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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신(劍神)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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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00대 1의 전설(傳說) 때는 바야흐로 진달래가 활짝 피어나고 나비가 꽃을 찾아서 날아다니는 춘삼월(春三月) 호시절(好時節) 이었다. 한양(漢陽)의 성산(成山) 기슭에 있는 고관(高官)의 대가(大家)집에 이제 막 소녀(少女) 티를 벗은 예쁜 처녀 (處女)가 방문(房門)을 열고나오며 맑고 맑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처녀가 하늘을 쳐다보니 오늘 따라 구름 한 점이 없이 푸르고 높은데 그 하늘 아래로 저 멀리 들판을 가로 지르고 넓은 한강(漢江)의 강물이 오늘도 변함이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한강(漢江)은 한양(漢陽)의 ‘어머니의 강(母親河)’이라고 부른다. 한강이 조선(朝鮮)의 역사(歷史)와 문화(文化)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한강의 물줄기는 경기 평야(平野)를 기름지게 했고 한강의 풍요로움은 역설적(逆說的)으로 조선인들의 투쟁(鬪爭)과 갈등(葛藤)을 불러일으켰다. “연실아! 어서 방으로 들어가거라! 요즘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처녀가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집안에서 하녀(下女)들과 음식(飮食) 준비(準備)를 하다가 안방으로 들어서는 그녀의 어머니가 깜짝 놀라며 소리친다. 그러자 연실이라는 처녀는 자기 어머니의 말에 나왔던 방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지금 시대(時代)는 세조가 자기의 조카인 단종 임금을 폐위 시키고 나라를 다스리고 있는 때였다. 유연실(柳蓮實)의 아버지 유성안(柳誠安)은 사육신 중의 한 사람인 유성원(柳誠源)의 동생이다. 지금 병조판서(兵曹判書)인 그는 자기 형님인 유성원이 세조로부터 참살(慘殺)을 당하자 늘 마음이 평안(平安)하지를 못하고 불안(不安) 하였다. 이러는 가운데 얼마 전에 세조가 대장군(大將軍)인 김종서(金宗瑞) 장군(將軍)을 죽이고 자기의 세력(勢力)을 잡기 위해 나머지 반대파(反對派)들을 숙청(肅淸)을 한다는 소문(所聞)을 들었다. 유성안이 만일 병조판서로 있지를 않았다면 벌써 숙청을 당했겠지만 강직하게 자기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보니 세조도 함부로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병조(兵曹)는 육조 가운데 국방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작전계획, 병기의 생산관리, 무관의 인사권 등 국방을 총괄하여 담당했으며, 수레와 말 등의 교통수단, 봉화와 역참 등의 통신수단, 궁궐 경비 등도 담당하였다. 자기를 보좌하는 병조참판(兵曹參判)과 병조참의(兵曹參議)가 만날 때마다 세조를 조심(操心)해야 한다는 말을 했지만 그것은 서로가 안타까움에서 하는 말들이었고 현실적(現實的)으로 세조를 대항(對抗)할 방법(方法)이 없었다. 아무리 군사적(軍事的)인 명령권(命令權)을 가진 유성안이지만 권세(權勢)를 잡고 있는 임금을 상대(相對)로 하여 싸운다는 것은 역적(逆賊)으로 몰려 끝장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유성안을 절대적으로 편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금(昨今)의 현실(現實)을 보더라도 거의가 다 세조의 편에 붙어서 반대편을 죽이는 판국이라 무슨 특이(特異)한 승부(勝負)의 묘책(妙策)이 없었다. 나라의 기둥과 같은 김종서 장군을 처치(處置)하여 없애버린 세조가 이제 자기와 같은 사람은 안중(眼中)에도 없다는 듯이 무시(無視)를 하는 것을 보면 별로 앞날이 좋을 것 같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에는 의금부(義禁府)에서 나와 병조(兵曹)를 감찰(監察)을 한다면서 야단법석을 떨었다. 