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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고해성사 - 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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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우리는 3번 버스를 타고 강정으로 갔다.







버스정류장 뒤의 선착장에서 조그만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면,



하얀 백사장이 아주 넓고 길게 펼쳐진 곳이 나온다.



강가의 백사장 치고 그렇게 아름다운 곳도 드물 것이다.







선착장에서부터 벌써



건너편의 가슴 벅찬 풍광이 한아름 들어왔다.



우리는 같은 버스에서 내린 몇몇 사람들과 함께 나룻배를 탔다.







점점 다가오는 아름다운 풍경들...







먼저,



낮은 작은 제방을 끼고 넓게 펼쳐진 복숭아밭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이사이로 늘어선 포플러와 버드나무들은



마치 복숭아밭들을 호위하는 병정들처럼 챠르르 챠르르 바람소리를 내면서 서있고,



그 바람결 너머로 만발한 복숭아꽃들이 금방이라도 강물로 뛰어들 것처럼,



한껏 양팔을 펼쳐들고 있었다.







우리는 짙푸른 바람결이 지나는



그 어디 나무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그 자리에서 강 쪽으로 바라보니



바로 풍경화 한 폭 이었다.







나는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녀는 옆에 앉아서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송진 냄새 가득한 <테레핀> 냄새가 좋다고 했다.



그리고 재잘재잘 얘기를 했다.







오토바이도 탈 줄 안다고 했다.



오토바이는 나도 못타는데,



고등학교 때 오빠들이랑 그렇게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폭주족?



어쩐지 좀 날티가 난다고 했지.



하지만 마음 잡고 공부 열심히 해서 재수 끝에 입학했단다.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머리는 좋다고 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얘길 해서 난 속으로 피식 웃었다.







초벌칠을 대강 하고 나는 그녀랑



5월의 오후 해를 역광으로 받아서 눈부시게 반짝이는 강가 모래밭을 걸었다.







우리들 발걸음 저 앞 뒤쪽으로



이름 모를 새들이 돌돌돌 물가를 뛰어 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물가를 따라 저만치 천천히 걸어갔다가 돌아왔다.



....







나는 다시 꺼덕꺼덕 해진 초벌칠 위로 세부 묘사에 들어갔다.



그녀는 심심했던지 일어나서 혼자 물가를 돌아다니더니



강물이 줄어들면서 생긴 조그만 웅덩이의 언덕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녀 뒤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아.



저 풍경.



...







언뜻,



저 자리에 정희가 앉아 있었다면,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쟤는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해거름에 저렇게 그림 좋게 앉아있으니



그녀도 나름대로 훌륭했다.







그녀 뒤로



해거름 내리는 풍경들.



노을과 함께 강물에 젖어드는 저녁 해.







금빛으로 물드는 강물위로



물갈퀴를 내밀며



저녁거리를 건져 올리는 새들의 날갯짓이,



그 날갯짓으로 가지런히 불어오는 물비린내 젖은 바람이,



그녀를 아름답게 감싸고 있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언제 건너들 갔는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덩그렇게 우리들만 남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천천히 그녀 곁으로 가서 그녀 곁에 앉았다.







해가 막 산꼭대기에 야금야금 잡아먹히고 있었다.







"해지는 것 좀 봐"



"보고 있었어요."











우리는 말없이 얼마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이런 풍경 앞에서 무슨 얘기가 필요할까.



달리 무슨 형용이 필요할까.



..







그 풍경 속에서



얼마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어느 순간 나는 뭔가에 홀린 듯



... 그녀의 어깨를 감싸면서 한 쪽 손으로



고개를 돌리게 해서 그녀의 이마에 눈가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 동안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다시 입술로 내려와서 그녀의 입술을 열었다.







그 사이 주위가 금세 어두워 졌다.



건너편을 보았지만 건너편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강 건너 취수장 불이 막 켜지고



그 불빛을 받은 강물이 불꽃놀이를 시작할 뿐이었다.



그렇게 정말,



... 그 넓은 모래밭에는 우리만 남아 있었다.



점점....



저녁 강바람은 서늘해져 갔지만



...... 내 가슴은 마구 데워지기만 했다.







나는 그녀를 가볍게 쓰러뜨렸다.



그녀는... 가만히 내가 손길 내미는 데로 움직였다.



이어서 그녀의 가슴을 열었고,



아래로.







