 불타올라 자신도 모르게 가슴으로 손이가고, 손에 조금씩 힘을 주니 얇은 천위로 느껴지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느낌에 조금씩 숨이 거칠어진다. 누구보다 경험이 풍부한 자신이 이런 간단한 자극에 흥분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태자는 조금씩 흥분하고 있었다. 선경은 누군가 자신의 가슴을 압박하자 잠자는 와중에도 거북하여 자세를 바꿔 돌아누워 버린다. 태자는 선경은 갑자기 돌아눕자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잠든 선경의 보며 한참을 망설이던 태자는 길게 한숨을 쉬고 침대에서 일어나 선경의 방을 나갔다. 아무리 강한 유혹이 밀려와도 자신이 어제 한 약속을 지키지 위해 최대한의 인내력 발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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