의금부(義禁府)는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중죄인을 신문(訊問)하는 일을 맡아 하던 관아로 왕족의 범죄, 반역죄. 모역죄 따위의 대죄(大罪), 부조(父祖)에 대한 죄, 강상죄를 심문하고 판결(判決)하는 기관이다. 이러는 동안에 대궐에서는 유성안을 파직(罷職) 시켜야 한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급기야는 세조 임금이 내린 밀명(密命)에 따라 포졸 일백 명을 이끈 포도대장(捕盜大將) 박성곤(朴盛琨)이가 유성안의 집을 에워쌌다. “병조판서는(兵曹判書)는 들으시오! 역적(逆賊)의 죄명(罪名)으로 의금부(義禁府)로 압송(押送)을 해야 하니 순순히 오라(도둑이나 죄인을 묶을 때 쓰던 붉고 굵은 줄 오랏줄)를 받으시오” 포도대장의 이런 말에 집안에 있던 유성안을 비롯하여 그의 부인과 하인 하녀들이 놀라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나라가 평온(平穩)하던 시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나라가 뒤집힌 상황(狀況)이라 아무리 병조판서라도 소용이 없었다. 닫혀있는 대문을 뚜드리며 포도대장이 계속 소리를 지르자 유성안은 자기 방에 걸어두었던 칼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이판사판 임금이 포도대장을 보내어 집을 에워싸고 오라를 받으라는 것은 자기를 죽이려는 것이 분명한터 무어 순순히 포도대장의 말을 들을 것인가 이제는 임금이고 나발이고 개뿔이고 어명이고 받들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 유명한 김종서 장군(將軍)도 철퇴로 조진 세조임금인데 하물며 병조판서인 자기를 살려 둘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이래저래 진퇴유곡(進退維谷)인데 바보처럼 가만히 앉아서 죽느니 용감하게 싸우다가 죽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훗날에 역사는 자기 같은 사람을 귀하게 여겨서 좋게 써 주지도 않을 것이고 그냥 바보처럼 죽느니 차라리 몇 놈이라도 죽이고 죽으면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억울한 일로 싸우다가 죽었다는 소문이라도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여봐라! 너희들도 각자 무기가 될 만한 몽둥이나 낫을 들고 사정도 없이 포졸 놈들을 작살내도록 해라! 어차피 내가 죽으면 너희들도 모조리 죽일 터이니 그리 알고 목숨을 내걸고 싸우도록 해라!” 유성안의 이런 비장한 각오에 하인들과 하녀들이 모두 모여 싸울 준비를 했다. 그 동안 장안(長安)에 역적으로 몰려 죽은 신하(臣下)들의 집안에 있던 하인들과 하녀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참수(斬首)하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것을 알기에 도망을 가 보아야 별수 없다는 것을 다 아는 그들이었다. 대문 밖에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쥐 죽은 듯이 조용하자 포도대장은 포졸들에게 유성안의 대문(大門)을 부수라고 명령을 하였다. 그러자 포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잠겨있는 유성안의 대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한바탕 쿵쾅거리는 소리가 나고 웅장하던 유성안의 집 대문이 부서졌다. 그리고 포졸들이 창을 꼬나들고 물밀 듯이 안으로 들어가니 안마당에서 칼을 든 유성안의 모습이 보이고 주위에는 몽둥이와 낫을 든 하인(下人)들과 하녀(下女)들이 둘러 서 있었다. “대감(大監)은 지금 나라에 반란을 일으키는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이고 또한 상감마마께 역적(逆賊)질을 하고 있음을 우리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순순히 오라를 받으시오” 포도대장 박성곤이가 유성안을 보고 협박을 하듯이 말했다. “자기의 조카도 몰아내어 죽이고 충신들도 잡아서 죽이는 사람이 어찌 임금이라고 할 수 있소? 