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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으로서의 섹스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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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은 같은 강남이라고 해도 법조타운이라고 하는 교대역에서 걸어서 15분은 가야했다. 허름한 건물이었지만, 어엿한 강남의 변호사 사무실이었고, 5층짜리 건물에서 그래도 꼭대기 층을 전부 사용하고 있었다. 그냥 변호사 사무실 리셉셔니스트 정도로만 생각하고, 없느니만 얼마나 좋은 기회냐고 생각했다. 친구들은 "성형없이도 충분히 아나운서나 연예인 시험에 나갈 수 있는 미모"라고 말해주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스펙이 한참 모자랐고, 멍청한 노리개처럼 무턱대고 기획사 연습생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출근하자마자 사장님은 내게 개인 사무실을 마련해줬다. "일단 임시로 이 방 써."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내게 돈과 일할 공간이 주어졌지만, 마냥 고마워하기보다는, 도데체 무슨 역할과 일을 해야하는 지 궁금증만 더해갔다. "요즘 연예제작사 연습생들은 그 절반이 마케팅 요원이지. 그것도 몸으로 하는 마케팅말이야." 연예 지망생들이 극심한 경쟁을 뚫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연습생들의 불쌍한 처지도 익히 듣고 있었다. "보다시피, 작은 변호사 사무실이야. 변호사는 나 혼자고. 나도 한국 변호사가 아니라, 미국변호사 자격증 뿐이라서 여러가지 일의 한계가 있지." 회사 현황에 대한 소개는 이게 전부였다. "50만원 가지고 뭐했어?" "뭐, 밀린 오피스텔 월세하고 화장품 좀 사니까 별로 안남네요." "자, 오늘부터 비즈니스 한 번 같이 해보자." 사장님은 1주일후에 잡혀있는 사업 설명 건부터 꺼내놓기 시작했다. "법무법인이지만, 우리가 소송을 직접 맡아하지는 않을 거야. FTA가 됐다고 해도 미국변호사가 소송을 맡기까지는 안되고 있지. 소송이란 건 골치만 아프고 돈도 많이 생기지도 않아. 꼭 법정에 나가야 하면, 써먹을 수 있는 배고픈 변호사들이 얼마든지 있지." 세상모르는 나에게 쏟아지는 처음 업무 설명은 잘 와닿지 않았지만, 조근조근 일을 가르쳐주는 사장님에게 은근히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성형이나 몸매 가꾸는 것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니까, 꾸준히 하도록 해." 그는 가까운 곳에 있는 미용실 회원권을 내밀었다. 나중에 한달 회원권비가 120만원, 또는 연회비가 1천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작지 않은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선물이 아니라 사업상 투자야." 그리고 10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도 내게 건네줬다. "이번 주내로 세련된 걸로 하나 사 입고." '스폰을 만난 기분이 이런 걸까?' 내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이토록 투자를 하는 것인가. "나도 돈 떼어 먹을려면 얼마든지 떼어 먹을 수 있지. 내까 뜯긴 것도 수십억은 될거다." 그 다음주 수요일 오후 2시에 투자설명회가 잡혀있었다. 내용도 잘 모르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 관련 벤처기업의 투자설명회 같았다. "여기 PT자료 잘 만들었고, 내용은 봐봐야 잘 모를 거고, 어차피 투자자도 뭔 소린지 못 알아 들을 거야." 자료를 받아보고 근사하게 꾸며진 내용은 모르겠지만, 1차 투자금 400억이란 맨 아래 숫자는 눈에 들어왔다. 모르긴 해도 엄청난 투자 설명회임에는 틀림없었다. "투자 결정권자는 L 그룹 회장의 후계자다. 투자 내용이나 방법은 나중에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민영이는 그 놈만 요리하면 돼." 첫 날부터 배우게 된것은 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에 대한 분석이었다. "우리가 크게 먹으려고 너를 믿고 투자하는 것이니 약속한대로 내말을 잘 따라와." 사장님은 우선 내게 옷을 벗으라고 시켰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나를 믿어주는 마음에 이끌리어 순순히 말에 따랐다. 속옷만 남게 되자, 내 몸매는 현재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평가해줬다. 몸으로 마케팅한다는 연습생이 된 기분이었다. 뭘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 지 짐작은 갔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영업 방법을 한 시간여 설명하는 사장님을 보고 나는 점점 존경과 흠모가 생기기 시작했다. 실무적으로 아는 것도 많고, 특히 사람의 심리나 분위기 조성 등에 대해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자 지금부터 영업 연습하자." 처음에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재확인 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투자자의 비서나 다른 직원이 받게될 전화 통화부터 연습에 들어갔다. 학교 축제때 연극 연습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첫 전화에서 여비서가 받으면, 여자종업원 끼리의 우애를 목표로 하면서 말을 시작해야 한다고 사장님은 내게 가르쳐주셨다. 남자직원이 받을 경우는 첫 목소리부터 섹시하게 시작해야 한다면서, '여보세요, 저는 법무법인 영성의 윤민연 기획실장입니다'만 30번은 더 반복했다. 껄렁한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도 몇 천만원 벌기위해서 수십번의 테이크를 해야한단다. 우리는 적어도 수백억이 왔다갔다하는 엄청난 미팅이 앞에 있다. 영업에 성공하려면 수백번을 반복연습해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우선 결정권자를 만나기 전에 주변 인물부터 사로잡아야 했다. 남자 직원들은 자신있었다. 그러나 여직원의 경우에는 사장님이 더욱 더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내가 남자니까, 여자들의 심정을 잘 모르지. 그래도, 일단 같은 여자로서 일하는 관계로 알게되어 겨를이 있을 때, 친구가 되자는 기분이 들게 해야 한다." 예쁜 여자는 여자들도 좋아한다. 걸그룹의 에이스는 여자애들에게도 우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 부러워하는 마음을 자극하고. 부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스타에게 매우 친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계속 던져야 한다. 남자애들은 자신이 있었다. 약간의 속살만 보이고, 탄력있는 몸매와 섹시한 목소리로 몇 마디만 던져도 충분히 남자애들을 낚을 수는 있었다. 그러나 여자 직원들도 잘 공략해야 한다는 사장님의 가르침에 또한번 탄복했다. "회장님과 맞짱을 뜨는 아름다운 여자가 '나처럼 하찮은 직원에게도 세심하게 배려해준다'는 환상을 심어줘야 일이 쉽게 풀린다." 사장님은 출근 첫날부터 신입사원 환영회를 한다며, 회식을 마련해줬다. 그러나 회식 참가자는 그와 나 단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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