그때 문득,



모래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안아 일으킨 뒤 겉옷을 벗어 모래밭에 깔았다.



내가, 다소 들뜬 감정을 조절해 가면서 그러고 있는 동안,



오히려 그녀는,



주위의 분위기에 그녀 역시도 푹 젖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부리는 마술에 걸려 몽롱해져 버린 것인지,



호흡을 가다듬고는 차분히 기다리는 눈치였다.







나는 그녀의 청바지를 끌어 내렸다.



내가 힘들지 않도록 적당히 도와주었다.



팬티마저 벗기고.



.... 긴 키스가 이어지고.















...그리고 우리는 한 몸이 되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격정적인 섹스는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두워지는 밤 공기를 따라 유유히 흐르는 강물.



.... 포플러 이파리들이 차르르르 바람 빗질하는 소리.



그 아름다운 풍경에 취한 섹스였다 고나 할까.







역시 그 끝은 허탈하긴 했지만...



.







그녀가 전혀 거부하지 않고 나를 받아 들였다는 것에 나는 감사했다.



왜냐면, 그녀가 거부했더라도 나는 멈추지 못했을 거니까,



그래서 그 좋은 풍경 앞에서 여자를 강제로 범한다는 것은, 얼마나 개떡같았을까.



더구나...



모래로 범벅이 되었을 텐데.







...







우리는 행위를 마친 뒤,



서둘러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그녀도 막상 끝나자 경황이 없는 듯 했다.







우리는 갑자기 서로 말문을 막고서,



곧바로 도구를 챙겨서 서둘러 선착장으로 갔다.



그런데 이미 뱃사공도 배도 없었다.



저녁 시간이 훨씬 지났으므로 뱃길이 끊긴 것이었다.



벌써 아홉 시가 지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반대편 둑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두워 져서 조금 무서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는 내가 일을 그렇게 꾸민 게 아닐까 하고



그녀가 의심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는데



그녀는 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







낮엔 그토록 아름답던 복숭아밭들도



달빛마저 없는 칠흑 같은 밤에는 적이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풀들이 발에 칙칙 감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슬이 벌써 내렸는지



물기가 바지가랑이를 휘감아 적셨다.



이슬은 새벽에만 내리는 줄 알았더니



시골 들판엔 그렇게...







이슬이 별빛보다도 더 일찍 내리는 모양이었다.



..







우리는 손을 꼭 잡은 채 겨우 별빛에 의지해서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 그나마 어렴풋 보이는 둑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떻든 가다보면 마을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버드나무 군락을 지났더니 멀리 불빛이 아련히 보였다.







그러나 금방 닿을 것 같았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배도 고파왔지만 그보다 두려움이 더 문제였다.



뱀이라도 나온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지,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할 수가 없었다.







중간에는 둑길이 슬그머니 끊어지는 바람에 우리는



포도밭이나 복숭아밭들을 가로지르는 여러 갈래 들길을 이리저리 헤매기도 했다.



..







이슬방울 머금은 밤 공기와 들꽃 향기, 풀 냄새가 좋긴 했지만...



잔뜩 추울 정도로 기온도 점점 내려가는데...



그렇게 길을 못 찾아 힘들었다.



다행이 그 길을 겨우 벗어나자 작은 제방이 나타났고



그 끝으로 마을의 불빛이 보였다.



..







그렇게 두어 시간 넘게 들판을 헤맨 끝에 드디어 우리는



그 들판 한가운데의 조그만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등대처럼 우리를 이끌었던 마을 어귀의 외등.



그렇게 반가울 수가 있었다.



그 외등 아래서 나는 잠시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땀이 송송 매달려 있었다.



그녀 역시도 두려웠을 것이다.







문득 나는,



마치 그녀가 한 10여 년쯤 고생을 같이하며 살아온 아내인 것처럼



애틋하게 느껴졌다.



.







시간은 벌써 자정에 가까워 있었다.



마을에 접어들자 선술집이 달린 조그만 가게가 있었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 봤더니



강을 건너면 <화원유원지> 라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거기는 학교 앞으로 가는 31번 버스종점도 있었다.



...







어디서 밤을 지낼까 걱정하는 눈치가 보이자 가게 아주머니가



여인숙이 하나 있다며 알려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가게에서 빵과 음료수를 사들고



여인숙으로 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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