나 유성안은 그런 사람이 무서워서 오라를 받는 나약한 사람은 아니니 자신이 있으면 포도대장이 직접 나를 사로잡아 보시오” 위풍당당(威風堂堂)하게 서서 말을 하는 유성안을 보고 포도대장은 갑자기 겁이 났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사람이다. 유성안이 비록 무인(武人)은 아니었지만 칼을 들고 죽기를 각오하고 있으니 함부로 달려들기가 무서웠다. 임금이고 나발이고 아예 무시를 하고 있는 유성안에게 임금의 지엄한 명령이라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임금의 하명을 시행하지 않으면 포도대장인 자기의 목이 달아날 판이다. “여봐라! 무얼 하고 있느냐? 어서 저 죄인을 강제로 포박(捕縛)하여라!” 포도대장의 말에 포졸들이 창을 겨누며 떼를 지어 유성안을 둘러쌌다. 그러자 유성안도 칼을 뽑아들고 죽을 각오로 마주했다. 바로 이때였다. 유성안의 기와 지붕위에서 하얀 옷을 입은 아리따운 여자가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서 마당으로 내려섰다. 모두들 놀라 그녀를 홀린 듯이 쳐다보는데 손에 든 검이 순식간에 하얀 빛을 발하며 수십 개의 칼날로 갈라졌다. 포도대장과 포졸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우물쭈물 하고 있는데 제비가 물을 차고 날아오르듯 그녀의 몸이 공중에서 높이 날면서 날카로운 그녀의 검이 싸늘한 냉기(冷氣)를 뿜으며 포졸들이 들고 있는 창(槍)들을 모조리 잘라버렸다. “어이쿠!” 포졸들은 기겁을 하면서 뒤로 대여섯 걸음씩 물러섰다. “포도대장은 뒤에서 겁쟁이처럼 가만히 서 있을 것인가? 앞으로 나와서 겨루어 보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 낭랑한 여자의 음성이 온 마당을 울렸다. 순간적으로 포도대장은 난처하게 되었다. 그냥 물러서자니 비겁하다는 소문이 날것이고 이 소문이 임금의 귀에 들어가는 날이면 당장에 봉고파직(封庫罷職)을 당하고 먼 유배지(流配地)로 귀양을 갈 판이다. 싸우자니 자신이 없고 물러나면 목이 달아날 판이고 유성안이 처했던 그 안타까운 처지가 포도대장인 자기에게로 고스란히 되돌아 왔다. ‘에라! 모르겠다!’ 설마하니 여자에게 당하랴? 하는 생각으로 포도대장은 들고 있던 칼을 휘두르며 갑자기 나타난 아리따운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여자는 가볍게 포도대장의 칼을 피하며 공중(空中)으로 날아오르더니 이내 사나운 독수리가 지상(地上)에 있는 먹이를 보고 재빠르게 날아서 내려오듯 번개같이 내려오며 포도대장의 어깨를 찔렀다. “아욱!” 순간 포도대장은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칼을 떨어뜨렸다. 또 한 번의 검광(劍光)이 지나가더니 포도대장의 허벅지가 난자(亂刺)를 당하며 붉은 피가 아랫도리를 적셨다. “아욱!” 포도대장이 신음소리를 내며 그 자리에 쓰러지자 모두들 질겁하면서 뒤로 비실비실 물러났다. “어서 포도대장을 데리고 임금에게 가서 다시는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전해라!” 여자가 낭랑한 음성으로 포졸들을 보며 말했다. 100명이나 되는 포졸들은 두 동강이가 난 창을 가지고 도저히 싸울 엄두도 못 내고 부상을 당한 포도대장을 부축하여 유성안의 집을 나갔다. 유성안은 갑자기 자기 집에서 일어난 일에 대하여 너무나 놀랍고 신기(神技)하여 한참동안 정신(精神)을 잃고 있다가 포졸들이 부상(負傷)당한 포도대장을 부축하여 자기 집을 나가자 여자의 앞으로 나가 예를 갖추어 정중하게 고마움의 인사를 하였다. “누구신지는 모르오나 오늘 저희 집안을 이렇게 위기(危機)에서 건져주시니 너무나 감사하옵니다. 이 은혜(恩惠)는 무엇으로 갚아야 할지 그저 백골난망(白骨難忘)이로소이다” “저는 사람들이 소향(素香)이라고 부르는 연자신(蓮慈神)입니다 오늘 이렇게 달려와 이 집안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대감(大監)의 무남독녀(無男獨女)를 구하기 위함입니다.” “네? 우리 연실이를 구하려 오셨다고요?” “그렇습니다. 언젠가 대감의 따님을 보고 난 뒤 꼭 내 후계자를 삼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정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곳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관군(官軍)들이 이 집을 에워싸는 것을 보고 들어와 대감과 가족들을 구원(救援)하게 된 것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제 세조가 이런 사실을 알면 많은 군사로 대감을 사로잡아 오라고 할 터이니 곧 바로 중요한 세간을 정리하여 저를 따라 피하심이 좋을까 합니다.” “소향님의 뜻을 따라 그대로 하겠습니다.” 유성안은 연자신의 말대로 그 동안 정들었던 자기의 집을 떠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하인들과 하녀들에게 중요한 생필품(生必品)들만 급하게 챙겨서 이곳을 떠나자고 말하였다. 이리하여 유성안의 집안은 급하게 짐을 챙기고 나귀의 등에 식량을 싣고 하느라 무척이나 바빴다. 포도대장 박성곤이가 부상을 당한 몸으로 대궐로 들어가 세조에게 엎드려 전후 사정(事情)을 다 고하니 부복(俯伏)해 있던 모든 신하들과 함께 세조는 깜짝 놀랐다. “무엇이? 웬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 유성안을 구해 주었다고?” “네 그러하옵니다. 상감마마!” “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조화야?”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지 소신도 무척이나 이해를 하기가 어렵사옵니다.” 영의정 한명회가 갑자기 잠자다가 무슨 봉창 뚜드리는 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박성곤이의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야릇한 말을 포도대장께서 하시는 것 같습니다.” 홍윤성이도 한명회의 편을 들면서 말했다. “아니? 소신이 이렇게 부상을 당한 것을 보고도 대감들은 믿지를 못한다는 것이오? 정 그러시면 저와 함께 유성안의 집에 갔던 포졸들을 불러 물어보시면 될 것 아니겠습니까?” 하도 믿지를 못하는 세조와 신하들에게 포도대장 박성곤이는 증인을 내세우며 말했다. “아무래도 증인(證人)들을 불러서 확인(確認)을 해 보는 좋을 것 같사옵니다.” 묵묵히 옆에서 듣고만 있던 권람이 나서며 세조에게 아뢰었다. “그렇군! 여봐라! 지금 밖에서 대기 중인 포졸 두어 명을 여기로 데려 오도록 해라!” 세조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지라 포도대장과 함께 유성안을 잡으려고 갔던 포졸 두어 명을 자기 앞으로 데려 오라고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포졸 두 명이 급하게 불리어 와서 세조 임금 앞에 머리를 숙이고 엎드렸다. “그래 포도대장의 말로는 유성안을 잡으려는데 갑자기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나서 우리 포도대장을 이렇게 부상을 입히고 유성안 그 놈을 구해내었다는데 그게 정말로 사실이냐?” “네 그렇사옵니다. 상감마마! 저희들이 분명히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사옵니다.” 포졸 두 명은 부들부들 두려움에 떨면서 세조에게 그렇다고 대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유성안 대감은 하늘의 옥황상제께서 보호(保護)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냥 버려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사옵니다.” 이조전랑인 최무선(崔武先)이 세조에게 신경을 쓰지 말고 버려두자는 뜻으로 말을 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그 말에 불만적인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최전랑께서는 그런 역적 놈을 살려두자는 말입니까?” “옥황상제께서 유성안을 보호하시다니요? 아니 그 놈이 대체 어떤 놈이 길래 하늘이 보호를 한다는 말입니까?” “그 참 말이 묘하십니다. 그런 놈을 내버려 두면 나라의 위계질서(位階秩序)가 온전하게 서겠습니까?” “그냥 군사들을 많이 보내서 그 여자와 유성안을 잡아다가 유성안은 죽이고 그 여자는 상감마마의 궁녀로 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최무선은 물러서지를 않고 강하게 말했다. “포졸 100명과 포도대장을 물리친 여자인데 그런 여자가 보통 여자이겠습니까? 포도대장과 포졸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 세상의 여자는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니 누가 그녀와 맞서서 싸우겠습니까? 혹시? 대감들 중에서 그 여자를 사로잡아 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상감마마께서 그 대감을 선출하여 보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말에 한명회를 비롯하여 모든 신하들이 입을 다물고 말았다. 명색이 포도대장도 어깨와 다리에 중상을 입고 쫓겨서 왔는데 괜히 그곳에 겁도 없이 끄떡거리고 갔다간 살아남지를 못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 여자가 포도대장에게 부상을 입히고 어찌 너희들은 고스란히 살려서 보내었느냐?” 세조는 이제 신하들의 말은 별로 관심이 없고 갑자기 나타났다는 그 아름다운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 포졸들에게 물었다. “칼을 들고 대항(對抗)하는 유성안 대감을 포박하려고 저희들이 우르르 몰려서 공격(攻擊)을 하는데 갑자기 그 아름다운 여자가 유대감의 높은 지붕위에서 날아서 내려왔습니다.” “무엇이? 그 높은 유성안의 기와지붕 위에서 그 여자가 날아서 내려왔다는 말이냐?” “네 그러하옵니다. 상감마마!” 깜짝 놀라며 반문하는 세조의 말에 포졸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참 여자가 그 높은 기와지붕위에서 날아서 내려와?” “그렇습니다. 상감마마!” 이번에는 옆에서 엎드려 있던 포도대장 박성곤이가 대답했다. “그것 참 그래 그 여자가 세상의 여자는 아닌 것 같고” 세조는 이제 안 믿을 수도 없는 처지가 되자 긍정적인 모드로 전환(轉換)이 되어서 궁금증과 답답함이 가슴에 가득 차는데 갑자기 포졸 하나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연자신이 세조에게 가서 전하라는 말을 그대로 옮겨 말했다. “상감마마! 그 여자가 저희들을 보고 부상을 당한 포도대장을 데리고 나가라며 가서 상감마마께 이런 말을 전하라고 하였습니다.” “무슨 말을?” 갑작스런 포졸의 말에 세조는 궁금하여 물었다. “네 어서 포도대장을 데리고 임금에게 가서 다시는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전해라! 이 말이옵니다.” “무엇이?” 세조는 포졸이 아뢰는 이 말에 화를 내니 갑자기 머리가 띵하며 어지러웠다. “이런 괘씸한 년이 있나?” “아무리 그년이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라고 하지만 지엄한 우리 상감마마를 보고 그런 방자한 말을 전하라고 했다니?” “그것 참 그년이 하늘에서만 살다가 땅에 내려오니 세상 물정도 모르고 그런 방자한 소리를 한 것 같습니다.” “어허! 참 별 요사스러운 년을 다 보겠네!” 신하들은 세조의 비위에 맞추느라 온갖 소리를 다 하였다. 그러나 정작 세조 자신은 유성안이가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참수를 한 사육신들과 김종서 장군을 없애버린 것처럼 그를 살려 둘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착한 사람이기에 자기를 따르지 않고 조카인 단종 임금을 따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여봐라! 어영대장을 불러드려라!” 세조는 그냥 유성안을 살려두기가 마음이 편안하지를 않아서 대궐을 수직하고 있는 어영대장을 불러들였다. “상감마마! 어영대장 신 방국진(方局晉) 대령하였나이다.” 어영대장 방국진이가 급하게 어전으로 불리어 와서 엎드리며 아뢰었다. “너는 지금 곧 바로 병조판서 유성안의 집으로 가서 그를 포박하여 잡아 오너라! 그 집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가 있다고 하니 군사 오천 명을 데리고 가서 인정사정 두지를 말고 그물로 고기를 잡듯이 사로잡아 오도록 해라!” “네 분부대로 시행하겠나이다.” 어영대장 방국진은 세조의 명령에 복종(服從)하여 대궐을 지키는 소수의 군사들만 남기고 나머지 모든 군사들을 모아서 유성안의 집으로 향했다. 어영대장 방국진이가 수많은 군사들을 이끌고 유성안의 집으로 달려가니 온통 집은 불타고 연기만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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